-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
-신약 개발부터 글로벌 마케팅까지 수행하는 종합 제약사 도약
-SK바이오팜 상장 탄력…내년 초 코스피 입성 전망
최태원 SK 회장, ‘국산 신약’ 새 역사 썼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국산 신약’의 새 역사를 썼다. 제약·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운다는 목표로 지난 1993년부터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그의 뚝심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21일(현지 시각)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발표했다.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국내 첫 사례다.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는 내년 2분기 엑스코프리를 정식 출시한다는 목표다. 엑스코프리는 현지에서 연간 1조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은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01년 파이프라인 탐색을 시작해 2007년 FDA로부터 엑스코프리의 임상 시험 신청(IND) 승인을 받았다. 2008년 임상 1상, 2015년 임상 2상, 지난해 임상 3상을 각각 완료하고 FDA에 NDA를 신청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SK바이오팜은 이번 승인을 통해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분야 질환에서 신약의 발굴,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신약 주권’ 실현을 향한 최 회장의 27년간의 뚝심을 바탕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지난 2002년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제약·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SK(주)는 신약 개발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해 왔다.

임상 1상 완료 후 미국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했던 SK의 첫 뇌전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 회장은 오히려 그해에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등 독자 신약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의 신약 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다소 침체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FDA 허가로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0월 25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년 초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를 6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2016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버금가는 ‘초대형주’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choies@hn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