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기존작이 끌고 신작이 밀고…4분기는 웅진코웨이 인수에 ‘집중’
희비 엇갈린 ‘게임 빅3’…넷마블의 3분기 실적 급상승 이유는
(사진) 방준혁 넷마블 의장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의 3분기 실적 발표에 희비가 엇갈렸다. 넷마블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늘어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반면 넥슨은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했음에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들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199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25.4%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154.2%로 늘어났다.
특히 넷마블은 2017년 1분기 이후 계속 감소하던 영업이익이 대폭 반등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매출은 2017년 1분기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넷마블과 함께 3강을 형성 중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넥슨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524억 엔(약 581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244억 엔(약 271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불어난 398억 엔(약 4427억원)을 달성했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397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 당기순이익 1136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이익은 3%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7%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20% 증가했다.
넷마블의 3분기 실적 상승은 기존작들이 이끌었다. 북미 자회사 카밤의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와 ‘리니지2 레볼루션’이 각각 10% 이상의 매출 비율을 차지했다.
2분기 출시된 신작들의 성과가 반영된 것도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2분기 출시된 ‘일곱 개의 대죄 : 그랜드 크로스’도 10% 이상의 매출 비율을 차지했다. ‘BTS월드’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등도 높은 성과를 이어 갔다.
넷마블의 해외 매출 비율은 직전 분기 대비 4%포인트 증가했다. 3분기 해외 매출은 423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8%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국가별·지역별 매출 비율은 한국 32%, 북미 28%, 일본 15%, 유럽 8%, 동남아 7% 순으로 나타났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3분기에는 2분기 흥행 신작들의 국내외 실적이 반영돼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실적이 턴어라운드했다”고 말했다.
넷마블의 상위 매출 게임은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리니지2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마블 퓨처파이트’, ‘쿠키잼’, ‘BTS월드’, ‘해리포터’,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순이다.
희비 엇갈린 ‘게임 빅3’…넷마블의 3분기 실적 급상승 이유는
희비 엇갈린 ‘게임 빅3’…넷마블의 3분기 실적 급상승 이유는
◆4분기는 3분기 실적만 못할 듯
업계에선 넷마블의 4분기 실적이 3분기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넷마블은 4분기 중에 ‘겨울왕국’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북미 자회사 잼시티가 개발 중인 ‘프로즌 어드벤처스’를 11월 출시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게임이 없다.
이 때문에 넷마블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올해 11월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9’에서 선보인 기대 라인업 4종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내년 1분기에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A3 : 스틸얼라이브’, 트레이딩카드게임(TCG) ‘매직더개더링’의 IP를 활용한 ‘매직 : 마나스트라이크’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내년 2분기 중 넷마블 인기 IP ‘세븐나이츠’의 후속작 ‘세븐나이츠2’, 하반기 중 캐주얼 MMORPG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레벨5와 스튜디오 지브리 합작 콘솔 게임에 기반한 MMORPG ‘제2의 나라’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일곱 개의 대죄’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의 글로벌 출시 시점은 내년 1분기, 상반기로 각각 예정됐다.
넷마블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 실적은 원래 4분기 주요 라인업이었던 ‘세븐나이츠2’와 ‘A3’의 출시 연기에 따라 내부적으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A3는 MMORPG에 필요한 요소를 보강하느라 연기됐고 현재 막바지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중이고 추가적인 일정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븐나이츠2’는 핵심 게임성과 차별화 요소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이 부분을 보강하느라 일정이 연기된 상황으로 내년 2분기 내에는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넷마블 ‘다작보다 퀄리티 중심 게임 내겠다’
넷마블은 향후 다작보다 퀄리티를 중심으로 게임을 출시하는 유통 전략을 세우고 있다. 권 대표는 “과거에는 게임 개발 기간이 지금보다 짧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간 출시된 게임이 많았고 외부에서 다작 중심으로 보였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 기간에 2년이 걸리고 당분간 다작보다 퀄리티·완성도·웰메이드 게임 중심으로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향후 성장을 견인할 게임 분야 먹거리로 ‘융합 장르’를 꼽았다. 방 의장은 ‘지스타 2019’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PC 온라인 게임도 MMORPG에서 산업이 정체됐었는데 모바일 게임도 MMORPG까지 다 와버렸다”며 “이제부터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야 하고 장르 융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래는 융합 장르 게임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넷마블은 ‘A3 : 스틸 얼라이브’로 융합 장르에 도전하고 있고 ‘매직 : 마나스트라이크’처럼 전략에 대인전(PvP)을 붙인 형태를 융합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여러 장르의 특성을 섞은 장르 융합 게임은 몇 년 전부터 주목 받아 왔다. 국내에서도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GTA 시리즈’ 등 몇몇 하이브리드 게임이 성공을 거뒀지만 국내 게임 개발사의 역할수행게임(RPG)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국내 RPG 시장의 성장 한계와 주요 수출처인 중국 시장이 한한령으로 막히며 상황 반전을 위한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해졌다.
장르 융합과 함께 멀티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기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처럼 단일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스팀(게임 구독 플랫폼)과 콘솔 등 다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게임 부문에선 4분기 ‘쉬어가는’ 모양새의 넷마블이지만 다른 부문에선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웅진코웨이의 연내 인수도 추진 중이다. 실물 구독 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해 오랜 기간 확보한 IT와 운영 노하우를 가전 렌털 사업에 접목, 스마트 홈 구독 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넷마블은 그동안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과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 2월 카카오게임즈 14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4월에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25.71%를 2014억원에 인수했다. 모두 게임 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이 때문에 게임과 전혀 무관한 웅진코웨이 인수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슨 인수가 무산되면서 준비한 실탄과 어려운 게임 산업을 벗어나기 위한 사업 다각화 그리고 방 의장의 결심이 한 박자로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몸값 10조원이 넘었던 넥슨 인수를 준비하면서 3조원이 넘는 현금을 준비했다. 웅진코웨이 인수 가격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시장에서 인수 자금 일부를 조달해 재무 안전성을 꾀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2호(2019.11.25 ~ 2019.12.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