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네이버vs카카오]- 우려 딛고 실적·주가 수직 상승…광고에서 금융·웹툰까지 2020년 대격돌 예고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PC 시대의 검색 광고는 끝났다.” “신사업만 벌일 뿐 수익 모델은 부재.” 국내 인터넷 기업 투톱,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우려는 이와 같았다.
‘톡광고 성공, 라인·야후 경영통합’…성장판 다시 열린 네이버·카카오
먼저 네이버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이 위기 요인이었다.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밀레니얼 세대들의 놀이터이자 검색 도구가 되면서 네이버의 인터넷 산업 내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네이버는 PC 시대인 1999년 태어나 인터넷 포털 최강 지위를 누리며 검색 광고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모바일에 최적화된 동영상 플랫폼이 부상하자 검색 광고에서 시장 지배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카카오는 태생이 모바일 플랫폼이다. PC 버전에서 모바일 전환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던 네이버와 달리 모바일 라이프 편의성이 극대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전 세계 최다 일간 접속 메신저로 자리매김해 왔다. 메신저 분야에서만큼은 독점적 지위를 가졌고 네이버가 유튜브와 또 전자 상거래 분야에서 쿠팡 등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듣는 사이 카카오는 왓츠앱이나 라인 등 경쟁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돈 쓰는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늘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두 기업에 대해 ‘오해’가 ‘이해’로 바뀐 해가 바로 2019년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9년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우선 주가가 반응했다. 올해 초만 해도 뜨뜻미지근했던 주가는 우상향하며 50% 가까이 상승했다. 무엇보다 실적이 증명했다.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에서도 호평이 자자하다. ‘꽃길을 걷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식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네이버, 2019년의 결정적 순간들
우려를 딛고 우뚝 선 인터넷 빅2는 이제 광고·금융·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맞수로 2020년을 맞을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떻게 환골탈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올 한 해 크게 도약한 두 기업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본다.
네이버가 2019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월 25일, 증권가는 술렁였다. 연결손익계산서가 광고의 ‘부활’을 알리면서다.
2018년도 네이버 광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꾸준히 하락세였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 18.6%, 2분기 11.1%, 3분기 2.4%, 4분기 3.1%로 떨어졌다. 이후 부활의 시그널은 올해 1분기부터 읽혔다. 6.8%로 조금씩 살아나더니 2분기 12.0%로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3분기 12.2%로 역시 상승세를 보였고 4분기 전망도 밝은 상태다.
한국 시장에선 포털 광고 성장률 둔화와 쇼핑의 지속 가능 성장에 대한 우려, 네이버가 최대 주주(70% 이상)인 일본의 라인에선 라인페이에 최대치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2분기 실적 발표는 변곡점이 됐다. 국내 비즈니스 매출 성장률이 회복되고 있다는 게 포인트였다.
네이버는 “새로운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메인 화면의 검색 이용률을 확대 중이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와 판매자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둘째 극적 장면은 콘텐츠 분야의 웹툰에서 열렸다. 특히 네이버 웹툰의 해외 매출 성장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버 웹툰의 글로벌 유료 콘텐츠 거래액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3분기 북미에서 월간 순이용자 수(MAU) 900만 명을 돌파했고 거래액 전 분기 대비 70% 증가하는 등 고성장세가 확인됐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 영업수익은 2018년 720억원에서 2019년 17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2018년도 실적이 전혀 없던 데서 2019년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시장 진출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2020년엔 한국보다 미국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들어 정점은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의 경영 통합으로 찍힌다. 지난 11월 18일 발표됐다. 일본 내 1위 메신저와 1위 포털 서비스가 통합되는 거래다. 국내로 치면 카카오와 네이버가 한 회사가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페이가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로 새 출발하며 금융 플랫폼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톡의 수익화 성공, 비즈톡 출시
카카오는 지난 5월 선보인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로 카카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트래픽의 수익화’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톡보드는 채팅 목록 탭 내에서 구매·예약·회원가입 등의 액션을 몇 번의 터치로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는 다양한 추천 상품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카카오는 “300여 개의 광고주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높은 클릭률과 전환율을 기록하며 디지털 광고 시장 내 강력한 마케팅 창구로서 효과를 입증했다”며 “그동안 쌓아 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완결성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 중심으로 변화하는 사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매출 분류를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재편했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톡비즈(플러스친구·카카오톡 선물하기·이모티콘 등), 포털비즈, 신사업(모빌리티·페이 등) 실적이 포함되며 콘텐츠 부문 매출은 게임·뮤직·유료 콘텐츠(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픽코마), IP 비즈니스 매출이 반영된다.
2019년 카카오의 매출 성장 동력은 톡보드를 중심으로 한 신규 수익 확보에 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 등 유료 콘텐츠의 지속 성장과 모빌리티·페이 등 신사업 부문의 매출이 증가세를 이뤄냈다.
특히 3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영업이익은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 연결 매출 7832억원, 영업이익 59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톡비즈 매출은 톡보드 확대와 카카오톡 기반 메시지 사업의 견조한 성장으로 전 분기 대비 17%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624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톡보드는 10월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해 광고주와 업종을 확대하며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카카오톡만이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챗봇과 다양한 랜딩 페이지, 비즈니스 솔루션과 결합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가치를 높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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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와 함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고객센터 상담, 카페 주문, 예약 등이 가능한 챗봇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챗봇을 만들 수 있는 개발 플랫폼인 ‘카카오i 오픈빌더’에 카카오의 핵심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챗봇을 구축하려는 파트너들에게 편리한 개발 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또한 톡보드 출시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택시 출시 5년 차를 맞아 택시는 물론 대리운전·주차·전기자전거·내비게이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상생 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 방안’에 맞춰 택시 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이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서도 크게 도약한 한 해로 기록된다. 카카오페이는 출범 2주년을 맞아 보험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금융 서비스 확장에 본격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멤버십·청구서·인증·투자 서비스를 한 차원 더 확장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자들이 마음 놓고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중고 거래와 지인 선물, 쇼핑몰 반품 등 개인 간 거래(C2C) 시장에서의 배송 서비스를 개시하고 QR코드·바코드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에서 신용카드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결제를 연동하기 위해 카드사와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플랫폼을 통해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는 보험 서비스를 출시하고 금융 데이터 통합 조회 서비스와 전자 고지 대상 확대, 투자 상품 다변화 등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최대 보유 한도인 지분 34%를 보유하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가 보여준 혁신과 변화를 이어 갈 수 있도록 기술 협력과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0년은 플랫폼 왕좌의 자리를 놓고 두 기업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격전지는 광고, 금융(핀테크), 콘텐츠(웹툰) 부문으로 떠오른다.
광고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가 비즈보드 신규 광고 상품 출시를 통해 톡비즈 매출을 강화했다면 네이버는 검색 광고 상품 개선과 디스플레이 광고 단가 인상으로 매출 성장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매출액 가운데 광고(쇼핑 부문 포함) 비율은 각각 53%, 37%로 추정된다. 2020년 광고 부문에서 카카오는 비즈보드의 매출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은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의 제휴를 통해 단기간에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인프라를 확보했다. 온라인·오프라인 결제, 커머스 기반 금융 서비스, 생활형 보험 상품, 쇼핑 이용자 대상 대출, 금융 상품 판매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된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 인수 등을 통해 오프라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양 사 모두 스마트 주문 시장(네이버 테이블 주문 서비스, 카카오 챗봇 주문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커머스 생태계 확대를 모색 중이다.
콘텐츠 분야는 인터넷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핵심은 웹툰이다. 인기 웹툰의 지식재산권(IP)은 드라마·영화·게임 등 2차 창작으로 이어진다. 네이버 웹툰은 해외 매출 성장이 돋보이며 카카오 페이지는 수익성 개선이 눈에 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IP 기반의 자체 영상 제작과 유통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charis@hankyung.com



[커버스토리: 검색·광고 이어 금융·콘텐츠 분야서 격돌, 네이버vs카카오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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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