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회사 때려잡아야 내가 산다고 생각…김정은 때려잡으려는 누구와도 손잡을 것”
“한미일 전술핵 공유해야 김정은이 겁낼 것
황교안 대표가 정직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탄핵 잘못됐다고 인정해야 보수 통합 가능
총선 출마? 빨갱이에게서 나라 구하는 게 우선”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젊은 시절 민중민주혁명 투사였다. 사회주의 혁명, 노동자 해방을 꿈꾸며 위장 취업을 했고 박정희·전두환 정부의 전복을 노렸다. 그러다가 대학(서울대 상대 경영학과)에서 제적당했고 수감 생활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그를 두고 “노동 운동의 전설이었으며 운동권의 황태자이자 하늘같은 선배였다”고 할 정도였다.
체제 전복을 꿈꾸던 그가 이젠 자유민주주의 수호 최전선에 서 있다. 인터뷰 내내 현 정권 세력을 향해 주사파 빨갱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수시로 튀어나왔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을 것 같다. 그는 청와대 앞 도로 한쪽에 쳐 놓은 조그마한 천막으로 매일 출근해 “문재인 퇴진”을 외친다. 인터뷰한 날이 ‘천막 투쟁’ 115일째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천막을 쳤는데 다 끝난 것 아닙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할 겁니다.”
‘김문수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변신입니까, 변절입니까.
“지금도 혁명 투사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노동 혁명을 꿈꿨다면 지금은 국민 혁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계기로 노동 혁명을 꿈꾸다 생각을 바꿨습니까.
“감옥에 있다가 1988년 올림픽이 끝나고 석방됐습니다. 감옥에서 나오기 직전 소련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페레스트로이카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자, 모택동주의자였어요. 감옥에서 고르바초프의 당 보고서를 보고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보고서는 공산주의가 문제가 많고 실패했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었죠. 무역상을 하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소련은 라면 한 그릇도 너무 비싸 먹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겁니다. 공산주의 경제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소련이 무너졌을 때 한국에선 공산주의 체제는 아니라는 사람이 있었고 아직도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기다리자는 사람들이 지금 집권 주류 세력이 돼 있습니다. 이영희의 ‘8억인과의 대화’ 등 책만 읽고 소련과 중국을 이상 국가로 여겼는데 이상 사회가 없어졌죠. 나는 그 대안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으로 유학가려고 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의사를 하고 있던 한국인이 1년에 한 명씩 초청해 유학을 시켜 줬습니다. 하지만 공부해 보니 스웨덴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은 우리의 현실적인 대안은 소련도 중국도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거죠.”
-현실 정치에 참여한 것도 그즈음입니다.
“1990년 민중당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1992년 총선에서 당 득표율이 3%에도 못 미치면서 해산했습니다. 1994년 민자당에 입당했고 2년 뒤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습니다.”
-노동 운동을 함께한 부인도 이 같은 변화에 동의했습니까.
“우리 집사람의 고민도 나와 비슷했습니다. 나와 동행자니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시절 개혁파의 선두 주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죠. 지나치게 부패하고 기득권을 위한 정치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을 부강하고 국민을 아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개혁을 외쳤습니다.”
10·26사태 때 ‘박정희 사망 소식에 쾌재를 불렀다’고 했는데 요즘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에 나선 이유는 뭡니까. ‘당신의 무덤에 침을 뱉던 제가 이제는 꽃을 바칩니다’라고까지 했습니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 위대한 두 사람이 있다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장 우수한 지도자입니다. 내가 경기 지사 8년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18년을 집권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비하면 나는 8년 동안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는 울산·포항·창원·구미·구로 등 전국에 공단을 만들었고 자동차·조선·제철·중화학·전자 등 산업을 일군 최고의 산업 혁명가입니다. 고속도로·지하철·항만·공항 등을 건설한 최고의 국토 건설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 놓은 게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해 본 사람은 박정희가 얼마나 위대한 지 알 수 있어요.”
-경기지사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겁니까.
“단체장을 해보면 역시 말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단체장은 독임제입니다. 예산과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시간 싸움에서 정책의 승패가 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확실하게 했죠. 청계천과 4대강 사업은 단체장을 해본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느낍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모두 과오도 있지 않습니까.
“인간인 이상 과오도 있죠. 과오가 없는 인간은 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봐야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과거 당 대표와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습니다. 의원 시절 박 전 대통령 비판도 많이 했는데 탄핵에 반대하고 석방을 주장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보다 더 깨끗한 정치인은 박근혜 하나밖에 없어요. 죄가 없습니다.”
-최순실 씨가 ‘국정 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지 않습니까.
“농단을 했다고 하는데 국정에 뭘 개입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잖아요.”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 지원한 게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나는 경기지사할 때 삼성을 더 많이 지원했습니다. 삼성의 평택 고덕 공장 부지를 내가 다 만들어 줬어요. 삼성이 외국 간다는 것을 잡았죠. 취득 원가에 조성하게 했습니다. 변전소도 끌어왔습니다. 삼성 ‘무노조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무더기로 법정 구속됐습니다. 좌익 혁명이 일어나는데 누가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겠습니까.” -기업하기 좋게 하려는 것과 정유라 씨 개인에게 지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 아닙니까.
“정유라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 것에 대해선 처벌 받아야죠. 하지만 나도 경기지사 할 때 승마·요트·경비행기 분야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승마는 돈 없는 사람은 못해요. 말을 타려면 말 값을 내야 하고 부지도 있어야 합니다. 삼성 같은 곳에서 밀어줘야 해요.”
-광화문 보수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은 이유는 뭔가요.
“전 목사 덕택에 성령을 많이 접했습니다. 경기지사 할 때 전 목사가 도지사실로 찾아와 나에게 대통령 하라고 권유했죠. 그 이후 별로 교류가 없었는데 나라가 워낙 어려워지면서 가까워지게 됐습니다. 김정은이 때려잡고 문재인 끌어내리려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와도 함께하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데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 아닙니까.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변인입니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반재벌·친노조·반일·반미·친북입니다. 이건 안 되는 겁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임금 주도 성장 정책인데 임금을 많이 준다고 성장률이 좋아집니까. 오히려 고용이 줄지. 이건 경제학의 기본 상식입니다. 경제가 망하는 거죠. 2년 더 가면 나라 다 망합니다. 다 망치고 나면 그때 가서도 너무하다고 그럴지….”
-한·미·일 전술핵 공유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 보유 국가로 전략적 강대국이 됐고 우리는 핵 복속 국가가 됐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데 직접 핵을 보유하기 힘든 만큼 한·미·일이 미군의 전술핵을 공유하자는 거예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미국과 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일과 핵을 공유하는 정도는 돼야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는 안 되겠구나, 죽겠구나’라고 할 겁니다. 우리가 질질 끌려가니까 김정은이 고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노동 운동을 한 사람 관점에서 현 노동계의 투쟁 방식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지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현 정권의 최대 주주 행세를 합니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첫째가 이기주의적입니다. 둘째는 좌익 혁명입니다. 회사를 때려잡아야 자기가 잘 산다는 것이죠. 나라와 회사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죠. 민주노총의 천국이라는 울산을 한 번 가보세요.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고 실업자가 가장 많아졌고 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되고 있습니다. 현 노동계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부터 세탁해야 합니다. 사상·정책·교육· 문화·조직 등 다 잘못돼 있습니다.”
-김 전 지사도 혁명을 꿈꾸지 않았습니까.
“지금 좌익은 사유화는 나쁘고 국유화는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현 정부도 다 똑같습니다. 유치원과 복지단체, 초·중·고·대학 다 그렇게 하자는 겁니다. 큰일 날 일이죠.”
자유한국당 토론회에서 ‘한국당이 나라를 빨갱이에게 다 넘겨줬다’고 비판한 이유는 뭡니까.
“한국당은 문제가 많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위해 제대로 싸우지 않아 왔습니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삭발과 단식 이후 잘하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너무 장외 투쟁 위주로 간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투쟁 일변도로만 가선 안 된다는 거죠.
“그런 얘기도 있지만 황 대표는 그래도 순수한 사람입니다. 여의도의 능구렁이는 아닙니다. 능구렁이보다는 순진한 초등학생이 낫다고 봐요. 황 대표가 정직하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단점은 정치 기술이 좀 떨어진다는 것밖에 없어요.”
-과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역임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물갈이 바람을 어떻게 봅니까.
“여의도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싹 쳐내야 한다고 봅니다. 여의도 자체가 썩었어요. 새로운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해요. 눈을 바깥으로 돌리면 인재들이 많아요. 우리 같은 기성세대보다 요즘 젊은 세대가 더 능력이 있고 안목도 글로벌합니다. 휴대전화도 우리보다 더 잘 사용하지 않습니까. 우리 세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산 사람들이에요. 새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죠. 자꾸 자기가 더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한번 맡겨 보자는 겁니다. 이런 게 진정한 통합입니다.”
-물갈이가 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지요. 하지만 정치권에는 젊은 층이 너무 적습니다.”
보수 통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 문제로 진척이 안 됩니다.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우기면 끝이 안 납니다. 탄핵이 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합치면 또 탄핵 문제를 갖고 갈등이 일어날 겁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합니까.
“다 접었어요. 이 나라를 빨갱이에게서 구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야가 선거법 개정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법에 문제가 많아요. 심상정 대표도 인정했잖아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사용자가 모르는 것을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소수 정당들은 표의 등가성을 거론합니다.
“표의 등가성만 생각한다면 선거 자체를 하면 안 되죠. 소선거구제를 하는 한 1등 하는 사람만 되는 겁니다. 명쾌한 것이지. 소선거구제에서는 표의 등가성을 완벽하게 맞출 수 없어요. 그런데 왜 미로 같은 선거제를 만들어 헷갈리게 하느냐는 겁니다. 이런 코미디도 없어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약력 :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고·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노동운동으로 투옥. 민중당 구로갑지구당 위원장. 제15~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자유한국당 사회주의개헌·정책저지투쟁본부 위원장(현).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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