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경기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 구별 필요
-코스피 ROE 8%까지 개선 전망
경기 순환 측면에서 주식 시장의 반등 주목해야 할 2020년
[한경비즈니스=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의 관점에서 ‘한국 주식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게 쉽지 않은 시점이다. 한국 경제가 나쁘다는 소리만 들리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 장기 성장률 둔화 등이 대표적 이유다.

최근에는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1958년 개띠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생산 가용 인구가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의 부담으로 한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10월 한국 경기선행지수 29개월 만에 상승

그런데 이들 이유는 모두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이다. 반면 내년 한국 주식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경기 순환적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세계는 급격한 산업화로 탄소 배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파른 산업화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고 해서 사계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즉 지구 온난화가 지구 온도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요인이라면 사계절은 순환적 요인이다.

우리 경제도 다수의 구조적 요인에 따라 저성장의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순환적 관점에서 보면 경기 저점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의 반년 뒤 경기를 예측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가 반등하며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10일 OECD에 따르면 10월 한국과 전 세계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03%, 0.02% 상승해 반등을 기록했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6월 이후 29개월 만의 반등이다.

코스피지수 실적에 동행하는 한국의 수출도 개선됐다. 11월까지 전년 대비 14.3% 하락했던 한국의 수출은 12월 10일까지 전년 대비 7.7% 증가해 향후 수출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따라서 내년 국내 주식 시장은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상승 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3분기까지 자산별 성과는 주식과 채권 그리고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이 상승한 강세장으로 나타난다. 2019년 글로벌 주식은 3분기 말을 기준으로 무려 14.3%나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도 총수익(이자+가격) 기준으로 6.3% 이상 상승했다. 특히 올해 금융 시장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자산은 글로벌 부동산이다. 글로벌 부동산지수는 올해 무려 17%나 상승했다. 그런데 지역별 주식 시장 성과를 비교하면 온도차가 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주식은 주로 선진국 주식이 좋았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신흥국 대비 한국 주식 시장은 더욱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2.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 채권 지수 수익률(4.2%)보다 부진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올해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 시장의 디커플링 원인은 무엇일까. 또한 유독 한국 주식 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주식 시장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인 실적 때문이다. 선진국과 미국의 실적 추이는 2017년 나타난 상승 흐름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과 신흥국은 2017년과 2018년 높은 실적 개선을 기록했지만 2019년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신흥국 대비 특히 한국의 실적 둔화 폭이 컸다. 2017년 전년 대비 무려 49.5% 개선됐던 한국 상장 기업의 순이익은 2018년 8.8% 감소했고 2019년 무려 30.4%나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신흥국 순이익이 전년 대비 8.4% 감소한 것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늘 올해보다 내년이 중요하다. 이미 올해 실적 피크 아웃은 주가에 모두 반영됐다. 2017년 이후 실적 개선 추이가 지속되던 선진국과 미국 주식 시장은 추가적 실적 모멘텀이 부재하다. 반면 신흥국과 한국 주식 시장은 2020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20년 신흥국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6%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 한국은 2019년 대비 순이익이 무려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한국의 수출과 기업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중 무역 분쟁 때문이다. 2019년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둘째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다. 2019년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크게 하락하며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경기 순환 측면에서 주식 시장의 반등 주목해야 할 2020년
반면 2020년에는 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 모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2월 13일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1단계 협상에 대한 여러 논란도 존재하지만 중요한 점은 미·중 무역 갈등이 우선 내년 미국 대선까지 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과거 50년간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분석하면 현직 미 대통령 대부분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 기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전부다. 미국 행정부는 통상 공화당과 민주당이 돌아가면서 8년씩 집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 이후에도 다시 공화당의 아버지 부시가 당선됐다. 결국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는 미국 공화당이 12년 집권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미국 50년 선거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지미 카터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중 무역 분쟁의 최종 타결을 위해 무리할 이유가 없다. 과도한 관세 부과로 중국을 압박해 자칫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미·중 무역 협상의 최종 타결 시기는 재선 이후 집권 2기를 목표로 할 것이다. 즉 내년 11월 대선까지 미·중 무역 분쟁이 휴전에 돌입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유리한 선거 전략으로 판단된다. 당분간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개선될 수 것으로 기대된다.

◆더 떨어질 곳 없는 실적…2020년 반등 전망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회복도 국내 주식 시장에는 호재다.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서버 점유율 80%의 대만 에이스피드의 매출이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에이스피드의 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4%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이스피드의 매출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 4분기부터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가격이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낸드 플래시 반도체 가격은 이미 올 1분기부터 매분기 상승하고 있다. PC 디램 가격 또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안정을 찾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되고 있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개선된다면 경기 저점 기대 또한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2020년 코스피지수는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2019년 유가증권시장 주당순자산가치(BPS) 기준 현재 주가순자산배율(PBR)은 대략 0.91배 수준으로 1배를 밑돌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유가증권시장 PBR이 ‘1배’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이 장부 가치를 밑도는 이유는 미래 ROE가 주식 시장의 요구 수익률을 밑돌아 잔존 가치가 마이너스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가증권시장의 적절한 요구 수익률은 얼마일까. 잔존 가치 모형으로 추정한 요구 수익률은 8% 정도로 추정된다. 2017년 10.5%를 기록했던 유가증권시장 ROE는 2018년 8.9%로 하락했다. 그러다 2019년 6.73%까지 하락해 유가증권시장의 요구 수익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2019년 유가증권시장 PBR은 ‘1배’를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은 유가증권시장 ROE가 요구 수익률 수준인 8%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1년 유가증권시장 ROE는 8.7%로 요구 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2020년 유가증권시장은 PBR ‘1배’를 회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2020년 연말이 되면 유가증권시장 PBR ‘1배’는 2350을 넘는다. 따라서 2020년 하반기까지 유가증권시장은 ROE가 요구 수익률까지 개선되면서 지수도 235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주목되는 업종은 수출 비율이 높은 반도체·자동차·조선업종 등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