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 - “정치세력화 않을 것” 불구 보수 분열 우려 목소리도
이재오 “지리멸렬한 보수, 나라 발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사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9년 12월 23일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 대회에서 이재오 창립준비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보수 통합이 다시 한 번 기로에 섰다. 2019년 11월까지만 해도 보수 통합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보수 통합 3대 원칙을 제시한데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 통합 기구’를 제안하면서다. 하지만 한국당이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반대 투쟁에 몰두하면서 보수 통합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막는 데 실패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한계를 느낀 것일까. 황 대표는 병상에서 메시지를 냈다. “흩어져서는 저들을 막아낼 수 없다. 선거법 저지, 좌파 독재 저지를 위해 머릿속 다른 생각을 비우자. 한줌 생각의 차이를 다 덮고 힘을 합치자.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인가. 걷어내고 맞서 싸우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통합 비대위 구성을 제안하며 “통합하지 않고는 총선도 대선도 없다. 나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보자. 진정 반역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가. 모두 내려놓고 통합의 길로 가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야 보수 인사들이 출범시킨 ‘국민통합연대’가 보수 통합에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국민통합연대가 내건 기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기초로 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 수호 △한·미·일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안보와 북한 핵 폐기 △제2의 경제 도약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척결 등이다. 통합연대는 보수 통합 방안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수 통합 작업이 다시 힘을 받을 기반은 마련됐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 등에 대한 보수 정파 간 시각차가 크다. 통합 범위를 두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통합연대 주축 세력이 친이(친이명박)·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란 점이다. 한국당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 주류여서 오히려 보수 분열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보수당,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추진하는 신당, 이언주 의원(무소속)의 ‘미래를 향한 전진 4.0’ 등 보수 신당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통합과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에게서 통합연대를 만든 이유와 보수 통합 방향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 국민통합연대를 만든 이유는 뭡니까.
“이대로 간다면 진보든 보수든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일 겁니다. 통합되지 않고 서로 각각 흩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선 보수라도 통합해 국민에게 희망을 갖고 기대를 걸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또 보수가 너무 지리멸렬하고 분열돼 있어요. 나라 전체를 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수가 안정돼야 나라가 발전합니다. 사분오열된 보수를 통합해 국민으로 하여금 보수에 대한 희망과 안정감을 주려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간 보수 통합 구심점이 없다시피 했는데 대표적인 보수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통합연대가 중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 국민통합연대가 또 다른 정치 세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건 아닙니다. 정당·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보수 통합을 하자는 것이지 우리가 독자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정당을 창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 세력화 지적은) 정당하지 않아요.”

- 보수 분열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글자 그대로 연대하자는 것 아닙니까. 분열된 보수를 통합하자는 것인데 그런 얘기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 비박계 인사들이 주도하는 국민통합연대가 친박 중심의 한국당 지도부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건 재미있는 기사이긴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친이·친박·비박이 어디 있습니까.”

- 통합의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우파 진영의 정당과 사회단체가 하나의 틀로 통합하자는 것입니다. 범보수 통합으로 갈 겁니다. 그동안 보수 통합은 자기중심으로 헤게모니를 잡겠다고 하는 이기적 발상 때문에 지지부진했습니다. 통합하려면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 그런 자기중심을 버리고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나 정당을 추진하는 단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자는 겁니다. 물론 극좌나 극우는 국민통합연대에 넣지 않습니다.”

-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보수 통합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탄핵은 탄핵입니다. 이미 지나간 문제로, 거론하지 말아야 합니다. 탄핵이 역사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당 친박계와 우리공화당 등은 탄핵을 찬성했던 의원들의 사과가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탄핵 책임론이다. 반면 한국당 비박계와 유승민 의원 등은 탄핵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생각이다. 범보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들 가운데서도 탄핵 책임론을 놓고 의견이 갈려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통합연대를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이 이런 방침을 밝힌 것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고 한 유 의원의 발언과 맥을 같이한다. 이에 따라 친박계와 우리공화당 측이 통합 논의에 쉽사리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통합 문제를 놓고 황 대표, 유 의원과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까.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통합안을 발표하면 황 대표가 방침을 밝히겠죠.” 이과 관련, 국민통합연대 관계자는 “국민통합연대가 출범하고 황 대표가 통합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통합 논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권 바깥에서 황 대표의 지도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당 대표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죠. 다만 당내 투쟁은 대여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짧고 굵게 해야 합니다. 상시적으로 계속하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자기 진영에서 동원된 사람들에게도 피로감이 오죠. 원내에서 타협하고 협상할 생각도 하는 게 좋습니다.”
이재오 “지리멸렬한 보수, 나라 발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이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국민통합연대가 정당을 따로 만드는 등의 정치적인 행보로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보수 통합의 대안 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합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직 의원은 “이 위원장이 범보수 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극우 배제’ 발언 속엔 우리공화당 등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원내 타협’을 내세운 것은 황 대표의 강경 투쟁 노선과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황 대표가 명확하게 추진 의사를 밝힌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에 대해 이 위원장이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보수 통합 추진 방법을 둘러싼 대립각은 더 확연해지고 있다. 이견을 조정하고 통합할 중추 세력도, 그럴 만한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통합의 핵심 요소인 자기희생은 하지 않고 남의 희생만 요구하는 형국이다. 말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을 합쳐 보수 사분오열을 막자고 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각자도생의 길이다. 특히 소수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보수 통합 작업을 가로막게 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 통합의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