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뇌가 우리에게 보내는 SOS 신호, 세상에 쓸모없는 감정은 없다
[서평]부정적 감정을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 : 부정적 감정을 인생의 무기로 만드는 방법
요시다 다카요시 지음 | 송소영 역 | 김민경 한양대 교수 감수 | 한국경제신문 | 1만4000원

[한경비즈니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화가 나지만 ‘남들이 나를 나쁘게 볼까봐’, ‘화내봤자 소용없어서’라는 생각에 꾹 눌러 참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화를 내도 마음이 불편하고 화를 참자니 화병이 날 것 같다면 도대체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년 전 개봉돼 인기를 끌었던 한 영화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등 5가지 감정들이 관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이 다섯 감정들의 성격은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주인공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의 최종적인 목표는 결국 자기 자신의 행복이다. 인생에 ‘기쁨’만 있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모두 제대로 느껴야만 행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면 ‘버럭(anger)이’는 버럭버럭 성질을 잘 내고 툭하면 머리에서 불을 내뿜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버럭이가 분노하는 순간은 모두 주인공이 위험에 처했을 때뿐이다. 위기의 순간에 머릿속의 버럭이가 위험을 감지하고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설정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 짜증·화·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으로 인간의 생존과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긍정적 감정의 중요성만 이야기하며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말하곤 한다. 긍정적 감정이 장기적인 목표의 설정에 도움이 된다면 부정적 감정은 위기와 단기적 목표 성취에 효과적인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수행하는 역할이 다를 뿐 모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다.

오랜 굶주림 끝에 사냥에 성공한 원시인의 앞에 갑자기 사냥감을 강탈하려는 적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뇌는 분노의 감정을 일으켜 위험을 알리고 적절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다. 사냥감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울 것인지 혹은 도망쳐 생명을 구할 것인지 아주 짧은 순간에 결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뇌의 신호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현대 사회에서 목숨을 위협할 만한 상황은 흔하지 않다. 그 대신 한층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인간관계에서 분노의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를 표현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손해라고 생각하며 그 신호를 외면하게 된다. 결국 쌓이고 쌓인 분노의 감정이 잘못된 방향과 방법으로 크게 터져 모두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만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고 분노를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감정으로만 치부하며 감추기 때문에 분노의 악순환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모호한 태도는 겉으로는 잘 지나가는 것 같지만 속은 점점 곪아가다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화가 난다면 확실하게 화를 내 분노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부글부글 끓는 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화가 나면 화를 내 부정적 감정을 쌓아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불쾌하거나 화나는 감정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원만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확한 감정 표현은 마음의 앙금을 남기지 않고 상대로 하여금 적당한 선을 지키게 한다.

저자는 ‘제대로 화내면 인생이 편해진다’를 통해 관계별·상황별로 분노라는 감정을 어떻게 제대로 분출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의사, 중의원 정책담당 비서관,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만난 사람들과 뇌과학 클리닉을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타인의 화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화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하며 부정적 감정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제시한다. 그리고 분노할 때 나오는 ‘분노 에너지’를 오히려 자신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 나간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