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S·자연냉매 냉동고·음식물 처리기 등 ‘같지만 다르게’…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 맞춰
‘비닐봉지부터 다르다’...친환경 매장으로 변신한 편의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눈 대신 겨울비가 서울 전역을 촉촉이 적셨던 1월 8일 아침 CU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픈한 친환경 편의점 ‘CU 서초그린점’을 찾았다. 업계 최초로 도심 한가운데 들어선 친환경 편의점이라는 얘기를 듣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8-2번 출입구를 나와 약 5분 정도 걷자 목적지에 다다랐다. 가장 먼저 낯선 모습의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CU 서초그린점은 간판에서부터 기존에 운영하던 CU 편의점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영문으로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가 크게 쓰여 있었고 그 옆에 CU 로고가 붙어 있었다. 자사를 대표하는 로고만큼 친환경을 강조한 간판에서부터 기존 편의점과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부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오프라인 부진 속에서도 편의점 업체들은 계속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 성향을 빠르게 읽어내고 이를 신속하게 매장에 입히는 전략을 통해서다. 이런 편의점 업체들이 최근 노력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경영’이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는 추세를 내부에 반영 중인 것이다. CU가 ‘그린 스토어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친환경을 전면에 내건 편의점을 도심에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U 서초그린점 내부에 들어서자 마침 물건을 구매한 손님이 비닐봉지 속에 상품을 넣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CU 관계자는 손님의 비닐봉지를 바라보며 이곳이 왜 친환경 편의점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매장 확산 위한 ‘전초기지’


그의 말에 따르면 CU 서초그린점에서 손님에게 건네는 비닐봉지는 기존 편의점보다 단가가 약 5배 비싸다.

모양이나 질감은 일반 비닐봉지와 같지만 스스로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봉지 겉면에도 ‘스스로 분해돼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재 고객에게는 일반 비닐봉지와 같은 값에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상품 구성이나 인테리어는 기존 편의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매장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매장 안쪽에 있는 상황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네모 모양을 한 하얀색 장치함이 붙어 있다.

이른바 ‘렘스(REMS)’라고 불리는 매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Retail Shop 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매장 내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렘스는 연동된 PC로 점포 내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준다. 매장 운영자는 이를 통해 각각의 집기에 사용되는 전력 사용을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다.

또 화학 냉매가 아닌 자연 냉매를 사용하는 냉동고와 실외기를 설치했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최대 17%의 전기료 절감 효과도 있다.

일반 점포와 달리 고가의 음식물 처리기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최대 85%까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페달을 밟을 때만 물이 나오는 ‘풋 밸브(foot valve)’ 방식의 절수형 수도꼭지도 설치해 일반 점포 대비 약 20% 물 절약도 가능하게 했다.

이 밖에 태양광 전등, 절전형 콘센트, 단열 유리 등을 설치했고 친환경 등급을 받은 페인트와 마감재를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등 곳곳에 친환경 설비들을 활용해 매장을 만들었다. 아직 구축 초기 단계여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상품 구성에서도 점차 변화를 줄 예정이다. 현재 진열 중인 상품 중 일부를 친환경 인증을 받은 ‘녹색 상품’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븐일레븐 ‘친환경 공익 인프라’ 자처


영업 기밀이라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매장을 구축하는 데도 기존 점포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해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

향후 CU는 서초그린점을 전 매장의 친환경 요소들을 접목하기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CU 관계자는 “이 매장에서 다양한 친환경 제품과 기술을 활용하고 검증한 뒤 잘되는 것들을 추려 타 매장에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타 지역에서도 친환경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는 것도 현재 검토 중이다.
‘비닐봉지부터 다르다’...친환경 매장으로 변신한 편의점
CU 외에도 경쟁사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을 통해 친환경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GS25 역시 친환경 캠페인 ‘그린 세이브’를 선포하고 매장에 이를 접목해 나가고 있다.

현재 GS25는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에 사용되는 컵과 뚜껑 등 모든 부자재를 업계 최초로 100% 친환경 소재로 바꿔 판매 중이다.

컵홀더는 재생지를 활용해 제작했고 뚜껑은 친환경 폴리프로필렌(PP)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구매 고객에게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

도시락과 바나나 등 일부 신선식품 제품은 포장재를 100% 자연 분해되는 소재로 바꾸기도 했다.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는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충전 시설과 주차 스테이션을 일부 점포 앞에 구축한 상태다.

세븐일레븐은 ‘친환경 공익 인프라’ 역할을 자처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기상 빅데이터 전문 기업과 손잡고 초미세먼지 등 다양한 날씨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기상 관측 장비를 각 점포에 설치 중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100여 개 점포에 기상 관측 장비 설치를 마쳤다. 올해는 전국 3000여 개 점포에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손잡고 교외 도로 주변에 있는 드라이브인 점포에서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중이기도 하다. 6개 매장에 설치를 마쳤으며 현재 전기차 충전기 설치 가능 점포를 조사해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향후에도 전국 점포들을 십분 활용해 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활동들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