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무해체·통운송’ 성공으로 세계적 화제…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 비결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CJ대한통운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로젝트 물류’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프로젝트 물류는 플랜트·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사에 필요한 모든 중량 화물과 기자재를 공사 일정에 맞춰 육상·해상·항공 등을 통해 선적지부터 현장까지 공급하는 물류 토털 서비스다.
CJ대한통운은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터키 고대 유적 23개를 훼손 없이 통째로 운송한 ‘하산케이프 프로젝트’의 성공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한국에서 미국까지 육·해·공의 이동 수단을 동원해 CJ 4D 플렉스의 ‘4DX 스크린’ 설비를 운송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가 유적에 담긴 800년의 역사와 한국의 첨단 스크린 기술의 핵심인 4D 상영관을 그대로 옮긴 셈이다. CJ대한통운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 1만2000톤 고대 유적 23개, 3년간 옮겨
CJ대한통운은 총 26개국에서 36개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운송 계획 수립부터 해상·항공운송·현지 통관 등 화물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프로젝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최근 운송이 마무리된 ‘하산케이프 프로젝트’가 있다.
CJ대한통운의 중동지역 패밀리사인 CJ ICM은 터키 남동부에 있는 하산케이프에서 고대 유적 23개를 안전한 장소로 이전하는 하산케이프 프로젝트를 최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수력 발전을 위한 일리수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한 하산케이프 지역의 고대 유적을 4.7km 떨어진 문화공원으로 옮기는 전무후무한 문화 유적 이송 프로젝트였다.
하산케이프에는 500년 이상 된 무게 1150톤의 고대 무덤인 ‘제넬 베이 툼(Zeynel bey tomb)’, 800년 전 터키에서 사용됐던 무게 1500톤의 터키 목욕탕 ‘아르투클루 배스(Artuklu bath)’를 비롯해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이슬람 왕국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건축물들이 있었다.
특히 대형 구조물인 ‘키즐라 모스크’는 무게만 2350톤에 달해 운송 난이도가 가장 높은 문화재로 꼽혔다.
CJ ICM은 ‘우리는 역사를 옮긴다(We Move History)’를 슬로건으로 삼고 고난이도의 문화재 운송 프로젝트에 모든 기술과 경험을 총동원했다. 최대한 유적을 분해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중량물 운송에 사용되는 특수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SPMT)를 88대 이상 사용했다.
초저속 운송 과정에는 무게 중심을 맞추는 것은 물론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초중량물 프로젝트 물류 수행 과정에서 축적한 CJ대한통운과 CJ ICM만의 각종 노하우가 동원됐다. 총무게만 무려 1만2063톤에 달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2017년 5월 시작돼 3년 만인 2019년 12월 마무리됐다.
CJ대한통운이 2013년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합작을 진행하며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동·중앙아시아 등 범아시아 지역을 망라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프로젝트 물류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산케이프 프로젝트의 성공은 CJ대한통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패밀리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이 주효했다. 2017년 M&A를 통해 CJ대한통운의 가족사가 된 CJ ICM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CJ ICM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의 프로젝트 물류 1위 기업이다. 세계 17개국에서 29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우즈베키스탄·두바이 등에 총 8만2000㎡(2만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와 자체 선박, 하역·리프팅 장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가스·솜 등 프로젝트 물류에 특화된 제벨 알리와 아칼틴 등 2개 항만 터미널을 보유, 운영하며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차별화된 종합 물류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프로젝트 물류의 핵심 시설과 장비를 갖춘 만큼 원스톱 물류 서비스가 가능하다.
프로젝트 물류 사업은 전문 인력과 기술·노하우가 없으면 수행하기 어렵다. 초중량물을 다양한 운송 수단을 이용해 여러 국가를 거쳐 정해진 기간 내 신속 정확하게 이송해야 하는 만큼 날씨, 국가별 정책과 문화, 도로·운송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화물의 크기와 무게 때문에 도로와 교량 보강, 전신주와 육교 해체 후 재설치, 초저속 운행에 따른 교통 통제 등 해당 지역의 정부·지방자치단체·경찰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운송 관련 노하우뿐만 아니라 지역별 제도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어진 공기 안에 운송을 완료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복잡한 변수가 많은 특징을 가진 만큼 프로젝트 물류를 담당하는 기업은 공사의 건설 자재는 물론 장비 운송까지 맡는 경우도 많다.
운송비 원가 계산에서부터 원자재·부품을 포장해 인도 지점까지 적기에 운송하고 해당 지역 관청과 협력하는 등 책임져야 할 일도 다양하다. 프로젝트 물류가 ‘물류의 종합 예술’로 불리는 이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프로젝트 물류는 대형 석유화학, 시추, 선박 블록, 조선 기자재, 강교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중량물 화물이 많아 고도의 물류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지 않으면 프로젝트 수행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류의 종합 예술’로 불리는 프로젝트 물류
CJ대한통운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토털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해외 프로젝트 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019년에는 중국 장자강(張家港)에서 우즈베키스탄 카르시까지 6개월 동안 총 1만7000km, 1763톤의 초중량 플랜트 기자재를 운송하는 물류 대장정을 마쳤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물류를 진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판타이 해안에서 채취한 사석 46만 톤을 2300여km 떨어진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인근 지역으로 옮기는 대형 물류 사업이다.
현지에서는 ‘CJ대한통운이 산을 옮긴다’는 의미로 ‘통운이산(通運移山) 프로젝트’로 통한다. 이뿐만 아니라 무게 3718톤에 달하는 해양 유전 개발용 대형 크레인의 하역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1650톤 대형 에틸렌 저장용 볼탱크 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량물 운송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최근 패밀리사인 CJ ICM이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와 무게의 고대 유적들을 옮기는 하산케이프 프로젝트까지 성공시키며 CJ의 브랜드와 명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한 만큼 앞으로 CJ대한통운이 글로벌 기업들의 프로젝트 물류를 수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앞으로도 패밀리사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에 걸맞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M&A로 몸집 키운 CJ대한통운, ‘질적 성장’으로 방향 전환
CJ대한통운은 그동안 ‘글로벌 톱5’ 물류 기업을 목표로 인수·합병(M&A)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왔다. 가장 중요한 진출지로 꼽히는 중국에서는 2013년 ‘CJ스마트카고’, 2015년 ‘CJ로킨’ 인수로 몸집을 키웠다.
2016년에는 세계 3대 가전 기업인 중국 TCL그룹과 물류 합작 법인인 ‘CJ스피덱스’를 설립해 전기전자 물류 시장에도 진입했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동남아시아에서는 2016년 말레이시아 ‘CJ센추리로지스틱스’ 인수, 필리핀 ‘CJ트랜스네셔널’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베트남 ‘CJ제마뎁’의 물류·해운 부문 인수와 인도 최대 수송 기업인 ‘CJ다슬로지스틱스’, 중동·중앙아시아 중량물 1위 기업 ‘CJ ICM’ 인수, 2018년 미국 DSC 인수에 이르기까지 M&A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 적극적인 M&A로 프로젝트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성장 발판을 마련해 온 CJ대한통운은 최근 M&A에 주춤한 모습이다, CJ그룹이 주요 계열사 실적 악화로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면서 CJ대한통운도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 전략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앞으로 대규모 투자와 M&A 대신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보유한 TES(Technology, Engineering, System & Solution) 첨단 물류 기술 역량을 통해 글로벌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패밀리사 간 시너지 창출과 K물류 플랫폼 수출을 통해 글로벌 물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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