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데이터 유통 규제 풀어야 AI 산업 발전”
"클라우드 도입은 AI 활용의 '전제 조건' 입니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기업들이 자사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클라우드 전환’에 돌입한 것이다. 작은 결정이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시기다. 왜 이 시점에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선택한 것일까.

지난 1월 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베스핀글로벌’을 찾았다. 지난해 6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베스핀글로벌은 올해 가장 유력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후보로 꼽히며 놀라운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클라우드 퍼스트’의 중요성을 산업과 기업의 현장에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카고대 졸업 후 매니지드 호스팅 업체 ‘호스트웨이’를 1998년 공동 창업한 바 있다. 2013년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후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이자 벤처캐피털인 ‘스파크랩’을 공동 창업했다. 2015년 이 대표가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것은 클라우드야말로 반도체와 같이 미래의 한국 경제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클라우드로의 전환에 나선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든 사업 분야에 인공지능(AI)이 적용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해졌죠. 클라우드 전환은 ‘AI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AI를 활용하려면 축적된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연계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클라우드’예요. 여기에 기존과 같은 레거시 IT(전통적 IT 활용 방식)로는 고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혁신을 만들기에는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전환에서 베스핀글로벌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애플리케이션(앱)이 동반되지 않는 클라우드는 ‘반쪽짜리 혁신’입니다. 따라서 클라우드를 제대로 쓰려면 지금 레거시 IT에서 활용하는 앱을 모두 클라우드 체제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해요. 이를 위해선 개발자가 필요한데 베스핀글로벌은 전체 900명의 인력 중 600명이 개발자로 구성돼 있죠.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는 200명과 대고객 서비스를 맡는 400명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인력 규모에서 볼 수 있듯이 클라우드 앱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옵스나우’는 어떤 일을 하나요.

“기업에는 하나의 클라우드가 아닌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클라우드가 필요합니다. 하나의 기업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등 다양한 회사의 클라우드를 사용하죠. 클라우드 종류도 IaaS(인프라형 소프트웨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PaaS(플랫폼형 소프트웨어)로 나눠져 있어요.

기업이 택한 수많은 클라우드를 한눈에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게 ‘옵스나우’의 역할입니다. 베스핀글로벌이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운영 관리 플랫폼이죠. 옵스나우는 쉽게 말하면 클라우드를 관리하는 ‘자동화 툴’이에요. 멀티 클라우드상에서 자원과 비용을 최적화하는 법을 찾아줍니다.”

▶대기업들은 시스템 통합(SI) 업체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 투자에 나서고 있죠. SI와 MSP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SI와 MSP는 차이가 분명해요. SI는 사람이 많이 투입되면 될수록 수익을 거두지만 MSP는 인력을 많이 투입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예요. 또 SI가 고객의 개별적인 요구에 초점을 맞췄다면 MSP는 규격화된 클라우드를 제공합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개별 옵션은 바꿀 수 있지만 물건의 본질은 바꿀 수 없는 것처럼 클라우드도 마찬가지예요. 규격화된 클라우드로 일처리 속도 향상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베스핀글로벌도 다수의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대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클라우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찾죠. 이른바 ‘무한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최적의 클라우드를 찾고 운영하는 기업에 기회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시장에는 어떤 전략으로 도전했나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엔터프라이즈 IT(기업형 IT)는 이보다 해외 진출이 적합한 분야가 없다고 여겼죠. 어떤 나라이건 간에 기업들이 안고 있는 기술적 문제는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가 기업이 안고 있는 기술적 고민을 해결하는 순간 그들이 우리를 택하는 것은 당연해요.

여기에 B2B 엔터프라이즈 IT는 전 세계 4000조원 정도의 시장 가치를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도 크죠. 중국에서는 철저한 현지화를 앞세웠습니다. 베스핀글로벌의 중국 사업은 해외 법인 체제로 운영됩니다. 기술이나 철학은 한국과 같지만 중국 비즈니스는 중국 직원들이 직접 해결하는 시스템이에요.

이에 따라 지금은 267개의 중국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에도 현지 클라우드 업체를 인수한 후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첫발을 내디뎠어요.”

▶ 개선이 필요한 규제는 없나요.

“저는 항상 정부에 ‘한국 기업이 만든 클라우드를 있는 그대로 써 달라’고 부탁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IT 시스템을 운용하는 곳은 바로 ‘정부’예요. 만약 정부가 레거시 IT를 활용한다면 기업들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레거시 IT를 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 클라우드 산업의 경쟁력은 뒤처지겠죠.

규제에 관해선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지적하고 싶어요. 물론 개인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좋은 취지의 법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데이터를 유통하지 않고 쌓아 둔다면 데이터의 존재 가치는 없어질 겁니다. 개인에게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를 얻고 데이터가 쓰이는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다면 데이터 유통을 막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데이터 유통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무궁무진해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마케팅 수단을 찾을 수 있죠. 중요한 건 데이터의 유통이 전제되지 않은 AI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축적된 데이터에 AI 기술을 도입해야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요. 이러한 배경이 전제되지 않고 AI 교육만 시킨다면 혁신은 없습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베스핀글로벌의 기업 가치는 ‘런 두 셰어(Learn, Do, Share : 배우고 실천하고 공유하다)’입니다. 우리가 축적한 기술력과 경험치를 외부와 나누는 것이 기업의 철학이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가 발행한 코드를 다른 개발자들도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시행 중입니다.

또 ‘베스핀 아카데미’를 통해 클라우드 전환에 관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어요. 대외적으론 ‘옵스나우’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라는 운영체제(OS)를 유통한 것처럼 우리가 만든 클라우드 OS를 고도화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중국과 중동·아프리카에 이어 일본과 미국에도 법인 형태로 진출할 것입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