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허윤의 경제돋보기]중국 겨냥한 트럼프의 ‘지렛대 전략’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미·중 무역 협상이 갑자기 워싱턴발 난기류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양국의 무역 협상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존 2000억 달러(235조3000억원)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현행 10%에서 5월 10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3250억 달러(382조3625억원)어치의 다른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조만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은 왜 갑자기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일까. 이유는 그의 책 ‘협상의 기술’에 잘 서술돼 있다.

“꼭 성사시켜야겠다고 달려드는 협상은…백전백패다. 상대는 당신의 조급함을 보고 당신을 가지고 놀려고 할 것이다. 협상할 때는 자신을 유리하게 해줄 지렛대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이 지렛대는 이미 존재하기도 하지만…때로는 일부러 만들 필요도 있다.”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주장이 다소 강경해지자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지렛대를 급조한 것이다. 2500억 달러(294조1500억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철폐를 요구하던 중국은 황당할 따름이다. 결과는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에 협상안을 대폭 양보하든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던지는 관세 폭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양자택일의 운명’을 강요받게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재협상 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미합의 쟁점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국유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문제로, 이는 ‘중국 제조 2025’ 등 중국 산업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연구·개발(R&D)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각종 세제상의 혜택과 국유 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으로 자국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이번 무역 전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산·관 연계 고리의 전면적인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시간을 벌 심산으로 점진적인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지식재산권 보호나 강제 기술이전 금지, 사이버 간첩 행위 중단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입법화, 이행 장치 마련에 대한 의견 차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입법 요구와 이행 평가, 제재 방침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중 무역 협상이 세계 무역 질서의 거대한 변화의 물길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발 보호주의 확산에 힘입어 세계 각국은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길’을 이미 걷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일본과 유럽연합(EU)을 양자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동시에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카드를 들고나와 다른 나라에도 그 내용을 적용할 계획이다. 자동차 232조를 반도체·항공·조선으로 확대해 미국이 원하는 상대와 새로운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미·중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대치 상황이 휴전 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세계는 ‘최악의 전면전을 피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이번 협상 타결이 단지 정치적 미봉책에만 그쳐 중국의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이 또한 우리로서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 될 것이다. 법치와 시장경제로 선진화된 중국만이 제2, 제3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을 막을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