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 공시 대상으로 지정된 53개 기업 집단 소속 250개 상장사의 지배 구조를 평가한 결과 한국투자금융과 교보생명의 지배 구조가 가장 돋보였다. 한국투자금융과 교보생명은 각각 300점 만점에서 270.3점을 받았다. 두산·한화·하림·카카오·KT&G·DB 등이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현대백화점·대우건설은 공동 9위를 차지하며 최상위권에 올랐다.
평가는 크게 세 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및 사외이사 비율, 소수 주주권 보장이다.
이 중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항목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설치율, 감사위원회 설치율, 보상위원회 설치율,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율과 각 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율 등 여덟 개 항목을 종합해 평가했다.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은 집중투표제 도입률, 서면투표제 도입률, 전자투표제 도입률 등 세 개 항목을 종합해 평가했다.
최우수 지배 구조 기업에 선정된 한국투자금융과 교보생명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부문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이사회 내 위원회 및 사외이사 비율 부문에선 각각 75.9점을 받았다.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에선 각각 94.4점을 받았다. 한국투자금융은 서면투표제를 상장사에 100% 도입했고 교보생명은 전자투표제를 상장사에 100% 도입했다.
◆사외이사 비율 점점 높아지는 추세
한경비즈니스가 분석한 2020 지배 구조 랭킹의 핵심 지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세 개 부문이다.
이 중 사외이사의 비율은 전체 배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현재 한국 기업 집단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2016년 50%를 넘어선 이후 지속 증가해 2019년 51.3%를 기록했다.
56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10명이다. 250개 상장회사가 관련 법에 따라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25명이지만 85명을 초과해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평균 3.2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이사 총수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기타 회사는 4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
기업 집단별로 보면 한국투자금융(75.0%)·교보생명(75.0%)·금호석유화학(70.0%)·KT&G(69.2%)·대우건설(66.7%)·하이트진로(66.6%)·한진(62.1%)·셀트리온(61.9%)·두산(61.5%) 순으로 사외이사 비율이 높았다. 상장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낮은 기업 집단은 이랜드(16.7%)·호반건설(25.0%)·넥슨(25.0%)·동원(33.3%)·코오롱(40.6%)·OCI(40.9%) 순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비율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는 이사회의 실질적 운영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3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에서 법상 최소 기준을 웃도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했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금융회사)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내부거래위원회는 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와 달리 법상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에 대한 법 집행이 강화되고 규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 스스로 내부 통제 장치를 도입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의 추천위원회 도입률은 2018년 58.9%에서 63.6%로, 감사위원회 도입률은 2018년 73.1%에서 2019년 76.4%로 상승했다. 보상위원회 도입률도 26.9%에서 28.0%로, 내부거래위원회 도입률 역시 35.6%에서 41.6%로 상승했다. ◆‘내부거래의원회’ 강화하는 기업 집단들
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설치율과 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점수화한 결과 네이버가 1위였다. 이어 현대백화점·하림·삼성·한화·CJ·롯데·넷마블·현대차·미래에셋 등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네이버는 상장사 내에 4개 위원회를 모두 설립했고 사외이사 비율도 모두 66%를 넘겼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기업 집단들도 사외이사제도·위원회제도 등 기업 지배 구조의 최상단은 상당 수준으로 선진화돼 있다. 하지만 소수 주주권 보장 부문은 아직 개선 여지가 크다.
소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으로 크게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를 꼽을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권의 권리를 키우는 매우 강력한 제도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주 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주당 1표의 의결권을 준다. 반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론 A, B, C 등 3명의 임원을 뽑는 주주 총회에서 한 주주가 100주를 가지고 있다면 3명에게 각각 100주의 찬반 투표권을 가진다. 하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면 A임원에게 찬성 또는 반대표 300표를 던지고 B, C 임원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포기할 수 있다.
◆아직은 갈 길 먼 소수 주주권 보호
이 때문에 현재 집중투표제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의 상장사 250개 사 중 4.4%(11개 사)만이 도입했다. 또 집중투표제를 통해 의결권이 행사된 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없었다.
분석 대상 중 집중투표제를 상장사에 한 곳이라도 도입한 기업 집단은 대우조선해양·태영·KT&G·코오롱·포스코·신세계·한화·KT·CJ 등이었다.
서면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투표 용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 서면으로 회사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 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온라인 투표 제도다.
서면투표제는 전체 상장사(250개) 중 8.4%(21개)가 도입했고 서면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것은 전체 상장사 중 5.6%(14개) 수준이었다. 전자투표제는 전체 상장사(250개) 중 34.4%(86개)가 도입했고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것은 28.8%(72개)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 집단들은 지속적으로 지배 구조를 개선해 왔고 그 결과 상당 부문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이사회 내 위원회 비율이 높아지는 등 이사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지속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수 주주권 행사가 보다 용이해지고 있고 소수 주주권 행사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상장사의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비율이 작년에 비해 8.7%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지청구권, 검사인 선임청구권 행사 등 소수 주주권 행사도 보다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청구권은 이사의 법령·정관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주주가 유지(留止 : 머무르게 함)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검사인 선임청구권은 회사 업무·재산 상태의 조사를 위해 법원에 검사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운영 실태를 보다 면밀히 조사한 결과 제도 운영상 미흡한 점이 나타나는 등 여전히 지배 구조 개선의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전체 소속 회사에서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다.
이 비율은 현재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특히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19개, 그중 10개 집단은 총수 2·3세 이사 등재 회사가 없어 책임 경영 차원에서 한계가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이사회와 이사회 위원회 상정 안건들이 대부분 원안 가결되고 있어 이사회 기능도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들 중 99.6%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또 이사회 내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들 역시 99.41%가 원안대로 가결됐다. 특히 이사회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 거래 관련 안건이 755건(11.2%)으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고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었다. hawlling@hankyung.com
[용어 해설] 기업 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
기업 지배 구조는 한마디로 ‘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기업 경영의 통제에 관한 시스템으로,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적으로 참여하는 주주·경영진·노동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 기구를 말한다. 좀 더 넓게는 기업의 소유 구조와 함께 주주의 권리, 이해관계인의 역할, 이사회의 책임 등의 해석과 규정도 포함한다.
[2020 한경비즈니스 기업 지배구조 랭킹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국내 53개 그룹 중 지배구조 1위 ‘한국투자금융·교보생명’
-외부 독립 감시기구 만든 삼성, 재계 새 트렌드 될까
-‘깐깐해진’ 국민연금…지난해 주총 안건 20%에 반대표
-공동 1위 한국투자금융그룹,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하는 지배구조 완성…그룹경영협의회·리스크관리협의회 운영
-공동 1위 교보생명보험그룹, ‘이해관계인 경영’이 최우선…재계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사회 중심 경영
-3위 두산그룹, 감사기구 독립성·전문성 돋보여…CSR위원회 운영해 사회적 책임 강조
-4위 한화그룹, ‘준법 경영’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내부거래위원회는 100% 사외이사
-5위 하림그룹, 통합 지주 출범으로 슬림한 지배구조 구축…전자투표제 도입해 소수 주주권 보호
-6위 카카오그룹, 사외이사의 ‘전문성’ 강조…‘카카오상생센터’ 통해 동반성장 원칙 지켜
-7위 KT&G그룹, ‘사외이사 중심’ 지배구조 정착…‘책임경영·투명경영’ 원동력으로
-8위 DB그룹, 사외이사 과반으로 구성…이사회의 ‘투명성·안정성·독립성’ 확보 총력
-공동 9위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 구축…비상장사까지 이사회 중심 투명 경영 확대
-공동 9위 현대백화점그룹, ‘기업지배구조헌장’ 통해 소수 주주권 강화…계열사 6곳에 24개 전문위원회 운영
-공동 9위 대우건설그룹, 소수 주주 권익 향상 위해 전자투표제 도입…자사주 매입 통해 ‘책임 경영’ 의지
-2020 지배구조 랭킹 순위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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