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여행주·국내 소매주·중국 관련주 충격 불가피…과거 사례 비춰볼 때 장기화되진 못해
돌아온 전염병 악재,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은
[편집자 주=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신종 코로나 발병 영향 점검-돌아온 악재에 대한 시장 판단과 업종별 점검’을 선정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특정 업종에 대한 단기적인 충격 요인 정도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리=이명지 한경비즈니스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연휴 기간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에 대한 부담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휴장한 이틀간 글로벌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틀간 2.3% 하락했고 유럽도 마이너스 2%대의 약세를 보였다. 증시뿐만 아니라 미 국채 금리의 하락과 달러의 강세도 함께 나타났다. 종합해 보면 중국의 전염병이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묻어나는 것이다.

질병 사례에 대한 영향력을 추론하려면 과거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2003년 사스를 비롯해 2006년·2009년의 조류독감, 2013년의 메르스 등이 국내에서도 많은 우려를 형성했다.
◆글로벌 증시 ‘잠시’ 흔들었던 사스·메르스

사스의 사례를 보자. 당시 글로벌 증시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의 여파에서 막 벗어나려던 상황이었고 사스 발병 후 글로벌 증시는 저점을 통과해 약 5년간 장기 상승 구간에 진입한다.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곤 보기 어려웠다.

2013년 5월 메르스는 증시 시각에서 보면 해당 시점은 ‘버냉키 쇼크(5월 의회 청문회에서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 의장이 양적 완화 종료를 시사)’가 글로벌 증시의 급락을 유발했던 상황이다. 2016년 1월 지카바이러스도 2015년 말 미 중앙은행(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통화 위기설이 형성되며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증시의 급락이 진행되던 시점이다.

즉 , 개별 전염병 사례에 대한 우리의 기억에 비해 글로벌 증시에 미친 파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조금만 시계를 넓혀 보면 질병에 따른 충격보다 그 당시 전반적인 펀더멘털 여건을 반영한 증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시적 영향력만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2003년 2분기 절정을 이뤘다. 당시 사스의 확산은 소비·관광을 중심으로 중국과 홍콩의 성장률에 타격을 준 바 있다. ‘브릭스(BRICs)’ 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홍콩의 성장률은 2002년도 2분기 마이너스 4%로 충격을 반영했다. 하지만 약 2~3개월에 걸친 사스의 조기 확산 국면이 지난 후 감염자 수는 정체됐고 이후 소비는 빠르게 회복됐다.

물론 과거 사스는 이제 막 형성되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훼손시키는 소재로 인식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질병에 의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연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지난해 무역 분쟁 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자생적 사이클 지표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었고 △경기 둔화에 대한 방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의 부양 강도 강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현 상황을 중·장기 비관론의 소재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돌아온 전염병 악재,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은
◆레저·엔터 섹터, 우선적으로 면밀한 관심 필요

업종 측면에서는 사스 발생 당시 항공·여행·국내 소매업 등 유관하다고 여겨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일시적 부담 반영 이후 해당 업종들 역시 각각의 업황과 코스피지수의 긍정적 흐름에 따라 회복세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시점에 적용한다면 실제 피해 확산 여부와 별개로 최근 상승세가 강했던 업종들에 대해선 경계심이 표출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중기 이상 관점에서는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

레저·엔터테인먼트 섹터는 우선적 관심이 필요하다. 2019년 수도권 VIP 외인 카지노 입장객이 29만7000명이었는데 이 중 중국인 VIP가 8만2000명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중국인 VIP는 개별 여행객으로 들어와 이른바 ‘방문객 절벽 현상’은 없을 테지만 우한 폐렴 이슈에 따른 감소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대체 지역으로의 여행도 위축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섹터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후 중국 공연이 전무하다는 점에선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글로벌 전역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타나 투자가 약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섹터에서는 브랜드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 내 메르스 환자 발병 당시 방한 중국인은 감소했고 동일 기간 브랜드의 주가 흐름도 약세를 보였다. 특히 중소형 브랜드의 주가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은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브랜드의 기여도가 낮고 면세 채널에서의 수요가 최근 2년간 고가 브랜드로 수렴했던 만큼 다이궁(보따리상)의 위축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업계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을 권한다. 한·중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번졌지만 바이러스 확산으로 단기적으로 다이궁을 포함한 방한 중국인의 감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기타 유통 업종에선 우한 폐렴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국내 감염 창궐 단계라고 판단하기 이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사스(2003년 상반기), 신종플루(2009년 하반기), 메르스(2015년 하반기)의 사례를 봐도 업태별 소매 판매액에 유의미한 부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