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프랑스 고등학교 교과서에 비트코인 등장…‘시간은 비트코인의 편’ 될 것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진)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서울 테헤란로 위워크 역삼역점에 모여 대화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글로벌 전략팀 디지털 파트 과장,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2019년 블록체인업계는 기관용 비트코인 선물 거래와 결제 플랫폼 백트 출시, 페이스북의 디지털 화폐 리브라협회 출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블록체인 굴기 선언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프랑스가 고등학교 경제·사회과학 교과 과정에 비트코인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비트코인의 정의와 작동 원리 등을 학습하고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있을지, 비트코인이 유로화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 등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이 뉴스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트코인 제국주의’에서 비트코인의 발전 단계를 6단계로 구분했다. 그중 교과서에 비트코인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는 가장 마지막으로 예상했다.
필자가 생각한 발전 단계는 △1단계, 소수의 얼리어답터와 범죄자들이 주로 취급 △2단계, 가격 버블이 생기고 상업성을 증명하며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 높아지지만 규제의 부재로 각종 사건 사고 만연 △3단계, 규제가 강화되고 글로벌 기업들이 제도권하에 비트코인을 취급 △ 4단계, 글로벌 기업과 각 국가들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비트코인이 디지털 화폐들의 기축 통화가 됨 △5단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달러 본위제가 붕괴되면서 비트코인과 패권국의 디지털 화폐가 새롭게 등장할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침 △6단계, 비트코인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것이다. 참고로 3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현실화됐고 4단계부터는 필자의 상상력이 발휘된 시나리오다.
이 책을 쓸 당시 설사 비트코인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된다고 해도 그 시기를 20년 후 정도로 예상했다. 그런데 프랑스가 교육 선진국답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 뉴스인지 알아보자.

◆암호 자산에 친화적인 프랑스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를 스타트업의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자산에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암호 화폐 공개(ICO)를 허용했다. 또 보험사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프랑스 국영 투자은행 바피프랑스는 비트코인의 결제 기술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어싱크(ACINQ) 투자에 참여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금융사보다 보수적인 보험사와 국영 투자은행이 비트코인을 간접적으로나마 취급하게 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프랑스의 이와 같은 행보는 ‘비트코인은 나쁘고 블록체인은 좋다’는 한국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프랑스가 비트코인 친화적인 것은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프랑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19세 미만의 청소년)는 디지털 친화적이다. 이들은 TV 대신 유튜브와 틱톡을, 마트 대신 쿠팡과 네이버 쇼핑을, 오프라인 모임 대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오프라인 은행 점포에 직접 가지 않고 모바일 뱅킹으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다.
돈에 대한 관점 역시 다르다. 디지털 친화적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디지털 금, 디지털 머니로 비유되는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역시 기성세대 대비 우호적인 편이다. 다음의 통계는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회사 블록체인캐피털은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참가자들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봤는지, 얼마나 친숙한지, 미래 전망과 투자 의사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X세대와 베이비부머 대비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경향을 보였다.

◆‘원리’ 몰라도 인터넷 잘 사용하는 현재
예를 들어 ‘향후 10년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8~34세 응답자의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는 16%만 ‘그렇다’고 답했다. 또 ‘향후 5년 내 비트코인을 구매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18~34세 응답자의 4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65세 이상 응답자는 8%만 ‘그렇다’고 답했다. 인상적인 점은 해당 조사가 2017년 가을과 2019년 봄 총 2회에 걸쳐 실시됐는데 전 연령에 걸쳐 2017년보다 2019년에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은행 찰스슈왑의 조사도 흥미롭다. 찰스슈왑은 미국 내 고객을 대상으로 은퇴 계좌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선호하는 투자 유형을 세대별로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테슬라 등이 리스트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그레이스케일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신탁 상품이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선호 리스트에 들었다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들은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벅셔해서웨이·월트디즈니·넷플릭스·마이크로소프트·알리바바 주식 투자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캐피털과 찰스슈왑의 조사가 암시하는 것은 시간은 비트코인의 편이라는 것이다. 만약 똑같은 조사를 2030년에 한다면 어떨까. 그때쯤이면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은퇴하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경제 활동 인구의 주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하는 비율이 더 오를 확률이 높다. 누가 알겠는가. 2030년쯤이면 우리가 TCP-IP 프로토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도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듯이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비트코인으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을지 말이다. 2030년까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문제없이 작동하고 관련 규제가 갖춰지며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실생활에서 비트코인이 활발히 사용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는 대폭 높아질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와 같이 비트코인이 교과 과정에 포함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생각해 보자.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배운 프랑스의 Z세대 그리고 그 후배 세대는 비트코인을 당연한 개념으로 여길 것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교과서에서 금본위제나 달러본위제의 역사에 대해 학습하고 아무런 실물이 뒷받침되지 않는 초록색 종이가 최고의 가치를 지닌 돈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가 교육의 선진국인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국내를 포함해 다른 나라들도 언젠가 비트코인을 교과 과정에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런 가정이 실제로 실현된다면 미래의 후손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친숙함을 느낄 것이고 오늘날 비트코인을 둘러싼 ‘지리멸렬’한 논쟁을 보고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 없이 무작정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지식인들은 후세에 엉터리 전문가로 기억될 것이다. 마치 약 20년 전 인터넷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팩스 수준이라고 얕봤던 어느 노벨상 경제학자처럼 말이다.

*본 기고는 회사의 공식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