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착해져야' 하는 시대-기업의 목적이 사회에 유익한지 증명해야 살아남아
[서평] 착하게 살면 손해? '착한 기업'이 더 잘나간다!
◆소셜임팩트
이상일·최승범·박창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6000원



[한경비즈니스= 김은찬 한경BP 편집자 ]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비즈니스에선 얘기가 달라졌다. 착한데도 손해는커녕 점점 더 잘나가는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진라면’이 대표 상품인 오뚜기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선점했다. 2008년 이후 라면 값을 올리지 않고 세금을 제대로 냈으며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적 공헌 활동을 꾸준히 펼쳤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게는 아예 ‘갓뚜기’로 불린다. 그 덕분에 오뚜기 진라면은 라면 시장점유율 2위지만 소비자 평판에서는 1위에 올랐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K2’는 매년 버려지는 다운 점퍼를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입지 않는 점퍼를 가져오면 K2 제품 구매 시 할인 혜택과 함께 수거한 옷은 친환경 리사이클 과정을 거쳐 새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런 활동 덕분에 K2는 ‘2019 사회적 신뢰 브랜드’ 조사에서 아웃도어 의류 분야 1위에 올랐다.


외식업계에서는 ‘맘스터치’가 있다.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나트륨 함량이 높게 나타난 매운 양념 치킨 판매를 중단하면서 ‘착한 치킨’으로 호평을 얻었다. 또 프랜차이즈이지만 매출이 적다고 가맹점에 판촉 행사를 강요하거나 무분별한 출점으로 기존 지점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이른바 ‘착한 기업(브랜드)’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품적 혜택·감성적 혜택만 고려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평판, 즉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소셜 임팩트’는 구글에서 검색 결과가 약 17억 건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으로 회자되는 단어다. 두 가지 의미로 구성되는데 첫째, ‘조직·지역·세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 둘째, ‘지속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 영향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유엔을 중심으로 정립된 글로벌 어젠다 ‘SDGs(지속 가능한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SDGs의 행동 기간은 2030년까지로, 유럽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익한 기업, 목적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을 요구하며 비즈니스 세계에서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는 회사의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마저 ‘우리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로 바꾸며 친환경 기업의 행보를 이어 가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소셜 임팩트의 파도는 한국에도 이미 상륙했다. 지난해 7월 실시한 입소스코리아의 ‘2019 소셜 임팩트 국민 의식 및 사회적 신뢰 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중 87%는 ‘부패·비리 척결’, ‘성희롱·성차별’, ‘사회 윤리에 반하는 행위’, ‘불공정 거래 행위’ 등 기업 윤리와 관련된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런 의식은 실제 소비에도 큰 영향을 미칠까. 같은 조사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82.8%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매 순간 능동적 소비로 기업·브랜드를 평가하고 있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기업·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서 여성 10~30대가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브랜드의 부정 보도가 있을 시 즉각적인 ‘보이콧’을 실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소셜 임팩트 활동을 어떻게 펼치느냐가 기업의 생명력을 결정하게 될 것을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비슷비슷한 경쟁 상품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가치’를 넘어 기업의 존재 ‘목적’이 사회에 그리고 소비자에게 유익한지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4호(2020.02.17 ~ 2020.0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