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해외 공장 주력하고 반도체용 개발 속도
‘태양광’에서 ‘반도체’로 사업 축 바꾸는 OCI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국내 1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가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다. OCI는 2월 11일 전북 군산공장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2월 20일부터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생산이 중단되는 공장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오던 군산 1·2·3공장 중 2·3공장이다. 1공장은 설비를 보완한 뒤 5월 1일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도맡게 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OCI가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OCI는 향후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 날이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태양광’에서 ‘반도체’로 사업 축 바꾸는 OCI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업 고도화 위한 조치”

OCI 측은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 중단으로 25%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공장 가동 중단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으로 OCI의 2020년 적자 폭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중단과 관련된 비용 가능성 등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 애널리스트는 OCI가 폴리실리콘 생산업계에서 지닌 위상을 고려할 때 “생산 중단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업 고도화를 위한 빠른 결정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증설은 낮은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에서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못한 시기에 국내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생산 업체들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OCI가 태양광 산업을 대체 에너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판단한 것은 2006년이다. 이후 OCI는 태양광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차세대 사업으로 점찍고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을 시작했다. OCI는 2007년 12월 연간 생산량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가진 군산공장의 건설을 완료했다. 또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제2·제3공장을 증설했다.

이후 2015년 제3공장에 생산 공정 개선을 통해 1만 톤을 증설했고 2017년에는 도쿠야마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법인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OCI는 연간 생산 능력 7만9000톤을 갖추게 됐고 전 세계 3대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순풍에 돛 단 듯 보였지만 태양광 폴리실리콘 시장에 어려움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OCI가 폴리실리콘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2011년부터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은 계속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였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120GW로 폴리실리콘의 수요는 47만 톤이었다. 하지만 폴리실리콘 공급량은 수요를 훌쩍 뛰어넘는 60만 톤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태양광 수요를 견인해 온 중국의 부진도 한몫했다.

SK증권은 지난해 중국의 보조금 문제로 태양광 패널 설치 속도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2019년 말까지 40GW를 계획했지만 실제론 30GW에 불과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도 보조금을 차차 줄여 가면서 향후 태양광 패널 설치 수요는 더더욱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OCI의 실적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OCI의 영업손실은 1807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 1587억원에서 적자 전환됐다. 매출액은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순손실은 8093억원으로 역시 적자 전환됐다. OCI 측은 “태양광 산업 시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자산손상차손 인식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에서 ‘반도체’로 사업 축 바꾸는 OCI
◆고가·고순도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OCI와 함께 국내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한화솔루션도 국내 생산 철수를 결정했다. 한화솔루션은 2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폴리실리콘 생산 산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관련 생산 설비의 잔존 가치는 지난해 실적에 모두 손실로 반영해 2019년 한화솔루션의 당기순손실은 2489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한화솔루션 측은 “폴리실리콘 판매 가격이 생산 원가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라 가동률을 높일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며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연내 사업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그동안 여수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왔는데 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던 상황이었다.

OCI와 한화솔루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태양광업계는 지난해부터 구조 조정에 돌입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32개였던 세계 폴리실리콘 업체는 2019년 19개로 줄었다. 또 세계 잉곳·웨이퍼 기업 수도 2018년 125개에서 2019년 77개로 감소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은 중단되지만 OCI가 폴리실리콘 제조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우선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국내 가동 대신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가동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OCI가 원가 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설비 위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가동한다면 2021년쯤에는 중국의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도맡던 군산 1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제조 기지로 탈바꿈한다. OCI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1000톤 이상 생산하고 2022년까지 생산량을 5000톤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폴리실리콘보다 순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현재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kg당 30달러 이상으로 태양광 대비 약 4배 높다. 반도체 시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폴리실리콘 제조 업체들은 태양광이 아닌 반도체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시황 개선으로 웨이퍼 업체들의 신규 증설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소재 국산화 움직임도 강화되면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시장에서의 기회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의 생산 중단이 가격 하락은 물론 변화하는 태양광 산업의 동향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진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의 맨 앞에 있는 폴리실리콘은 핵심 기초 소재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1세대로 분류됐던 결정질실리콘 태양광 전지에서 3세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 전지로 진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엔 폴리실리콘 사용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OCI를 비롯한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의 ‘체질 개선’은 변화하는 시장의 동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5호(2020.02.24 ~ 2020.03.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