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해법은 혁신과 규제개혁”…기업 활력을 추스르자]
- 규제 강화, 최근 6년간 2.5배 늘어
- 코로나19 사태 더해져 대기업도 휘청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문을 걸어 잠그면서 글로벌 실물 경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1.0%로 낮췄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국 경제와 기업도 초비상이다. 3월 13일과 3월 1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매매 거래를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모두 발동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뛰어넘는 ‘금융 쇼크’다.
산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더욱 강화되는 데다 침체된 내수까지 더욱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단체들은 연일 호소문을 통해 ‘유동성 확대’, ‘피해 지원 강화’, ‘규제 완화’ 등 과감한 정책 없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기업·경제·학계의 한목소리 '규제 완화' 기업인들은 코로나19의 극복과 후폭풍을 기업들이 감당해 내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능가하는 경제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가용 가능한 정책과 자금 지원, 규제 완화 카드를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되고 있는 경제 위기는 과거 사례와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외환위기와 금융 위기 때는 금융 지원 정책을 통한 소비 진작으로 충격 완화가 가능했지만 코로나19는 중국의 공장을 멈춰 세우고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까지 타격을 준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코로나19대책반장(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하며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며 기업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예상하지 못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 인상, 편법 논란이 불거진 각종 시행령 규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 등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 등은 이번 코로나19처럼 글로벌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들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코로나19는 한국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고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제적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글로벌화된 경제 환경에 부합하는 규제 완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산업만 보더라도 대형마트 의무 휴업, 온라인 주문 배송 금지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들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청 업체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 등 사회적 책임 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중심을 잡아주는 대기업이 성장해야 밑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에선 각종 규제로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공정위의 하위 법령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5년간(2014~2018년) 시행령 61건, 시행규칙 및 고시·지침 등 행정규칙 219건 등 총 280건의 하위 법령을 개정했다. 이 가운데 규제 강화는 81건, 규제 완화는 32건, 규제 무관은 139건, 제재 강화 23건, 제재 완화 0건, 기타 5건이었다.
규제 완화 법령 대비 강화 법령 비율은 2014년 2.9배에서 2015년 1.4배로 떨어졌지만 2016년 2.3배, 2017년 2.4배, 2018년 5배까지 올라갔다. 제재를 강화하는 하위 법령 개정은 지난 5년간 23건인데 비해 제재 완화 법령 개정은 한 건도 없었다.
제재를 강화하는 하위 법령 개정은 2014년 3건에서 2015년 1건으로 줄었지만 이후 2016년 3건, 2017년 5건, 2018년 1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위 법령에서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실체적인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의 비율은 전체 규제 강화 하위 법령 개정 중 43.2%를 차지했다.
◆ 법인세, 미국은 내리고 한국은 올리고
많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은 기업 규제의 빗장을 풀며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은 규제 하나를 도입할 때 두 건 이상의 규제를 폐지하는 ‘규제 총량제’를 도입하거나 겸업주의·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통해 산업 간의 벽을 허물었다. 한편으로는 금융법과 세법 등을 개정해 기업 성장의 틀을 제공하며 국가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들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링)는 연평균 10.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시행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95개에 불과했던 유턴 기업 수는 지난해 886개로 9배 정도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의 회귀 기업이 10곳인 것을 감안하면 9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기업들이 세제 측면에서 가장 부담이 큰 법인세만 보더라도 한·미 간 차이가 극명하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말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반면 한국은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로 3.3% 인상했다.
법인세 인상은 고용 감소, 가계 소득 감소, 저성장의 주요 요인이라는 실증적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영향 분석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법인세 3.3% 인상 시 자본의 사용자 비율이 3.65% 높아져 총 국내 투자가 20조9000억원(2018년 기준)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의 해외 투자는 6조7000억원 증가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는 3조6000억원 감소하는 등 자본의 해외 이탈 규모도 10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cwy@hankyung.com
[커버스토리 = 대한민국 신성장 전략 특별기획 기사 인덱스]
① ‘규제 개혁’ 없으면 성장 엔진 멈춘다
- 세계 경제 호령하는 G2의 비결은…‘네거티브 규제’
- ‘말로만 규제 완화’ 언제까지…늘어나는 규제에 속 터지는 기업들
-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와 규제 수준 맞춰야”
-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19 이후의 경기 반등, 우리가 먼저 올라타야”
② 기업 발목 잡는 지뢰밭 규제 걷어 내자
- 신산업 발전 가로막는 촘촘한 ‘규제 트리’ 뽑아내야
- 화평법화관법미세먼지법…대처에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 실적 곤두박질치는 유통 기업에도 여전한 ‘출점 규제의무휴업’
- 덩치 커진 한국 금융…규제 완화로 ‘서비스 전환’ 이룰 때
- 꽉 막힌 의료 규제에 중국일본으로 가는 SK네이버
- ‘일하지 않고 성장이 가능할까’ 기업도 노동자도 우는 노동 규제
- ‘도대체 왜 기업해야 합니까?’ 규제에 꺽인 기업가 정신
③ 다시 뛰는 한국 기업들
- 삼성그룹, 초격차 전략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반도체 등 기술 리더십 선점
-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목표…‘기술 개발’에 61조 올인
- SK그룹, ‘사회적 가치’를 미래 경영의 줌심에…신소재AI 등에서 신성장 동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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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한국 철강 산업의 자존심, 고부가가치 WTP 제품 앞세워 위기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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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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