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CEO가 이끄는 매출 상위 100대 기업 분석…82년생 가장 많고 44개 기업이 ‘공동 경영’
데이터로 본 ‘한국의 밀레니얼 CEO’, 그들은 누구?
‘젊음’과 ‘혁신’. 매년 대기업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때마다 떠오르는 키워드다. 하지만 기존 기업의 혁신은 기대만큼 파격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시스템과 관리 체계가 정교하게 구축돼 있는 대기업 특성상 1950년대생에서 1960년대생으로 임원 세대교체만 이뤄져도 ‘기업이 젊어졌다’고 홍보할 정도다. 그렇다면 젊음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밀레니얼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인물일까.

한경비즈니스가 나이스신용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대표로 있는 기업 중 매출 상위 100대 기업(2018년 기준)을 분석했다.

본인의 힘으로 창업하거나 전문 경영인 자리에 오른 밀레니얼 CEO들도 있었지만 가업을 잇는 CEO들 역시 대거 포진해 있었다. 또 100대 기업 중 44개 기업에서 밀레니얼 CEO와 선배 세대가 함께 기업을 이끌고 있었다.

정확한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없지만 한국은 일반적으로 1980년에서 1994년에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로 분류한다. 밀레니얼 CEO 중에서는 1980년대 초반(1980~1983년생)에 태어난 이들이 59명(59%)으로 가장 많았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82년생이 25명으로 1위, 1981년생이 22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 초반생 59%
데이터로 본 ‘한국의 밀레니얼 CEO’, 그들은 누구?
1980년대 중반(1984~1986년생)생은 26명(26%)이었다. 30대 초반인 1980년대 후반생 역시 14명으로 적지 않았다. 밀레니얼 CEO가 운영하는 상위 100대 기업 중 1990년대생은 한 명뿐이었다. 밀레니얼 CEO가 속한 전체 기업 1만6068개로 표본을 확대하면 1990년대생 CEO가 운영하는 기업은 2140개였다.

상위 100대 기업 매출 분포는 5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 기업이 52개로 가장 많았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1500억원 미만 기업은 25곳이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 기업은 ‘위메프’와 ‘에스아이플렉스’ 등 두 기업이다.

위메프를 이끌고 있는 박은상 대표는 1981년생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점에 있다. 밀레니얼 CEO들의 큰형님답게 매출 역시 1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서 3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그는 2010년 30세 나이에 슈거플레이스를 창업하며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의 슈거플레이스가 운영하던 소셜 커머스 슈거딜은 이듬해 위메프에 흡수됐다. 박 대표는 위메프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하며 허민 위메프 창업자와 함께 공동 대표로 임명됐다.

2013년 허민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박 대표는 ‘초특가 마케팅’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e커머스 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 박 대표는 지난 하반기에만 총 3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쿠팡·티몬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출혈 경쟁을 이어 오던 위메프는 하반기 투자 유치로 지난해 자본 잠식에서 벗어났다.
데이터로 본 ‘한국의 밀레니얼 CEO’, 그들은 누구?
약 4099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2위에 오른 에스아이플렉스는 1986년생 원동일 대표가 이끌고 있다. 에스아이플렉스는 원 대표의 부친 원우연 창업자가 1988년 창립한 기업이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기업은 아니지만 연성회로기판(FPCB) 제조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삼성·현대·LG·소니 등 108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3위에 오른 자동차 부품 기업 ‘남양넥스모’ 역시 가업을 승계 받은 밀레니얼 CEO가 이끌고 있다. 1984년생 홍진용 대표는 창업자인 할아버지 홍성종 회장과 함께 기업을 이끌고 있다. 남양넥스모는 중국·폴란드·베트남에 생산 법인을 두고 현대차·BMW·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100대 기업 중 패션·뷰티 부문 CEO들도 눈에 띄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야 하는 산업인 만큼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밀레니얼 CEO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9위에 오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젊은 한세’를 위해 선임됐다.

김 대표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막내딸이다. 이화여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약 10년간 도서 기업 예스24와 한세엠케이·한세드림에서 마케팅·경영지원·해외사업 등을 총괄하며 경영 감각을 키웠다.
데이터로 본 ‘한국의 밀레니얼 CEO’, 그들은 누구?

◆‘마켓컬리’, ‘토스’ 등 혁신 이끄는 밀레니얼


패션·뷰티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는 신지은 난다 대표는 14위를 차지했다. 1981년생인 신 대표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후 난다의 대표에 임명됐다.

신 대표가 임명된 이후 스타일난다의 설립자 김소희 전 대표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맡았다. 16년 전 로레알코리아에 입사한 신 대표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다양한 직책을 역임한 인재다.

17위에 오른 이성원 신영와코루 대표는 2018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3세 경영인인 이 대표는 이 대표는 올해 35세로 속옷 사업을 영위하는 신영와코루에 젊은 이미지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Z세대의 패션 플랫폼으로 떠오른 무신사의 조만호 대표(1983년생)는 최근 패션업계와 이커머스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무신사는 2018년 매출액 1080억원을 기록하며 45위에 올랐다.

상위 20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업이 100위권 안에 대거 포진됐다. 마켓컬리로 새벽 배송 시대를 연 김슬아 컬리 대표 역시 1983년생 밀레니얼 CEO다. 2018년 매출액 1571억원을 기록하며 23위에 올랐다.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는 지난해 10월 1982년생 홍정국 대표를 통해 3세 경영의 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홍 대표가 이끄는 BGF는 그룹 지주회사로 55위에 올랐다.

59위에 오른 보해양조는 오너 3세 임지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85년생인 임 대표는 2013년부터 보해양조 영업총괄본부장을 맡아 경영에 참여해 왔다. 부사장 승진 이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 영업을 주도하며 중국 알리바바 입점 등 굵직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금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88위에 올랐다. 1982년생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2018년 토스를 국내 5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제3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예비 인가를 받았고 2021년 토스뱅크를 출범할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