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4·15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유권자들 이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한 일 잊지 않아…정권 심판 통해 과반 의석 확신”

"모든 질서 파괴된 3년...더 두고 볼 수 없어 정치에 나와"
"여론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것...국민 정서 믿고 선거 운동"
"여론조사 결과 믿지 않아...선거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
"돈 마음대로 쓰고 국민 쪼들리게 하는 것은 정부 자세가 아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하는데, 성장은 나온게 없다"
"총선 끝나면 통합당 남아 대선 지휘? 그런 것 상상 안해"
김종인 “文정부 실정 코로나로 덮어질 것이란 생각은 착각”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2012년 11월 11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38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김종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박근혜 대선 후보의 요청을 받고 서울 강남의 한 호텔로 갔다. 두 사람 간 갈등을 촉발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최종적으로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기존 순환 출자도 해소해야 한다는 데 대해 박 후보는 “신규 출자만 규제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대립해 왔다. 새누리당에서 황우여 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진영 정책위원회 의장, 김무성 선거대책총괄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 이학재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이 박 후보와 함께 왔다.

상황은 처음부터 험악했다. 박 후보 측은 김 위원장에게 “박 후보가 로비를 받았다는 증거를 대라”고 다그쳤다. 김 위원장이 한 방송에서 경제민주화 공약 확정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박 후보에게 로비도 하니…”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내가 공약을 책임지면서 준비했는데 어떻게 나와 사전에 한마디 의논도 없이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순환 출자 규제)를 안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 누군가 후보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당신이 싫다면 내 갈 길을 가면 그만”이라고 쏘아붙였다(자서전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박 후보는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한 뒤 문을 열고 나갔다. 박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맞서 중도층 잡기 전략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을 ‘삼고초려’해 영입했지만 그날의 충돌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난 일이 없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흐른 2016년 3월 22일 저녁. 경남 창원에서 ‘4·13 총선’ 지원 활동을 하던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행기를 타고 급거 상경해 칩거에 들어간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았다. 김 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전말은 이렇다. 김 전 대표는 4·13 총선을 3개월 정도 앞둔 1월 14일 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때 문재인 대표는 위기에 몰렸다. 안철수 의원을 따라 탈당이 이어졌다. 비주류들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자 문 대표는 1월 17일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김 대표는 전권을 휘둘렀다. 이때 ‘차르(옛 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었다. 위기감을 느낀 최대 계파 친노무현계가 제동을 걸자 김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고 칩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문 의원의 ‘간청’을 받아들여 당무에 복귀했고 민주당은 승리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친노의 견제가 다시 시작됐고 결국 김 대표는 퇴진했다. 친노에게 팽(烹) 당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런 그가 4년이 지나 다시 정치권에 돌아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거쳐 이번엔 새누리당의 후신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직함을 달고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삼고초려’해 모셔 왔다. 삼세판 째 선거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이번에도 ‘차르’ 명성이 통할까. “그럴 것이다”는 시각과 “시효가 다 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뒷전에 밀린 ‘정권 심판론’ 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와 만난 김 위원장은 “유권자들은 이 정부가 3년 동안 한 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의석 과반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과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그의 지론인 경제민주화는 뒷전으로 미뤘다.

- 2012년 경제민주화 문제로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와 갈등을 겪은 뒤 “새누리당에 다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뭡니까.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여러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게 많았어요. 특히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 과정을 보니 여권은 민주주의 상식에 맞지 않는 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선거법이 굉장한 혼란을 일으키고 있죠.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초기에 우왕좌왕했어요. 정부는 곧 끝날 것 같은 인상을 국민에게 줬지만 더 악화됐습니다. 잘 구축된 의료인들이 열심히 노력해 이 정도라도 수습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됐죠.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됐습니다.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아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지난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지 않았나요. 경제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고 나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과연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간 경제 운영 실패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라 장래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당신이 이런 사태를 만든 책임이 있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정부 탄생에 기여했고 2016년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지휘한 것을 두고 하는 말들입니다. 그래서 다시 (정치에) 나왔습니다. 거기에 황교안 대표가 간절하게 요청해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했어요.”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는 그런 것을 내걸 상황이 아니죠. 일단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선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난 다음에 얘기할 문제예요. 위기 극복 뒤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요소들을 어떻게 삽입할지 다뤄야 합니다. 경제가 추락할 대로 추락했어요. 어떻게든 남은 (현 정권 임기) 2년 동안 경제 파국을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 나라가 되고 있어요. 국민이 이런 나라를 다시는 겪게 해선 안 됩니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으로 이길 것이라고 했는데 근거는 무엇입니까.

▲“이번 선거는 지난 3년 동안 현 정부의 모든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예요. 지난 3년간 이 정부의 업적을 보면 국민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질서가 파괴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권 심판론 등 다른 정치 이슈를 덮은 것 같습니다. 통합당에 불리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요. 과거 3년 동안 이 정부가 한 일을 잊어버리지 않았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 실정이 코로나19로 덮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에요.”

-하지만 수도권 격전지 여론 조사 결과는 통합당 후보에게 썩 좋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여론 조사가 선거 결과로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6년 총선 때 거의 모든 사람이 민주당이 8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123석으로 원내 1당이 됐습니다. 여론 조사라는 것은 참조는 할 수 있지만 큰 의미는 없어요. 2006년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 때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았어요. 당시에도 여론 조사 결과는 조 후보가 12%의 지지율로 상대 후보 48%에 비해 4분의 1밖에 안 됐습니다. 주변에서는 포기하라고 했지만 조 후보가 결국 이겼죠. 초기에 나타난 여론 조사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거는 쫓아가는 사람이 더 유리합니다.”

-수도권에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뭡니까.

▲“선거 전략상 일일이 말할 수는 없어요. 나는 선거 기술자가 아닙니다. 국민 정서를 믿고 선거 운동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몇 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합니까.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몇 석이라고 말하는 것은 유권자에게 실례입니다.”
김종인 “文정부 실정 코로나로 덮어질 것이란 생각은 착각”
(사진)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1일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갑,을에 각각 출마한 장진영(오른쪽) 후보와 나경원(오른쪽 둘째)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 재난 지원 대책에 대해 ‘퍼 주기’라고 비판하는데 김 위원장이 제안한 ‘코로나19 대응 예산 100조원 전용’도 같은 맥락 아닌가요.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워 정부가 올해 예산을 10% 증액했죠. 그러면 일단 예산부터 과감하게 절감해 재원을 확보한 다음 그 재원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 돈이 모자라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빚을 내는 등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마음대로 돈을 쓰고 국민이 쪼들리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건 정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예산을 조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이 때문에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긴급재정명령권을 활용하면 조속한 예산 조정이 가능합니다.”

-여당은 예산 100조원 조정은 ‘뜬구름 잡기’라고 비판하며 조정 항목을 제시하라고 요구합니다.

▲“조정하는 방법은 정부가 잘 알 것 아닙니까. 야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하라고 할 수는 없어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구조 조정해 국회에서 다시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다음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할 수 있죠.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발생하는 실직자들의 생계 문제예요. 그다음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니 단발성 대책을 세워선 안 됩니다. 어려운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100조원은 그런 재원으로 쓰자는 것이에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교과서 어디에도 없는 근거가 불분명한 것이에요.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했는데 성장 정책은 나온 게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죠.”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총선이 끝나면 통합당에 남아 대선까지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합니다.

▲“아니, 아니에요. 그런 추측에 대해 신경 쓰지 말길 바랍니다. 그런 것은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묻지 말아 주세요.”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통합당으로 왔다 갔다 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그거야 뭐…. 개인을 위해 그렇게 했던 게 아니에요. 나라가 발전하는 데 지장이 돼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 그런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특별히 내세운 것은 아니고 1956년 대선 때 신익희 후보가 내걸었던 구호예요. 요즘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시중의 여론을 얘기한 겁니다.”

-자서전 제목을 왜 ‘영원한 권력은 없다’라고 붙였나요.

▲“우리 정치사에서 한때 권력을 누렸지만 마지막이 좋은 대통령은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지 함께 고민하자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 지었습니다.”

-자서전 맨 끝에 “오늘도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고 살아가는 기분이다. 국민 모두가 한국 정치의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을 결심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적은 이유는 뭡니까.

▲“지금 세상이 변하고 국민도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한국 정치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정치적으로도 발전하고 민주주의도 확실하게 정착되고 정치를 바탕으로 한 경제도 새롭게 도약하려면 경제도, 정치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개헌으로도 연결됩니까.

▲“여러 가지를 다 종합적으로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어요.”

김종인 위원장 약력 : 1940년 서울 출생. 서울 중앙고·독일 뮌스터대 졸업(경제학박사). 서강대 교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분과 위원·입법회의 경제 제1기 예결위원회 전문위원. 11·12·14·17·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민정당 국책연구소 부소장. KB국민은행 이사장. 보건사회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새천년민주당 부대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현).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