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고용이 소득을 만든다…기업 먼저 살리자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5일 주요 신용 평가사와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마이너스 0.9%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플러스 성장이 가능하더라도 0%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2월 생산·투자·소비 등이 전월 대비 감소했다. 전월 대비 산업 생산은 3.5% 감소, 소비는 6.0% 감소, 설비 투자는 4.8% 줄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분기점을 2월 중순쯤으로 본다면 2월 통계는 충격의 일부분만 반영하고 있음에도 경제 위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월이 반영되는 통계에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거시 경제 변수들이 얼마나 격감할지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의 말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통화·금융의 충격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 자연재해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대공황’의 가능성은 낮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경제의 동반 추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미 올해 ‘슈퍼 예산’ 512조3000억원을 편성하면서 60조2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는데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느라 다시 10조3000억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 규모는 전년 대비 2배를 넘어선 70조원이 됐다. 또 국가 채무가 815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고 국가 채무 비율이 41.2%가 돼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를 역대 정부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경기가 위축될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 이견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퍼 주기식 현금 살포는 매우 우려스럽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없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복 지원은 재정 파탄만 초래할 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우선 소득 수준으로 50%가 넘어가는 계층을 하위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위 70%와 상위 30%는 같은 지점인데 그렇다면 연봉이 8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지원한다는 것이고 이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포퓰리즘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작금의 소비 위축은 소득이 없어서라기보다 경제 활동에 대한 제약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마구 나눠 주는 현금이 과연 경기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지원 대상 중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중위 계층은 지원금을 사용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해 오히려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이 기회에 고용과 소득에 대한 잘못된 접근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용이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지 소득이 생긴다고 해서 고용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재정 지출은 기업을 살리는 데 살뜰하게 효과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실업이 증가하고 결국은 소득과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소규모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타격이 가장 큰 산업 분야부터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물고기를 손에 쥐여 줘도 먹고 나면 다시 허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만 장기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듯이 고용을 담당하는 기업의 회복 없이 재정 건전성을 담보로 살포하는 지출로는 위기를 극복하기가 불가능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