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3세대 완전변경 모델 타보니...‘E클래스·5시리즈’ 넘는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완성차업계는 보통 신차를 출시하면서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수치를 ‘판매 목표’로 설정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3월 30일 주력 차종인 ‘G80’의 완전 변경 모델 ‘디 올뉴 지 에이티(The All-new G80, 이하 G80)’를 출시하며 잡은 목표 판매 대수(내수 기준)는 약 3만3000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악재 속에서 다소 무리하게 목표를 잡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전 계약을 시작하자마자 하루 만에 무려 2만2000대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순식간에 연간 판매 목표치의 67%를 달성한 것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제네시스 돌풍’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G80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주력 모델이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국내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 수입차 브랜드의 수요를 빼앗아 오겠다는 각오로 만들었다. 디자인·주행감·안전장치 등에서 그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제작됐다.

초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사전 계약에서 이미 ‘대박’을 터뜨린데 이어 최근에는 전시장을 찾아 G80를 시승해 본 이들이 벤츠나 BMW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호평’을 쏟아내면서 사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차를 잘 팔 수 있을까’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를 더 걱정하고 있다”며 “지금의 추세라면 판매 목표치를 무난하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80는 현대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차량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나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G80에 대한 평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대차에서 신차를 선보이면 어떻게든 결점을 찾아 깎아내리던 이른바 ‘현까(현대차 안티)’들도 “제네시스 G80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응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연 차량에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안티들마저 돌아서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G80를 타보기로 하고 4월 7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현대차 시승센터’를 찾았다. 시승차는 ‘가솔린 3.5 터보’ 풀 옵션 차량이다. 시승 코스는 현대차 시승센터부터 시작해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하는 약 100km 구간이었다.

◆고급스러움 유지하면서 날렵하게 변신


센터에 도착하자 시승을 대기하는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장에 들어서 있었다. 이 중에서도 단번에 눈에 띌 정도로 G80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실물을 두 눈으로 보면서 왜 2만 명이 넘는 이들이 외관만 보고 G80의 사전 계약을 결정했는지 이해가 갈 만큼 매력적이었다.

풀 체인지 모델인 만큼 G80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차에 따르면 세단이 갖출 수 있는 가장 세련된 비율과 당당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 대비 전폭을 35mm 넓히고 전고를 15mm 낮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차량의 앞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연결되는 유려한 곡선이 돋보였다. 고급 세단보다는 스포티한 쿠페에 가깝다는 인상도 받았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전면부에서도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신차(G90·GV80)들과 마찬가지로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크레스트 그릴은 가운데 방패 문양을, 쿼드램프는 양쪽의 날개를 상징한다.

외관을 평가해 본다면 이전 모델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를 뿜어내는 방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구형 G80는 중후한 느낌의 고급스러움이 강했다. 반면 신형 G80는 여기에서 군살을 제거해 한층 강인하면서 날렵해진 고급스러움을 보여줬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중년 남성이 독한 자기 관리를 통해 몸매를 근육질로 만든 뒤 몸에 딱 맞는 수제(비스포크) 정장을 걸친 이미지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여백의 미’를 강조한 내부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아날로그 버튼과 전자식 디스플레이를 적절하게 조합한 센터패시아 상단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14.5인치의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아래로 눈을 돌리면 원형으로 제작된 회전 방식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러를 장착한 것도 이전과 다른 특징이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대시보드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나무 질감의 ‘우드 트림’은 자칫 밋밋하면서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이 조합에 ‘세련미’와 ‘따뜻함’을 불어넣어 줬다.

착좌감도 만족스러웠다. 엉덩이부터 허리와 목까지 시트가 전체적으로 몸에 감겼고 체형에 맞게 허리 부분의 조임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었다. 오랫동안 운전하더라도 피로감이 덜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시간 운전 도와주는 ‘신기술’ 돋보여


시동을 켜자 작지만 왠지 모를 묵직함이 담긴 것 같은 엔진음이 들렸다. 동시에 운전석 핸들 앞 전자식 계기판(디지털 클러스터)에 불이 들어왔다. 속도와 분당 엔진 회전수(RPM), 주행 가능 거리와 시간, 연비 등 각종 차량 정보가 실시간으로 디지털 클러스터를 통해 운전자에게 제공됐다.

차로를 바꾸기 위해 깜빡이를 켜자 디지털 클러스터에 이동하려는 차로의 상황이 나타났다. 사이드미러나 백미러 없이 계기판만 보고 안전하게 차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이드미러나 백미러로 확인되지 않는 ‘사각지대’ 영역에 가려져 뒤차가 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차로를 변경하다가 흔히 나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주행할수록 G80의 진가를 하나하나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커다란 디스플레이의 특징을 살려 구축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AR 내비게이션을 작동하자 디스플레이에 화면이 최대 3개까지 분리됐다. 첫째 화면에서는 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실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옆에 차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언제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도 알려주니 운전하기가 한층 수월했다.

만약 차로를 밟거나 옆에 지나가는 차와 가까워지면 화면에 빨간색 표시가 나타나며 위험을 감지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는 차세대 융합형 센서 덕분이다. G80의 전방·전측방·후측방에는 레이더가 달려 있어 차 주변 상황을 빈틈없이 대비한다. 맞은편에서 오거나 추월 중 측면으로 접근하는 차뿐만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 등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해 주고 필요하면 직접 제동을 걸기도 한다.

둘째 화면은 길 안내를 하다가 어디에 ‘졸음쉼터’나 ‘휴게소’ 등 편의 시설이 있는지 등을 보여줬다.

셋째 화면은 길 안내와 예상 도착 시간 등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의 역할에만 집중했다. 이 밖에 운전석 앞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어 앞만 보고 달리더라도 현재 속도와 길 안내 위험 감지와 같은 간단한 정보들을 제공해 줬다.

혼잡한 도심을 달리면서 종종 과속방지턱을 넘어야 했지만 이때도 편안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프리뷰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에서 노면 정보를 인지해 적합한 서스펜션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차량에 장착된 첨단 기술들에 감탄하는 사이 어느덧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가속폐달을 밟아 G80가 얼마나 잘 달리는지 확인했다.

◆고속에서도 안정적 주행감 선사


이날 탑승한 ‘가솔린 3.5 터보’ 풀 옵션 차량은 최고 출력은 380마력(5800RPM), 최대 토크 54.0kg·m(1300~4500RPM)이다. 스펙에 걸맞게 고속에서도 기대를 뛰어넘는 주행감을 보여줬다.

다소 차량이 드문 구간에 진입하면서 테스트하기 위해 가속폐달을 시속 140km까지 밟아 봤다. 매끄럽게 계기판 속도가 올라갔고 흔들림도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감이 뛰어났다.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지만 내부는 조용했다. 커브 구간에서도 차체는 좌우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달려 나갔다.

한창 달리다 보니 눈앞에 차가 보여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의 반응성도 좋았지만 이보다 놀라웠던 것은 시트가 살짝 움직이면서 몸을 감싸준 부분이다.

여기에도 숨겨진 기술이 있다. 바로 ‘에르고 모션 시트’다. G80 운전석에는 7개의 공기 주머니가 내장돼 있다. 주행 상황에 따라 공기 주머니가 커지고 작아져 최적의 착좌감을 만들어 준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쉽게 후면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아도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차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시켜 줬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화면을 보면서 주차에 성공했다.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기술도 G80에 들어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키를 활용해 좁은 공간의 주차를 편리하게 돕는 원격 전·후진 기능은 물론 직각 주차와 평행 주차 기능까지 지원해 운전자의 주차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판매 돌풍’ 제네시스 G80...‘임원차’ 시장서 벤츠·BMW와 맞대결
G80는 디자인과 주행 성능, 각종 편의 품목에서 모두 만족스러웠다. 다만 초반에는 이 차에 다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을 교체하는 시기는 대략 5~6년 주기다. 2014년 생산된 차량을 몰던 이들이 G80를 구매해 탄다면 마치 새 스마트폰을 사서 기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다 익숙해지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요구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G80에는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불과 약 50km를 달리면서 어느 순간 G80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G80의 매력을 더욱 만끽하며 시승을 마무리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