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랑’
[서평] 외로움은 우리를 죽이지만, 친밀함은 우리를 살린다
◆친밀한 타인들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 이수경 역 | 프런티어 | 1만 6500원

[한경비즈니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평생을 곁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터놓고 솔직히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흔히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가 5명만 돼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면 가족·친구·연인을 다 합해도 서로 의지하고 의지가 될 수 있는 관계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선뜻 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은 중요한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이 1985~2004년 사이에 거의 세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바다 건너편에 있는 우리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힘들고 지친 순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없어 애꿎은 휴대전화만 한참 바라보는 순간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 외로움의 악순환에 빠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조반니 프라체토는 급격히 늘어난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외로움’을 전 세계적인 유행병이라고 진단하고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들을 경고한다.

외로움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며 흡연·비만·운동부족·대기오염과 마찬가지로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마음을 어둡게 하고 판단력을 흐린다. 즉 외로움이라는 필터가 장착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타인의 거절에 상처 입기가 더 쉽고 사회적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경계심과 불안감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친밀함을 되찾을 것을 조언한다.
“지금까지 함께한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 보라. 그러면 때로 세상이 변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타거나 불타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세상이 변한다.”

이 책은 ‘친밀감이 주는 행복의 시작점과 종착점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사랑을 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계에 의해 상처를 입을지라도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친밀한 관계다.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닫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계속 공허할 수밖에 없다.
친밀한 관계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거울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 기꺼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만 자신에게든 상대방에게든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고 거절당한다고 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간 심리와 관련된 최신 과학 연구 결과를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엮어 누구나 읽기 쉽게 풀어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 친밀함을 되찾는 방법부터 진정한 행복을 위한 마음가짐까지 원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심리 법칙을 총망라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 속의 자신과 타인의 심리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위기와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리 내면의 친밀한 관계에 대한 욕구와 불안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는 방법을 심리학·신경학·생물학적 정보를 통해 다각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친밀함’이라는 변화무쌍한 감정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을 열고 표현하고 맞춰 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 누군가와 더 가깝게, 더 오래 함께하는 관계가 더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