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정보통신기술 이용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개인 정보 이슈 해결이 관건

[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우리가 사는 도시는 인간 삶의 근간이자 터전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점점 더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의 도시화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쯤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교통 혼잡,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기후 변화, 범죄 등이 그것이다.
쓰레기 매립지를 최첨단 스마트 시티로… ‘사이드워크 토론토’ 프로젝트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마트 시티(smart city) 사업이다.


스마트 시티는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설·ICT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스마트도시조성및산업진흥등에관한법률 제2조)”를 말한다.


이러한 스마트 시티 사업은 2010년 초반부터 시작돼 현재 각국 정부들과 민간 기업들의 주도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시애틀·뉴욕·샌프란시스코·보스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를 혁신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와 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4개 도시에서 스마트 시티가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의 자사 자동차 공장 터를 개발해 ‘우븐 시티’라는 스마트 시티를 건설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0년 소비자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로봇,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통합 이동 서비스(MaaS : Mobility as a Service) 기술들이 적용된 실증 도시 계획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도 항저우시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함께 ‘시티브레인’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핀란드는 칼라사타마 스마트 시티를 진행 중이고 유럽연합(EU)·영국·싱가포르도 적극적으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토론토, 산업 쓰레기장을 친환경 미래 도시로
이러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도시 개발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와 캐나다의 ‘워터프런트 토론토(Waterfront Toronto : 캐나다 정부, 온타리오 주, 토론토시가 공동 설립)’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인 ‘사이드워크 토론토다.


‘사이드워크 토론토’는 토론토 온타리오 주 호수 서쪽의 50년간 산업 쓰레기 폐기장으로 쓰이던 퀘이사이드 지역과 포틀랜드 지역을 최첨단 ICT가 어우러진 미래 스마트 시티로 변모시키려는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다.


이 새로운 도시가 완성되면 로봇 택시, 자율주행 셔틀, 스마트 신호등, 쓰레기 재활용 분리 시스템, 모듈러 주택,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건물 관리 등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된 그야말로 똑똑한 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사이드워크랩스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최근 암초를 만났다. 바로 개인 정보 이슈다. 스마트 시티는 다양한 유형의 수많은 IoT 센서를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다 보니 광범위한 개인 정보 데이터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사이드워크 토론토’에 대해 토론토 시민 단체는 공공 영역에 민간 기업이 들어오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개인 정보나 데이터를 구글이라는 거대 기업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다. 도시에 설치한 IoT 센서나 구글의 스마트 홈 단말인 ‘네스트 캠’을 통한 이용자의 개인정보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개인 정보 사유화에 대한 우려로 ‘블록 사이드워크’라는 반대 단체도 등장한 상태다. 캐나다 인권 단체인 캐나다자유인권협회(CCLA)도 2019년 수많은 센서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에 따른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알파벳은 2019년 6월 스마트 시티화 계획 보고서 초안 발표 시 개인 정보 데이터를 광고나 별도 판매 형태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알파벳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책 혁신, 데이터 프라이버시, 지식재산권, 부동산 및 커뮤니티 참여 측면에서 정부와 관련 당사자들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드워크랩스는 기존 초안을 변경하고 스마트 시티에서 수집된 모든 데이터를 ‘어반 데이터 트러스트(Urban Data Trust)’로 보낸다는 추가 보완 조항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현재 ‘워터프런트 토론토’는 제안서와 관련한 최종 결정 시기를 5월로 연기한 상태다.
스마트 시티라는 개념은 사실 2000년 대 초반 주목 받았던 유비쿼터스 시티(U-City : Ubiquitous City)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ICT를 도시 공간에 접목해 최첨단 미래형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시티는 10여 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티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고려돼야 할까.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를 위해
첫째,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도시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통해 도시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도시가 지속적으로 자체 생태계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전시 행정적인 일회성 도시 개발 사업으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경제적·기술적 가치에 따른 접근보다 환경이나 재생 에너지와 같은 좀 더 보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회적 가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이드워크 토론토’의 성공 여부는 향후 다른 스마트 시티의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워크 토론토’는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토론토시, 나아가 전 세계의 도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계획대로라면 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 73%, 식수 소비량 65%, 매립 폐기물 발생량 9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직접 살아가는 시민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실제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시티를 건설할 때 궁극적인 목적 함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마트 시티를 위해 개발 중인 기술을 미래 도시에서 직접 실험해 보는 ‘리빙랩(living lab)의 활용’은 좋은 접근법으로 보인다. 리빙랩은 실제 도시 계획과 운영에 참여해 도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즉 직접 시민들을 스마트 시티 조성 과정에 참여시켜 관련 기술을 실험해 보고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아 기술이나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드워크랩스의 도시 시스템 총괄은 2018년 CES에서 스마트 시티 개발을 위한 시민 참여가 필수적이고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도시의 제 기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드워크랩스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 정보 남용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정책적 안전판이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과 관련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나 관련 당사자들의 균형 잡힌 정책과 윤리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