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합류로 재건 발판 마련…확 줄어든 글로벌 해운 물동량이 고민
사명 바꿔 달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하는 'HMM'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국적 컨테이너 선사 현대상선이 4월 1일부터 ‘HMM’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새로운 사명과 함께 글로벌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의 정회원으로 합류하고 초대형 선박들을 연달아 투입한다.

여러 변화와 함께 HMM은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게 됐다. 시급한 숙제는 2015년 2분기부터 18분기 동안 지속된 영업 적자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다. 정부도 ‘해운 재건 정책’을 통해 HMM에 꾸준히 지원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 사명 ‘HMM’ 달고 초대형 선박 잇달아 인도

HMM은 종로구 율곡로 사옥에서 4월 1일 새 사명 ‘HMM’ 선포식을 개최했다. 선포식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계자들만 참석하고 본사 및 국내외 전 임직원들에게 온라인으로 녹화 중계됐다. 새 사명 ‘HMM’은 주주·이해관계인·전문가·임직원 등 선호도 조사를 통해 확정했고 3월 27일 정기 주주 총회에서 최종 승인됐다.

4월 1일부터 HMM에 시작된 또 다른 변화는 해운 동맹 합류다. HMM은 ‘디 얼라이언스(THE Aliance)’의 정회원으로 10년간 합류하게 됐다. 디 얼라이언스는 세계 3대 해운 동맹으로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원(ONE), 대만 양밍이 속해 있다. HMM은 2017년부터 덴마크의 머스크라인, 스위스의 MSC가 속한 2M과 선복 교환, 선복 매입을 통해 제한적으로 협력해 왔다. 정회원이 아닌 준회원 자격으로는 사실상 해운 동맹의 목적인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 HMM은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화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 구조 개선, 서비스 항로 다변화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디 얼라이언스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지중해·북아메리카·중앙아메리카·중동·홍해·인도 등 전 세계 78개 항만에 기항하며 총 33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HMM은 27개의 서비스를 공급한다.

HMM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 구조 개선, 서비스 항로 다변화 등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HMM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체급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HMM은 4월 말부터 연달아 초대형 선박을 투입한다. 4월 28일 새로 건조한 2만4000TEU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에서 취항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부산 신항 HPNT 터미널(4부두)에 입항해 화물을 싣고 이튿날 중국 닝보로 떠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중 가장 크다.

HMM은 4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초대형선 20척(약 42만TEU)을 순차적으로 인도 받는다. 선박의 인도가 끝나면 HMM의 선복량은 약 90만TEU로 불어나 기존보다 두 배 이상으로 선복량이 확대된다. HMM은 향후 2022년까지 약 100만TEU 수준의 선복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알파라이너가 4월 7일 기준으로 집계한 컨테이너 선사 선복량에 따르면 HMM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 기준 총 450699TEU의 선복량을 확보해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신규 선박 인도분이 포함되면 8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명 바꿔 달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하는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해 경쟁력 확보

채워야 할 선복이 늘어난 상황에서 HMM 앞에 드리운 악재는 코로나19의 유행에 따른 물동량 감소다. 감염병으로 인해 전 세계의 공급 사슬이 무너지면서 컨테이너 선사들은 물량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해운 경기의 지표로 여겨지는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북유럽의 운임은 4월 첫째 주 TEU당 750달러에서 둘째 주 734달러로 떨어졌다. 상하이~북미 동안의 운임도 FEU(40피트 컨테이너 1대)당 2782달러에서 2720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은 임시 결항(blank sailing)을 통해 선복량을 감축하고 있다. 2M은 올해 2분기 동안 아시아~유럽 항로와 아시아~지중해 항로에서 각각 서비스 1개씩을 중단하기로 했고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도 5월 초까지 아시아~유럽 서비스 7회, 아시아~지중해 서비스 8회를 임시 결항한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비운항 선박은 역대 최고치로 2009년 세계 금융 위기보다 많은 246만TEU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102만TEU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스크러버(탈황 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입고됐지만 나머지는 물량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조만간 비운항 선박은 300만TEU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라이너는 “중국 관련 서비스에 집중됐던 2~3월과 달리 향후 추가 감선·감편은 유럽과 북미와 연관이 있어 더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형 선박을 투입한 HMM의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해운 동맹 정회원 합류와 초대형 선박 투입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상황에서 HMM은 3분기 영업 흑자 전환이라는 목표를 그려 왔다. HMM은 2015년 2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배재훈 사장은 사내 인터뷰를 통해 “당장 2분기에 영업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3분기 경영 정상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복량 확보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고 얼라이언스 합류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해운 시장의 물동량이 급감한다면 흑자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선사들도 올해 실적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머스크그룹은 2020년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55억 달러(약 6조7800억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 전망이 어려워 기존 수치를 유보한다고 수정했다. 다른 주요 선사들도 올해 실적은 전망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돋보기 : 글로벌 선사들이 주목하는 HMM의 스크러버 실험
올해부터 시작된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를 지키기 위해 HMM은 ‘스크러버(탈황 장치) 설치’를 택했다. 지난해 7월 HMM이 취항을 시작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프로미스호와 블레싱호는 1만TEU급 컨테이너선 중 스크러버를 설치한 최초의 선박이다. 글로벌 선사 중에서도 HMM은 상당히 빠른 조치를 시행해 향후 스크러버의 경제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MM은 2018년 7월 한진중공업에 인도받은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 메가 컨테이너선 중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했다. 또 지난해 인도받은 30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 5척에도 스크러버를 모두 장착해 IMO 환경 규제에 대비했다. 올해부터 도입할 예정인 초대형 선박에도 개방형·폐쇄형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를 설치해 친환경적인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했다.

2021년 2분기에 투입할 예정인 1만6000TEU급 선박 8척에도 스크러버를 모두 설치할 예정이다. HMM은 올해 중에 운영 선대의 약 70%까지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HMM은 외형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혁신(PI : Process Innovation)도 함께 추진 중이다. HMM은 지난해 9월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 1단계를 완료함에 따라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PI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회계(ERP) 시스템과 홈페이지 등 클라우드 전환 1단계를 시작으로 2단계에는 컨테이너와 벌크 운영을 위한 차세대 해운 물류 시스템 ‘뉴가우스(GAUS) 2020(가칭)’ 등 전사 모든 데이터와 주요 어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전환 작업을 올해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HMM이 독자 개발 중인 ‘뉴가우스 2020’은 운항·계약 및 예약·운송 등 선사 운영 정보를 비롯해 선박·인사·관리 등의 모든 정보를 관리하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이다. IT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함에 따라 비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국내외 글로벌 데이터센터에 시스템을 구축, 재난 상황에도 신속하고 중단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고객과 내부 시스템 사용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IT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