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주 시총 ‘쑥쑥’
-집콕족 늘며 ‘언택트주’ 대세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과거 대형 위기 전후를 돌이켜 보면 산업의 부상과 쇠퇴가 엇갈리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주도주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 왔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에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주로 떠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뒤에는 자동차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바이오와 비대면(언택트) 산업 관련주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 때마다 뒤바뀐 주도주…코로나19 이후에는?
◆외환 위기 이후 IT·금융위기 직후엔 자동차

외환 위기 직전인 1996년 말 국내 시가총액 1위와 2위는 공기업인 한국전력(15조4000억원)과 포항제철(현 포스코, 3조4000억원)의 몫이었다. 삼성전자(3조2000억원)는 3위에 그쳤었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2조7000억원)과 데이콤(현 LG유플러스, 1조3000억원)도 각각 4위와 8위였다. 신한은행(1조4000억원·6위)과 외환은행(1조3000억원·9위) 등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12개가 은행이었다.

그러다 외환 위기가 끝나자 판이 바뀌었다. 민간 IT 기업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과 관치금융 대신 시장 경제가 대세가 됐고 ‘닷컴 붐’에 따른 창업 열풍이 확산되면서부터다.

1999년 말 공기업이던 한국통신공사(현 KT, 55조9000억원)가 시총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전력(22조5000억원)과 포항제철(12조1000억원)은 각각 5위와 7위로 밀려났다. 그 대신 삼성전자(39조9000억원·2위), SK텔레콤(33조9000억원·4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8위), LG정보통신(현 LG전자, 11위), 삼성전기(12위) 등 IT주가 증시 주도주로 떠올랐다.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16위), 새롬기술(현 솔본, 25위), 한글과컴퓨터(28위), 다음(31위) 등 신생 IT 기업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재·산업주 등 경기 민감주 대신 자동차주가 부상했다.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말에만 해도 시총 10위권에는 포스코(50조1000억원·2위), 현대중공업(33조6000억원·3위), SK에너지(16조5000억원·9위) 등이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벗어난 2009년 이후 시총 순위가 대폭 바뀌었다.

2007년 말 시총 10위였던 현대차는(26조7000억원·3위) 2년 만에 순위가 일곱 계단 껑충 뛰었다. 30위권이던 현대모비스도 2009년 말 ‘톱10’에 진입한 뒤 2010~2011년엔 ‘톱5’까지 올라섰다. 60위권이던 기아차 또한 금융 위기 이후 급성장해 2011년 시총 5위에 들었다.

금융 위기는 IT주와 비IT주 간 양극화 심화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7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삼성전자 시총은 81조9000억원에서 333조1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6배, 네이버는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포스코의 시총은 반 토막이 났다.

금융 위기 이후 주도주가 바뀌는 일은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제너럴모터스(GM)·씨티은행·AIG 대신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빅테크)이 증시를 이끌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위기 때 살아남는 기업들이 주도주가 돼 왔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올 산업 구조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삼바·셀트리온 시총 증가 폭 두드러져
위기 때마다 뒤바뀐 주도주…코로나19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바이오가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4월 14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약 29조원에서 36조원으로 7조원 늘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상장사의 시총이 200조원 이상 증발하는 동안 이뤄낸 성과다.

시총 증가 2, 3위도 바이오주의 몫이었다. 셀트리온의 시총은 약 23조원에서 28조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8조원에서 12조원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시총 증가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2개가 바이오주다.

방송·게임·IT부품 등으로 구성된 코스닥 시총 상위주도 바이오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10위 내 바이오주는 세 곳에 그쳤다. 반면 4월 14일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1위)·에이치엘비(2위)·셀트리온제약(3위)·씨젠(7위)·헬릭스미스(9위) 등 다섯 곳이 포진해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3월 한 달 동안 코스닥 제약지수는 12.8%,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13.8% 상승하면서 주가 하락 폭을 일정 부분 회복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해야 할 업종은 체질 개선을 예고 중인 제약·바이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과 비대면 비즈니스 등의 확대로 기존 IT 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e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대주로 통했던 이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부 활동이 줄면서 전자 상거래와 웹툰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네이버와 게임주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 하향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은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36.3% 증가한 9675억원이다. 엔씨소프트는 121.4% 증가한 1조6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의 시총은 올 들어 약 12조원에서 14조원으로 늘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비대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우호적 시장 환경과 함께 하반기 네이버파이낸셜, 웹툰 글로벌 등 신사업의 극적인 성장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족’ 등이 늘면서 엔씨소프트의 PC·모바일 게임 매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올 4분기 예정된 ‘리니지2M’의 해외 진출과 차기작 출시 등의 이슈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카카오톡 이용 시간과 체류 시간이 늘면서 관련 광고·쇼핑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카카오도 기대주로 꼽힌다. 카카오의 시총은 올 들어 약 13조원에서 14조원으로 증가했다. 카카오는 올해 전년 대비 91.4% 증가한 3958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톡비즈보드·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캐시카우 외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커머스 부문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조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3호(2020.04.20 ~ 2020.04.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