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로 주가 방어 ‘초비상’-‘제로 금리’ 리스크에 장기 효과는 글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쇼크가 국내 주식 시장을 덮쳤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은행 중심 대형 금융지주의 주가 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주의 하락 폭은 33.6%다. 코스피지수 하락률 20.2%를 크게 웃돈다. 이에 주가 방어에 초비상이 걸린 금융지주 수장들이 적극적으로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 회장 나서자 경영진도 매입 행렬 동참

우리금융은 4월 14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4월 10일 장내에서 보통주 5000주를 주당 7588원에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사들인 주식은 총 3749만원 규모로, 손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한 것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2일 회사 주식 5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3월 말 코로나19 쇼크로 코스피지수가 급락하자 5000주를 추가 매입한 바 있다. 올 들어서만 총 1만5000주를 매입하며 손 회장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만 총 7만8127주에 달하게 됐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 외에 경영진도 적극적으로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원덕 우리금융 부사장은 두 차례에 걸쳐 총 7000주를 매입했다. 특히 코스피지수 급락 직후인 지난 3월 손 회장을 포함해 이원덕·박경훈·신명혁 부사장, 정석영 전무 등 경영진이 사들인 주식만 총 1만1782주에 달한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4월 8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5668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지난 2월 2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보유 주식은 총 6만5668주로 늘어났다.

김 회장 외에 함영주 부회장이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 3월 18일 5000주를 장내 매수한 데 이어 최근 부회장에 신규 선임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도 3월 24일 1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이날 50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총 1만9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황효상 부사장, 박의주 전무, 안선종·이종승 상무 등의 경영진도 매입 행렬에 동참하며 최근 한 달 동안 경영진 17명이 총 1만7425주를 매입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경영진의 회사 주식 매입이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3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겸 KB금융 개인고객부문장이 KB금융지주 주식 1260주를 매입한 데 이어 김성현 KB증권 사장 겸 KB금융 CIB부문장이 5000주, 김기환 KB금융 재무책임 부사장이 1000주, 이창권 KB금융 전략총괄 부사장이 700주를 매입했다. 여기에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지난 3월 KB금융지주 주식 6000주를 매입했다. 신한금융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박성현 상무, 장동기 부사장 등이 총 4272주를 매입했다.

지방 금융지주 회장들도 적극적이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6만여 주를 사들였다. 3월 6일 2만1800주를 사들이고 3월 19일과 23일, 26일에 걸쳐 3만6800주, 4월 들어 1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현재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BNK금융 주식은 10만1600주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총 2만여 주를 사들였다. 지난 2월 50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3월에 1만 주, 4월 들어 5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현재 김 회장이 보유한 DGB금융지주의 주식은 약 3만 주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또한 지난 3월에만 총 4만 주를 매입하며 금융지주 수장들의 회사 주식 매입 행렬에 가세했다. 같은 기간 김 회장을 포함해 JB금융지주 경영진 6명이 사들인 DGB금융지주 주식은 총 7만8000주다.

회사 주식 매입 나선 금융지주 ‘회장님들’
◆ ‘책임 경영’ 메시지에 주가 반등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식 시장에서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만 살펴보더라도 지난 1월 2일과 비교해 1분기에만 30% 정도 주가가 급락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1월 2일 1만1400원에 거래되던 주가가 현재 7930원을 기록하고 있고 신한지주는 4만2600원에서 현재 2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4만6550원에서 3만1500원으로, 하나금융은 3만5950원에서 2만3700원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주가가 최저가를 기록했던 지난 3월 말과 비교해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발 쇼크에 금융주가 유독 직격탄을 맞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등 악재가 불거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본격화된 ‘제로 금리 여파’가 치명타가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6일 코로나발 금융 시장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큰 폭의 금리 인하)’을 단행했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에 진입하면서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은행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비교적 높았다는 점도 코로나19 이후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에 충격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최근 들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회장 등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 기업 설명회(IR)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넓혀 가던 상황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IR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은행주의 낙폭이 두드러지면서 지난 3월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은 사상 최저 수준인 0.24배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0.37배) 때나 1998년 외환 위기(0.28배)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 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금융지주 경영진의 적극적인 회사 주식 매입은 최근의 주가 낙폭이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주들에게 책임 경영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금융지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침으로써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다. 실제 금융지주 수장들의 주식 매입 러시가 이어졌던 지난 3월 이후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소폭이지만 오름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은행주는 지난 3월 큰 폭의 초과 하락에 따른 반등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본다”며 “과거의 위기에서 경험한 학습 효과로 주가 폭락 이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 부양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어렵사리 ‘주가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추가 반등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더멘털의 개선 여부가 향후 주가 반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당장 4월 말부터 국내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줄줄이 공개된다. 4월 23일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4월 24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실적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는 4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은 KB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 순이익은 7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이지만 문제는 2분기다. 금융사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금융주들의 주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커지는 정책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지원에 정부가 은행을 통한 금융 지원을 주도하면서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초저금리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등 현재 은행권은 금융회사나 마찬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가 은행들의 지원 여력 강화를 위해 유동성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