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마땅한 후속 대안이 없어 물밑 논쟁만 뜨겁지만 미비한 정책의 후폭풍이 추가적인 감염 확대로 연결되면 퇴진 카드도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적 판단이 과학적 분석을 무시하며 전 국민을 패닉 상태로 내몰아 반발심과 위기감은 전에 없이 높다.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은 일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던지고 있다. 초기 대응이 안이했던 만큼 고삐 풀린 공포의 확대는 실물 경제를 넘어 심리 불안으로 파급된다. 사실상 열도 전체가 멈췄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중앙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자 개별 지자체의 각자도생적인 궤도 분리도 엇박자를 가속화한다.
애초 7개 광역 지자체에 한정해 긴급 사태를 선언하며 차등 대응에 나서자 지방의 반발이 잇따랐고 이후 47개 열도 전체로 대응 전선을 확대하는 자충수를 뒀다.
◆뒤늦은 정책으로 경제 전방위 위협 받아
문제는 열도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불확실성도 끝을 알면 시나리오별 대응이 구체화되는데 일본은 이제 시작이란 분석이 많아 불안감이 높다. 한계 효용 곡선처럼 꼭짓점을 모색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기하급수적인 나이키 곡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증가세의 확진자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는 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응급 의료 대응 부족마저 알려지며 국민들의 심리·경제적 공포감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그간 공고했던 ‘매뉴얼’이 기능 부전에 빠졌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자칭 타칭 한국의 조기 성과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 덕분이다. 아쉬운 면도 있었지만 정책이 끌고 국민이 밀며 감염 확대를 저지한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인 준수 항목을 설정해 이를 사회 전체의 캠페인으로 확장한 결과다.
반면 일본은 의외로 좌충우돌의 엇박자가 반복됐다. 도시 봉쇄와 외출 자제는 간극이 컸고 지표와 체감을 줄이는 매뉴얼은 뒤늦었다. 즉 대면적 의사 결정의 관행은 실질적 재택근무를 제한했다. 양립 조화를 위한 고용 변화가 한국보다 일찍 시작됐음에도 정작 위기 땐 실효성이 낮았다.
충격은 시차를 두고 확산된다. 자기 파산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은 급증세다. 각지의 상담 창구엔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상당수 국민의 생활 기반이 파괴되는 양상이다. 대면 접촉을 사업 모델로 갖는 업종·기업부터 적자 공포와 해고 행렬이 시작됐다. 관광·도소매·음식업 등은 전염병 때문에 망할지, 돈 때문에 끝날지 실질적인 위협 수준에 직면했다.
가령 관광 현장은 발병 전후 매출액이 95% 이상 폭감한 상황이다. 이젠 산업 전후방의 연관 소비까지 파산 후폭풍이 본격적이다. 언제일지 모를 긴급 재정이 숨통은 틔워 주겠지만 그때까지 버틸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파산’의 충격 공포다.
위기는 취약 계층부터 흔드는 법이다. 아르바이트·파견사원 등 고용 약자의 실업 공포가 상당하다. 일본은 그간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아 인재 부족이 상시적인 골칫거리였는데 이번 사태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손 부족보다 고객 감소가 커 직원 채용의 여지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학생·주부·고령자 등 시간제일수록 충격은 크다.
대학스포츠컨소시엄(KANSAI)의 설문 조사를 보면 1400명의 대학생 중 4월 이후 알바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이 74.8%에 달했다. 부모 등 가족 수입도 55.6%가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은 저축을 헐어 쓰며 핍박 소비로 버틴다지만 계속될 수는 없다. 기업의 채용 포기가 잇따르면서 취업 준비생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2019년에도 유효했던 회사를 골라 가던 공급 우위는 사라졌고 당장의 호구지책이 급선무로 떠오른다.
◆회복해도 상처는 지속될 ‘코로나19 사태’
그만큼 ‘코로나19 쇼크’는 역대급이다. 체감 공포는 길거리에서 잘 확인된다. 잘나가던 점포의 폐업 고지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고베항 개항 이후 150년간 1.2km에 걸쳐 만들어진 중앙 상점가 300개 점포 들의 고별 세일이 하나둘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창업 100년이 넘는 전통 명가로 손꼽힌다. 2011년 대지진을 극복해 낸 명물 점포도 코로나19 앞에선 무릎을 꿇는다.
도쿄 도심의 유명한 홍콩 스타일 중식 카페점인 ‘카코’도 4월 파산을 신청했다. 감염병의 확산으로 고객의 발길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숱한 경제 위기 속에 내성을 키워 왔던 관록의 가게들마저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방증이다.
외출 자제와 자숙 모드는 내수업계를 곤란에 빠뜨렸다. 일본 맥도날드는 1900개 점포의 점내 영업을 중지했다. 시간 제한형과 일부 휴업에 이은 고강도 대책이다. 테이크아웃·드라이브스루는 가능하지만 고객 급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스타벅스는 13개 광역 지자체 점포의 임시 휴업을 당분간 결정했다. 나머지도 오후 7시까지 영업시간을 줄인다.
건설업계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시미즈건설·다이와하우스 등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전국 현장의 원칙적인 공사 중지를 발표했다. 파급 효과가 큰 건설업마저 멈춰 서면서 지방 경제의 매출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지하 매장도 고전 중이다. 감염 방지를 위한 휴업 정책을 언제나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요상회는 이번을 계기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 150개를 아예 폐쇄하는 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가 불붙인 경영 악화의 초강수 대책인 셈이다. 도쿄상공리서치는 4월 중순 기준으로 코로나19 쇼크로 전국 63건의 경영 파탄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출이라고 버팀목일 수는 없다. 일본 수출을 받아 줬던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코로나19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이다. 3월 수출은 11.7%나 줄었다.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경제 활동이 동반 억제되며 3년 8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으로 기록됐다. 역시 무역 축소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전망은 어둡다.
일례로 도시바는 국내 거점 노동자 7만6000명을 대상으로 원칙적인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아직은 휴가 대체지만 장기화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5월 이후에도 일본 내 공장 일부의 가동을 멈춰 세울 계획이다. 감염 확대도 문제지만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 차원도 고려됐다.
기업의 실적 악화가 예고되면서 여름 보너스는 대폭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소비세 증세와 미·중 무역 마찰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실적 하락은 물론 체질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숙박·레저 등 비제조업이 문제다. 자금 순환이 어려워지면서 도산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너스 지급은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1인당 보너스액은 전년 대비 7.6% 낮은 35만2000엔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4월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의무화돼 파트타임 등에의 상여 지급이 전제된 추정치다.
전망은 밝지 않다. V자 회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촘촘해진 국제 분업으로 글로벌 경제가 단기간에 완전히 정상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흔히 비교되는 2008년 금융 위기는 금융 문제였기에 단기 회복이 가능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결코 단순하지 않아서다. 회복돼도 상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속도로 이전 회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상당한 혼선 속에 새로운 대응 체계가 전제·기능할 때로 한정된다. 어떤 분석이든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쓰이스미토모DS애셋메니지먼트에 따르면 팬데믹이 잡힌다는 전제하에 2020년 마이너스 4.8%, 2021년 2.7%의 성장률이 예상되는데, 이는 미·중보다 낮은 수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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