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재난 영화 주인공들은 위기에서 소중한 가치 깨달아…빠른 학습 능력, 신뢰와 리더십도 공통점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영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김광진의 경영전략]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된 지도 벌써 4개월째다.

하나의 이벤트처럼 잠시 휘몰아치다 지나가는 현상일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와 방심을 했던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뭔가 다른 준비가 필요한가’라는 위기의식과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코로나19라는 단어조차 익숙해져 버린 현시점에서 두 가지 현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 가지는 ‘포스트 코로나19’다. 불안감이 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미래의 희망을 담은 단어다.

또 한 가지는 ‘안전’이라는 단어가 사회와 기업의 모든 곳에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깊숙하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자


무시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놓고 기업과 조직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사실 이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거창한 정답이 담긴 경영서와 예지력을 갖춘 리더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얘기를 하나 해보자. 눈에 띄는 점은 요즘 인기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좀비·바이러스·지진 등 재난에 관련한 스토리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내용들은 대략 이렇다. 평화로운 일상이 갑작스러운 혼란에 빠진다. 평범한 주인공들은 정체 모를 존재로 인해 주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각기 살 방법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그룹 내에서 자기도 몰랐던 본성이 나오고 의심과 배신 등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준다.

온갖 말도 안 되는 시련을 겪고 이겨 내는 과정에서 감동을 만들어 내며 결국에는 ‘안전지대’라는 곳을 찾아 평화로움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한다.

너무나도 빤한 스토리인 데도 이 영화를 보겠다고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고 흥분하며 재미있게 본다.

최근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묻는 이들이 많다.

경영을 복잡하고 고귀하게 보지 말자. 필자의 CEO 경험을 돌아봐도 경영과 비즈니스는 처절한 현실이다.

사실 이 빤한 스토리의 영화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해답들이 거의 다 담겨 있다.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다. 주인공들이 안전지대에 갈 수 있었던 성공 요소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씩 확인해 보자.

첫째, 무엇이 소중하고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은 멘털이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의 한가운데서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 가며 주위 사람들과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와 기준을 표출하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격하고 힘든 소통을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한다. 갈등이 고조되는 어느 시점에 비로소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었고 또는 헛것이었는지 그리고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놓치고 있던 가치의 깨달음이 확신으로 바뀔 때부터 주인공의 힘이 대단해진다. 멋있기까지 하다. 그 모습에 우리는 ‘초집중’하며 공감하고 흥분한다.

둘째, 주위의 상황에 대한 판단 능력과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과거의 홀로 영웅인 슈퍼맨과 달리 최근에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 주인공 한 명의 초월적인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여럿이서 서로 다른 강점들을 활용해 힘을 합쳐 이겨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닥치는 위기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을 고집하지 않고 자기 능력과 한계를 인정한다.

◆솔직한 리더십으로 동기 부여해야


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활용하는 굉장한 집중력과 목숨을 건 용기를 갖고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교훈을 찾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셋째, 주인공은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 이런 영화의 스토리에는 동료를 버리거나 배신하는 캐릭터가 꼭 있다. 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관객의 흥분과 몰입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캐릭터는 꽤 많다.

주인공은 이런 존재들도 감싸 안고 나머지 캐릭터들과 강한 유대감과 신뢰를 구축하게 된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주인공이 보여주는 솔직함과 진솔함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함께 안전하게 탈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해 준다.

과거 필자의 짧은 CEO 경험을 비춰 봐도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영화 한 편에서 엿볼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는, 우리 기업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과 화두에 충분한 인사이트를 쉽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은 어떤 가치가 가장 중요하고 함께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까”, “새로운 성장을 위해 어떤 경험을 학습하고 경쟁력으로 키워 나갈까”, “우리 임직원 모두가 추구해야 할 리더십과 팔로십은 어떤 모습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전략도 세워야 하고 새로운 상품도 만들어야 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 활동도 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는 이러한 활동의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자 기본이다. 잠시 멈춰 서서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비즈니스와 조직을 ‘안전지대’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혹시 너무 억지스럽다고 느낀다면 우리 조직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어떤 상황인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