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병원 건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당장의 일거리는 줄어들었지만 또 다른 기회가 오고 있다.” 국내 건설사 한 임원의 말이다. 이 임원이 지목한 기회는 ‘해외 병원 건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해외 신규 발주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해외 건설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코로나19를 한국이 잘 극복하면서 ‘한국형 의료 시설’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벌써부터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병원 시설의 공법·설계 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해외 건설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 ‘병원’
실제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 시설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이 병실 부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복지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유럽조차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상대적으로 공공 의료 기반이 취약한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병원 부족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선박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축구장과 호텔도 임시 병동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시 상황에서나 볼법한 야전 병원을 지어 확진자들을 수용해 치료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에서는 확진자를 수용할 시설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환자들이 방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3월 초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역 내 의료 시설이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전국적으로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감염병 관련 시설을 늘려 온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의 의료 시설, 그중에서도 감염병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은 음압격리병실에 주목하고 있다. 음압격리병실은 내부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돼 있는 병실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음압격리병실이 국가 지정 198병상, 시·도 지정 189병상,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의무 설치에 따른 460병상 등 총 847병상이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일부 개인 병원 등에 설치돼 있는 음압격리병실까지 합하면 1000병상 가까이 된다.
더욱이 상황에 따라 일반 병실을 음압격리병실과 유사한 수준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시공 당시부터 설계된 병원들도 상당수여서 한국 병원의 감염병 관련 시설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음압격리병실을 보유한 의료 시설을 짓기 위해선 고난이도의 특수 건축 공법이 필요하다.
병세에 따라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병실, 의료진의 처치를 위한 병실의 동선, 응급 상황을 고려한 시설, 병실 목적에 따른 환기 시설 등이 각 병실과 각층마다 달라야 하는 만큼 특수 설계와 시공이 필요하다.
여기에 첨단 의료 장비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건물 전체를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첨단 정보기술(IT)까지 갖춰야만 한다. 단순히 아파트나 빌딩 등을 만드는 획일화된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음압격리병실을 보유한 의료 시설을 시공할 수 있는 건설사 역시 손에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시설에 대한 발주 자체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현대건설과 쌍용건설 등 일부 대형 건설사만 해외 시공 실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 이들 건설사에 병원 건립을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싱가포르 보건부에서 발주한 미래형 종합병원 공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약 1만2000병상에 달하는 첨단 의료 시설 시공 실적을 보유한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첨단 의료 시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해외 건설 시장 진출 확대 전략의 하나로 첨단 의료 시설 시공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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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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