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포스트 코로나’ 소비 행태 변화에 대비하라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1분기 소비 지출이 역대 최대로 감소했고 소득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53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지만 가계 지출은 39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조금 증가했지만 지출은 더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소비 지출 동향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항목은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10.5%로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보건이 9.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하락한 항목은 의류·신발이 마이너스 28%로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고 교육 마이너스 26.3%, 오락·문화 마이너스 25.6%, 가정용품·가사서비스 마이너스 11.6%, 음식· 숙박 마이너스 11.2% 순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외식 활동이 줄었지만 가정에서의 음식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식료품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1분기에 소비 지출에서 가장 크게 증가한 식료품은 온라인 쇼핑 매출 증대에도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체 소매 판매액 473조원 중에서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액은 101조4000억원으로 비율이 21.4%로, 2018년 18.8%에서 2.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액은 지난 3월 더욱 증가해 소매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8.2%로 뛰어올랐다.

온라인 쇼핑 상품 거래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상품군은 단연 음식료품이다. 특히 신선식품·가정간편식(HMR) 등의 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러한 소비 행태의 변화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있어 보인다. 이미 1인 가구 증대와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가정을 중심으로 한 소비 증대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그 경향을 더욱 증대시킨 것이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사무 공간 활용을 줄이고 재택근무 비율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기업들이 앞으로도 재택근무의 장점을 살리면서 비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수업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학교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강화해 둔 상태이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를 위한 환경은 상당히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무실이나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의 확대 또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정에서의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온라인 거래와 커뮤니티 중심으로 소비 활동이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 신축되는 아파트들의 특징을 보더라도 공동 공간인 커뮤니티 시설의 확대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던 국민들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익숙해지면서 이 시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에 일어날 소비 행태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정부 또한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응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적 안정을 빠르게 이뤄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