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힘들고 어려울수록 빛이 나는 ‘오늘’의 의미
◆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 노진선 역 | 마시멜로 | 1만5800원

[한경비즈니스= 이혜영 마시멜로 편집자]가끔씩 인생은 우리 몫으로 정해진 최고의 행복과 최악의 불행을 하나로 합쳐 같은 날에 던져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처럼…. 딱 떨어지는 꽉 찬 숫자만으로도 기대에 차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미래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2020년 지금, 이렇게 따뜻한 봄날을 맞아 그 어떤 계획도 대안도 세우지 못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그것이 진짜 인생인지도 모른다. ‘가끔씩 인생은 우리 몫으로 정해진 최고의 행복과 최악의 불행을 하나로 합쳐 같은 날에 던져준다’는 첫 문장으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는 캐서린 아이작 작가의 ‘유 미 에브리싱’은 그런 의미에서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

십 년 전 아들 윌리엄이 태어나던 가장 기쁜 순간에 아이의 친부이자 첫사랑인 애덤과 이별을 결심해야 했던 소설 속 주인공 제스처럼 우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수많은 아이러니한 상황과 마주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어서 더 뭉클한 제스의 이야기

영국의 맨체스터에 사는 서른세 살의 제스는 열 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녀는 아들 윌리엄의 여름 방학을 맞아 풍부한 햇볕이 내리쬐는 프랑스 도르도뉴의 한 시골 마을로 5주 동안의 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아름다운 샤토 드 로시뇰성, 그곳에는 제스의 십 년 전 남자 친구이자 윌리엄의 친부인 애덤이 이름난 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어느새 불쑥 커버린 아들에게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기 위해 10년 전 헤어진 남자 친구와 다시 엮이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겉보기엔 그저 낭만적이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즐기러 떠난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오래전 끝나 버린 연인과의 재회 이상의 복잡한 사연이 있고 제스는 이곳에 온 진짜 이유를 혼자만의 비밀로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아이와 친부를 가깝게 만들려는 진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소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로맨스 소설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가족 소설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철저히 제스의 시선에서 현재형 시점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현재형 서술은 자기와는 거리가 먼 소설 속 인물이 아닌 마치 현실 속 자신의 이야기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매개가 된다.

기쁨과 슬픔, 불안과 희망, 오해와 이해라는 파노라마 같은 인생의 이면을, 남녀 간의 동화 같은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매우 현실적이어서 더 불안정하고 부실한 가족 이야기를 읽는 내내 따뜻하고 진정성 있게,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고 가슴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이유로 출간과 동시에 제2의 ‘미 비포 유’로 소개되며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오랫동안 회자될 수작으로 평가받았고 라이언스게이트 영화사를 통해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인생이 핑크빛 미래만 기대할 수 없듯이 때론 힘든 시기도 필요하다. 어둠으로 들어가야 우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

“나는 이제 어떤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지금의 현실이 버겁고 힘들지라도 그럴수록 자기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가, 아이가 해주는 뽀뽀가, 초콜릿 한입과 와인 한 모금 그리고 눈부신 햇살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물론 웃음과 눈물은 덤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