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증세’ 아니라 ‘조세 체계 변화’ 논의할 때 [김상봉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5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2월 20일을 포함하는 1분기에 통합재정수지는 45조3000억원 적자이고 관리재정수지는 5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이미 2019년 관리재정수지 54조4000억원을 1분기 만에 넘었다. 이러한 추세에 일부에서는 증세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증세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조세 체계 변경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조세는 크게 국세와 지방세가 있다. 국세는 내국세와 관세로 구분된다. 내국세는 직접세·간접세·목적세로 구분된다.

직접세에는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가 포함된다. 간접세에는 일반 소비세인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유통세가 포함된다. 목적세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농어촌특별세가 포함된다.

그런데 이러한 국세 통계를 이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조세를 직접세와 간접세로 분류하지 않고 소득과세·소비과세·재산과세·국제거래에 대한 과세 등의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류에 따르면 △소득과 이익에 대한 과세(Taxes on income, profits, and capital gains) △급여와 인력에 대한 과세(Taxes on payroll and workforce) △재산에 대한 과세(Taxes on property) △재화와 용역에 대한 과세(Taxes on goods and services) △국제 거래에 대한 과세(Taxes on international trade and transactions) △기타 조세(Other taxes)로 구분된다. 물론 각 과세 내에 세부 내용이 존재한다.

또한 직접세와 간접세 중 어느 세목이 정확히 직접세인지 또는 간접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직접세는 납세자(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와 담세자(실제로 조세를 부담하는 자)가 동일해 조세 전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조세다.

간접세는 납세자와 담세자가 다르기 때문에 조세의 전가가 일부 이뤄지는 조세다. 하지만 조세의 전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전부 전가되는 세목은 없다.

여기에 목적세는 특정 부문의 세출에 직결되는 형태이지만 진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목적세가 되기 위해 징수된 세금은 사전에 정해진 용도에 사용돼야 한다. 또한 용도로부터 받는 혜택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목은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목적세 고유의 의미와 괴리가 있거나 본세에 부가세(surtax) 형태로 과세된다.

이 때문에 본세의 한계 세율을 높여 초과 부담이 커지게 할 수도 있다. 세입이 용도가 정해진 상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지출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소득 계층에 따른 세율 증가로 인한 조세 저항을 불러오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역진성이 있는 부가가치세율을 증가시키거나 이미 이번 정부에 높아진 법인세율 증가 등과 같은 방식으로 증세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 창출, 소득 재분배, 세입 기반 확충 등의 3대 기본 방향에 대해 조세 체계부터 먼저 살펴봐야 할 때다.
조세의 역진성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을 조세의 역진성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부가가치세로, 모두에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들보다 소득 대비 더 많은 비율의 세금을 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