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정부 때보다 배 이상 올라
- 통화량 22.4% 늘며 돈의 가치 하락이 핵심 원인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5.94%에 달했다.
연평균 상승률이 2%가 되지 않고 이전 박근혜 정부의 초기 3년 상승률 8.33%에도 못 미치는 상승률이니 표면적으로는 시장이 상당히 안정화됐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서울 지역은 24.9%나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의 네 배 이상 수준이다. 반면 경남(-12.1%), 경북(-11.1%), 충북(-10.7%)은 10%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다.
◆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로 요약 현 정부 들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3.7%나 된다. 이는 박근혜 정부 3년간의 상승률 6.4%보다 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지방 소재 5개 광역시의 상승률은 2.8%에 그쳐 박근혜 정부 3년간의 상승률 13.6%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방 소재 5개 광역시 내에서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대전(15.6%), 광주(6.6%), 대구(4.6%)는 상승한 반면 울산(-8.6%)이나 부산(-2.4%)은 집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도 광역시가 아닌 지역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전남(3.1%)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졌다. 이들 지역의 평균 하락률은 마이너스 7.4%에 달하는데 박근혜 정부 때 7.0%나 상승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한마디로 현 정부 3년간 아파트 매매 시장의 양상은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로 요약된다. 지방에서는 특히 영남권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호남권은 하락세에서 비켜 간 모습이다.
특이한 것은 충청권인데 대전(15.6%)과 세종(10.2%)은 강세를 보인 반면 충북(-10.7%)과 충남(-6.2%)은 하락세가 깊어 갔다. 같은 충청권이라도 충북이나 충남의 투자 수요가 대전과 세종에 쏠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와 강원은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하락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차별화는 전세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7개 지역만 전셋값이 올랐고 나머지 10개 지역은 전셋값이 3년 전에 비해 하락했다. 전국 평균 전셋값 하락률은 마이너스 0.47%로 매매가가 5.94%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상당수의 실수요자가 임대 시장을 떠나 매매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지역별 특성이다. 전셋값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매매가도 올랐고 전셋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매매가도 내렸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전셋값이 약간 내린 경기도를 제외한 16개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전세 시장이나 매매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순한 실수요의 증가만은 아니다. 어떤 지역의 인구가 늘어나면 전셋값과 매매가가 오르고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전셋값과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대전(-2.5%), 서울(-2.0%), 광주(-0.8%)는 인구가 줄어든 지역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전셋값과 매매가가 많이 떨어진 제주(3.6%), 충남(0.6%), 충북(0.3%)은 인구가 전국 평균(0.2%) 이상으로 늘어난 지역이다. 집값 등락과 인구 증감의 상관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 수도권은 공급 부족, 지방은 공급 과잉 그러면 무엇이 상승 지역과 하락 지역으로 갈랐을까. 공급 과잉 지역인지, 아니면 공급 부족 지역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수도권은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 말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1만7169채였는데 3년이 지난 2020년 4월에는 3783채로 78%나 감소했다.
물론 같은 기간 동안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도 24%가 줄었지만 수도권 소진 속도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절대치다. 2020년 4월 말 기준으로 지방에는 아직도 3만2846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있다.
이는 수도권 3783채에 비하면 9배에 가까운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수가 거의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은 공급 부족, 지방은 공급 과잉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광주와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미분양 물량이 1만 채가 넘는 경남과 같은 지역이 있기에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는 집값과 유동성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와중에도 부동산 시장은 견고하게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12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억7483만원이었다.
올해 들어 매매가는 1월 3억7803만원, 2월 3억8778만원, 3월 3억9409만원, 4월 3억9597만원, 5월 3억9698만원으로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오르고 있다. 물론 어떤 특정 단지는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들의 평균인 전국 평균 매매가가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는 뜻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집값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3월의 통화량(M₂)은 2437조원이었지만 3년이 흐른 올해 3월의 통화량은 2983조원으로 22.4%가 늘어났다.
물론 이 기간 동안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진 것도 있지만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힘입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같은 기간 동안 3억1949만원에서 3억9409만원으로 23.4%나 올랐다.
통화량 증가분 22.4%보다 약간 더 오른 상태다. 결국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많은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미시적으로 일부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수요와 공급 그리고 유동성 확대라는 기본 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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