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정몽규 HDC그룹 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재협의 제안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재검토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6월 9일 성명문을 내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재협의하자고 요청했다.

HDC현산은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KDB산업은행과 2조4999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 업황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계약 시점에 비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성명문에서 “계약 체결 이후 불과 5개월 사이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지난해 6월 말 대비 1만6126% 급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며 “1분기 말 현재 자본 총계도 지난해 6월 말보다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계약 체결 당시엔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HDC현산은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 4월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되며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HDC현산은 성명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조건 재협의 등을 통해 인수 작업이 성공적으로 종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계약상 최종 기한일 연장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인수 계약 종결 시한은 6월 27일이었다.

시한을 미루면서 매각 조건을 완화하는 협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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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