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금융 판을 흔드는 진격의 테크핀]
- 카카오와 네이버의 금융 플랫폼 경쟁…토스·웹캐시·에임·뱅크샐러드 등 ‘테크핀’ 기업 가세
IT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가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전통적인 금융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핀테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2014년 말부터 금융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소규모 IT 기업이 금융사의 서비스를 개별화해 사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공인 인증서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 은행의 계좌 번호가 아닌 전화번호만 이용해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가 출현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추진과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매년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창립 당시인 2016년 4월 109개 회원사에서 2019년 10월 기준 총 328개 회원사로 3년 동안 3배 이상 꾸준히 증가했다. 송금·결제·대출·자산 관리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가는 중이다. 핀테크를 넘어 IT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테크핀(techfin)’으로 금융업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금융
네이버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CMA이지만 통장이라는 이름으로 은행의 고유 영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뿐만 아니라 통장과 연계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이라면 혜택을 최대 9%포인트 받을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네이버는 2015년 6월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출시하면서 전자 금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특히 작년부터 눈에 띄게 금융업 진출이 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전자 금융업으로 금융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면서 은행 고유의 수신 업무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르면 7월에 후불 소액 결제 서비스까지 가능해져 신용카드업으로 업무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좋은 조건을 내세운 네이버통장이 눈길을 끌자 은행들도 위기감을 내비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가 연계해 최대 8%대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등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이 네이버통장에 긴장하는 이유는 앞서 카카오뱅크가 쏘아올린 모바일 뱅킹 경쟁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국내 제2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이 23조4000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3월에는 5%대 수익률을 보장하는 증권 계좌를 출시했다. 향후 자산 관리·투자·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시장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시가총액 4위, 카카오는 10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금융 부문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대면 트렌드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금융 분야로의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업에서 내놓지 못한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고 기존 결제 서비스와 연계하면서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대형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을 의미하는 빅테크로 불리면서 신흥 금융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 시장은 기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권 내 경쟁에서 이제는 금융 산업과 빅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고 언택트 문화로 기존 금융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통장 등 금융 상품 혜택 확대에 주력하며 금융 기능을 자체 플랫폼 내에 구축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테크핀 기업들이 신흥 금융 강자로 가세한다. 간편 결제 1위인 토스, 자산 관리 1위인 에임, B2B 테크핀 1호 상장사 웹캐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세틀뱅크, 모바일 자산 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 등이다. 각 분야별로 금융 시장의 틈새에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IT 업고 부상한 신흥 금융 강자들


미국·중국에서도 테크핀 열풍
디지털 플랫폼 형태의 테크핀 기업들이 가지는 특장점은 금융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구조라는 것이다. 조용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초기 단계인 송금·결제 영역에서는 ‘편의성’과 ‘신뢰성’, ‘수용성’과 ‘확장성’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이 이미 주도적으로 섭렵하고 있고 향후 각자의 영역에 부합되는 종합 금융 서비스와 데이터 사업자로서의 확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2025년께 기존 금융회사들은 수익의 40%를 테크핀 기업에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김민아 애널리스트트는 “국내 금융 업종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9% 감소했고 빅테크 기업의 금융 시장점유율이 확대될수록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 감소분은 빅테크 업종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테크핀 기업들에 기대감이 커진 배경에는 해외에서의 성공 사례가 있다. 2020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과 파트너십 강화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8월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출시했고 구글은 올해 지급 결제용 은행 당좌 계좌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앤트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꾼 뒤 금융 서비스에 본격 진출해 인터넷 은행과 대출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증권·보험 등으로 확장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테크핀 기업이 됐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도 앤트파이낸셜 모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 그룹 안에 입점한 중소상인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하면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증권·보험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내 입점한 중소상인 대상의 대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업에 진출한 뒤 기존의 카카오페이 계좌를 증권 계좌와 연동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격에 따라 전통적인 금융권에서도 트렌드 변화가 예상된다. 온라인 대출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고 온라인 대출 관련 테크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결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주사를 중심으로 핀테크 랩을 만들어 기술 기반의 테크핀 업체들을 입주시키고 시드 머니를 제공하며 협업을 늘려 가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는 오픈 뱅킹을 본격 적용한 후 테크핀 기업과의 협력 확대가 불가피하다.

향후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면 또 하나의 경쟁의 판이 열린다. 은행·카드·보험·통신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 거래 정보 등을 일괄 수집해 금융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상품 추천, 금융 상품 자문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올 초 ‘데이터3법’ 가운데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마이데이터 시장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사업 허가 희망 의사를 밝힌 곳은 금융회사 55개와 테크핀 기업 20개, 비금융 회사 41개 등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테크핀 업체들도 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 금융 강자로 떠오른 테크핀 업체들은 금융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택트 환경에서 오프라인 은행들은 점포를 줄이고 테크핀 기업의 기술을 받아들여 모방·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다양한 상품과 혜택 등 금융 편의성을 누리는 셈이다. 특히 기존 1금융권의 사각지대였던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신용 평가 모델에 근거해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은 신흥 금융 강자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부분이다.

한편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 플랫폼으로서 유통의 힘이 커지면 제조업에 필요한 시설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단순 유통하면 신용 리스크를 지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양한 상품을 혁신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반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을 발굴해 대출해 주기보다 다양한 펀드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등 수수료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부분으로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aris@hankyung.com

[금융 판을 흔드는 진격의 테크핀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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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