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금융 판을 흔드는 진격의 테크핀]
네이버파이낸셜, 페이·통장으로 ‘금융사’ 역할 수행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출시한 ‘네이버통장’이 금융권에 ‘메기 효과’를 톡톡히 일으키고 있다. 연 3%의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저금리 시대 소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상품은 기준 금리가 인하돼 이자가 0%대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은 예치금 보관에 3%의 수익을 줌과 동시에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도 적립할 수 있다는 두 개의 혜택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출시와 함께 기존 금융사들의 견제 상품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네이버통장은 누구나 금융 혜택을 쉽고 편리하게 누리는 것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 분사 이후 처음 내놓은 금융 상품으로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이 지향하는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네이버파이낸셜, 페이·통장으로 ‘금융사’ 역할 수행
◆8월까지 조건 없이 100만원 내 3% 수익률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지난 6월 8일 출시한 네이버통장은 수시 입출금식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이다.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뿐만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한다.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의 ‘더블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신분증만으로 쉽고 빠르게 통장 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 기준으로 100만원까지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출시를 맞아 8월 31일까지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100만원 내 연 3%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9월 1일부터 전월 결제 금액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의 수익률을 적용한다.

네이버통장의 또 다른 장점은 네이버페이와의 강력한 연동이다. 금융·쇼핑·결제 간 상호 연결 경험을 제공해 네이버통장으로 충전한 페이 포인트를 네이버 쇼핑·예약 등 다양한 네이버페이 이용처에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네이버페이는 사용자 3000만 명(2019년 3분기 기준), 월 결제자 수 1250만 명(2020년 1분기 기준)을 보유한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 결제 서비스다. 네이버에서 상품을 찾는 사용자들에게 검색부터 결제까지 끊김 없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15년 6월부터 시작됐다. 간편 결제 기능뿐만 아니라 개인 간 송금, 체크아웃(네이버 아이디 간편 로그인), 포인트 적립·충전, 반품·교환·배송 관리까지 전자 상거래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포함했다.

이미 네이버 안에서는 웹툰·쇼핑·음악 등 수많은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통장의 출시로 네이버페이 결제 시 혜택이 더해짐으로써 네이버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네이버통장은 일반적인 은행권의 ‘통장’과는 조금 다르다. 예금과 적금을 말하는 은행권의 통장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전된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은 증권사 CMA로 원금이 보전되지 않는다. CMA는 소비자들이 입금한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해 수익금을 이자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시중 금융권은 네이버가 ‘통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페이·통장으로 ‘금융사’ 역할 수행
◆한국의 ‘앤트파이낸셜’ 노린다

네이버는 금융업 진출에 대해 ‘네이버 은행은 없다’고 이미 선을 그은 상황이다. 대신 기존 간편 결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종합 금융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페이·네이버통장을 통해 기존 금융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자층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하며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 초년생·소상공인·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의 VIP가 아니라 웹툰이나 뮤직 서비스를 소액 결제하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이들의 결제 패턴을 ‘네이버 안’에 묶어 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한 네이버는 2019년 11월 네이버페이CIC(사내 독립 기업)를 물적 분할 형태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은행 대신 전자 금융에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의 방향을 틀었다. 동시에 자회사를 통해 금융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장 큰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네이버페이를 통해 월 1250만 명 이상의 결제자 수를 확보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올 초 네이버는 실적 발표회를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 충전액이 전년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네이버쇼핑은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의 ‘테크핀’에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네이버가 정보기술(IT) 기업으로서 보유한 기술력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테크핀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테크핀은 IT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에 금융을 접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테크핀 기업은 중국 기업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전략도 앤트파이낸셜과 닮아 있다. 전 세계 8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알리페이’를 통해 테크핀 기업으로 우뚝 선 앤트파이낸셜처럼 네이버페이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IT를 활용해 신 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등 네이버파이낸셜만이 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도입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네이버의 신규 성장 동력으로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역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성숙 네이버 사장은 올 초 실적 발표회에서 신사업으로 ‘금융’을 강조했다. 한 사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네이버 소셜 로그인 이용자들이 아이디 기반의 인증을 통해 페이나 계좌 등록과 증권·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등 고관여 금융 서비스를 출시해 종합 자산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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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