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타파]“고용디딤돌로 취업...나이 많고 스펙 낮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사실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말은. 이번 시리즈는 ‘탈스펙’ 간증기다.


① ‘미미네 미니어쳐’ 우은혜 씨 “재미있어서 시작한 것, 그게 다였죠”

② KT 삼수생, 달인채용으로 서른에 ‘날다!’

누가 참스펙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삼채총각’을 보게 하라

④ LG생활건강 괴짜전형 “20년 간 곤충만 모은 서른 살 신입사원 이야기”

‘홍대에 번쩍, 여의도에 번쩍!’ 일문학도의 유니클로 슈퍼바이저 성장기

⑥‘케어’ 김은일 팀장, 10년 디자인경력 뒤로 하고 유기동물의 엄마가 되다

⑦ “고용디딤돌 통해 취업...나이 많고 스펙 낮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미미네 미니어쳐’라는 이름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우은혜 씨(34)는 ‘덕업일치’의 산증인이다. 우 씨도 시작은 직장인이었다. 전공으로 한 의상디자인 재능을 살려 9년 간 의류회사에서 일했지만 그를 인터뷰이로 만든 데 이 경력은 그닥 중요치 않았다.

현재의 우 씨는 미니어처 공예가다. ‘부엌’을 테마로 주방용품은 물론 아예 음식도 만든다. 그의 블로그 구독자는 1만여 명. 제작 영상이 담긴 유튜브는 개설 1년 만에 구독자 4만5000명, 누적 조회수 5400만 회를 돌파했다. 수입 역시 직장인일 때보다 훨씬 짭짤하다.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따라 온 결과물이다.

성공한 덕후, 우은혜 씨는 말한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3개월 만에 영상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 “그래 해보자!” 결심

지난 해, 9년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1년 쯤 쉬었나? 우연히 미니어처 사진을 봤는데 마치 오랜 꿈이 되살아나듯 ‘너무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이 아니었다.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는데 이게 ‘빵’ 터졌다. 3개월 만의 일이다. 별달리 홍보를 한 것도 아니었다.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한 게 방법이라면 방법. 그런데 마침 최근 취미로 미니어처를 만드는 사람이 늘면서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 앞 뒤로 붙인 광고에서 수익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겠구나!”를 깨달은 건 바로 이때였다.


[스펙타파] ‘미미네 미니어쳐’ 우은혜 씨 “재미있어서 시작한 것, 그게 다였죠”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게 잘 될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선뜻 시도하지 못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생각만 가득했죠. 그러다 그냥 해봤는데 생각지 못한 길이 펼쳐진 거예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죠.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옮기기만 했는데 이게, 되더라고요.”


우 씨는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재봉틀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으셨던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옷이며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가 한 일은 주로 도식화까지였다. 직접 만드는 일은 늘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취미로 혼자 손거울도 만들고 액자도 만들었다. 그냥 좋아서, 그게 다였다.

간혹 영상에 그의 얼굴도 등장하는데 덕분에 요즘은 나름 ‘유명인’ 체험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엔 놀이공원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달려오는 초등학생에게 친필사인도 선물했다. 어린 조카는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며 ‘인증사진’을 찍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진짜 갈리는’ 믹서기


[스펙타파] ‘미미네 미니어쳐’ 우은혜 씨 “재미있어서 시작한 것, 그게 다였죠”

그가 꼽는 인기비결은 꾸준함이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영상을 올리는 것’이 우씨의 철칙. 그래서 요즘 그를 괴롭히는 게 바로 마감 스트레스다.


처음엔 일주일에 세 개 영상을 올렸는데 점점 힘에 부쳐 월 1~2개로 줄였다. 대신 이 원칙만큼은 꼭 지키려 노력한다.


“영상을 찍는 데만 길게는 10시간이 걸려요. 특히 하드보드지나 아크릴판 같은 정교함이 필요한 재료는 손이 굉장히 많이 가거든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편집이에요. 영상을 자르고 나레이션이랑 음악까지 입히면 기본 8시간은 필요한 대작업이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은 역시 한국인의 동반자 ‘치킨’이다. 보글보글 끓는 기름소리에다 양념반 후라이드반의 절묘한 조합이 더해지며 조회수 16만을 찍었다. 댓글도 4000개 가까이 달렸다.


또 유씨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믹서기다. ‘진짜 갈리는’ 믹서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온라인 어린이 교구 쇼핑몰에서 RC카용 미니모터와 미니버튼을 발견한 덕이다. ‘과연 될까’했던 게 ‘정말 됐던’ 순간 느낀 전율은 아직도 생생하다.

[스펙타파] ‘미미네 미니어쳐’ 우은혜 씨 “재미있어서 시작한 것, 그게 다였죠”


현재 수입은 얼마일까. “어유, 직장인일 때보다는 많죠.” 그의 대답이다. 기본 수익처는 영상.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광고를 추가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데, ‘조회수 폭발’ 덕에 늘 일정금액이 따라온다. 최근에는 기업광고 의뢰도 들어온다. 브랜드 제품을 미니어처로 만들고 영상을 찍어 홍보하는 형태다.


반면 재료비는 거의 없다. 작품당 평균 1~2만 원선. 거의 안 들 때도 많다. 대부분 쓰던 것을 재활용한 덕이다. 부엌 바닥은 아이스크림 막대로, 냄비는 소주뚜껑으로 만들었다. 새로 구입한다 해도 철물점이나 문구점, 천원숍 정도면 대부분 오케이다.

해보세요, ‘일주일에 7일 매달리는 고된 작업’이라도

얼마 전, 우 씨는 같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있는 소속사에도 들어갔다. 양띵, 김이브 등이 그와 한식구다. 이 소속사와 함께 최근 쇼핑몰을 제작하고 미니어처 DIY세트를 판매할 계획이다.


[스펙타파] ‘미미네 미니어쳐’ 우은혜 씨 “재미있어서 시작한 것, 그게 다였죠”



우 씨는 ‘일단 해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힘든 점도 있다. 일주일에 7일을 매달리는 내근직인 덕에 1년 간 체중이 20kg 불었다. “덕업일치가 마냥 좋은 건 아니더라”는 그는 마감이 가까워올 때면 늘 밤을 꼬박 새야하는 탓에 생활리듬도 잃었다. 한때는 작업방이 너무 들어가기 싫어서 문을 걸어잠근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좋아하는 일은 버릴 수 없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대신 열심히 좋아해야’ 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소위 성공한 1인 크리에이터들 역시 매일같이 새로운 콘텐츠를 짜내고 영상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올렸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우씨의 말이다.

“확고한 취미가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세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 최소한 손해볼 건 없잖아요. 저도 처음 미니어처를 시도하기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론은 성공이었죠. 세상에 직업은 많아요. 열린사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세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