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통화량 증가세’가 집값 상승 이유
- 원하는 투자 지역의 ‘장기 주택 수요’ 봐야
21번째 나온 부동산 대책, 이번엔 ‘풍선효과’ 막을까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현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 6월 17일 발표됐다. 시중에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자 부동산 시장이 불붙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런 6·17조치가 과연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알아보자.

그동안 20차례에 걸친 규제를 통해 정부는 핀셋 규제를 강조해 왔다. 투기가 벌어지거나 조짐이 보이는 곳을 외과 수술처럼 정교하게 집어낸다고 해서 핀셋 규제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라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규제 지역 지정을 피한 주변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 일부 지방으로 투기 수요 몰릴 수도

8·2조치와 9·13조치를 통해 규제 지역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투기 수요는 그 당시 대표적인 비규제 지역이었던 대전과 수원으로 몰렸다.

9·13조치 이후 올해 6·17조치 직전까지 1년 9개월 동안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1~5위 지역이 대전 서구(20.4%), 수원 영통구(17.4%), 대전 유성구(16.1%), 대전 중구(15.3%), 수원 팔달구(14.7%)였던 것이 그 증거다.

규제 지역을 누르면 비규제 지역이 불쑥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풍선효과는 올해 2월 20일 수원 3개구를 포함한 의왕·안양 만안구가 규제 지역으로 묶이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올해 2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4개월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1~5위 지역은 군포시(6.7%), 인천 연수구(5.1%), 인천 남동구(4.8%), 안산 단원구(4.7%), 대전 서구(4.7%)다. 이 역시 모두 비규제 지역이다. 또 다른 풍선효과인 것이다.

그러면 이번 6·17조치 이후에도 또 다른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까. 모든 지역에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이번 규제를 피해 간 수도권 일부 지역과 일부 지방 소재 광역시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비규제 지역이라는 자체만으로 투자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자. 가장 최근에 규제 지역으로 묶인 경기도 소재 5개 지역(수원 영통구·권선구·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의 규제 지역 지정 이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권선구(3.8%)·의왕시(3.6%)·장안구(3.5%)·만안구(3.1%)·영통구(2.7%) 등이 전국 평균 1.3%나 경기도 평균 2.3%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상승률 순위도 권선구(10위)·의왕시(11위)·장안구(12위)·만안구(20위)·영통구(26위) 등 전국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비규제 지역이었다가 규제 지역으로 묶인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동안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1~5위 지역은 거제시(-1.1%), 안동시(-0.9%), 부산 영도구(-0.8%), 제주 서귀포시(-0.7%), 목포시(-0.7%)로 모두 비규제 지역이다. 비규제 지역이라고 모두 풍선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은 대부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나 신분당선 연장 등 강력한 호재가 있는 지역이었다. 다시 말해 아무런 호재가 없는 지역, 심지어 공급이 많은 지역까지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 또 다른 풍선효과 나타날 가능성 높아

이번 규제 지역 확대의 수혜 지역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기존 규제 지역도 해당된다. 규제의 본질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라톤 경기에 아주 건장한 A라는 선수와 평범한 B라는 선수가 출전했다고 가정해 보자.

흥행을 우려한 주최 측에서는 A 선수에게 10kg짜리 짐을 메고 뛰라고 했다. 그러자 A 선수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이번에는 아무 짐을 지지 않은 B 선수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주최 측에서는 B 선수에게 10kg의 짐을 메고 뛰라고 시켰다. 이번 마라톤에서 누가 우승할 수 있을까.

그러면 풍선효과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돈도 수익이 더 날만한 곳을 찾아 흐르는 속성이 있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 둑을 만든다고 강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둑의 낮은 부분으로 넘쳐흐르게 된다. 그러면 둑의 높이를 더 높이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수지에 물이 계속 차오르면 이번에는 그다음으로 둑의 낮은 부분 쪽으로 물이 넘쳐흐르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약한 부분에 계속 보강 공사를 해온 것이 21번이나 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다. 규제는 둑과 같다. 계속 둑의 높이를 높여야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문제의 근본 원인은 둑의 높이가 아니라 상류에서 계속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인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준으로 한국의 통화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2조758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올해 3월 대비 4월의 통화량(M₂)는 33조원이나 늘었는데 이 또한 역사상 최대치다. 연간 기준이나 월간 기준으로 이렇게 통화량이 늘어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물론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증가 속도로 따져 봐도 2015년 이후 가장 빠르게 통화량이 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속히 늘어나는 돈이 집값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내놓은 대책이 바로 6·17조치다. 하지만 6·17조치는 그 속도만 늦출 뿐이지 돈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몇 달 후 또 다른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실수요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6·17조치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 마라톤 선수 간의 순서에만 영향을 주는 단기적 조치이기 때문에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어 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급등하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지만 다음번 규제로 인해 이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 단기적 시각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어느 지역이 얼마 올랐다는 말에 현혹되기보다 그 지역의 주택 수요가 진짜 늘어 그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는지 확인하고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늦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가장 강한 투자인 것이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