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해 말까지 독일 내 100여 개의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관련 정책 추진을 가속화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세계 수소 경쟁 속에서 독일의 선도적 기술력을 확보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월 30일 언론을 통해 이 전략의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수소 관련 이해관계인과 정부 부처의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수소 생산에 블루(blue) 수소 포함 여부 △수소 활용의 우선순위, 즉 승용차 등 개인 교통 분야까지 확대할 것인지 혹은 철강·화학·항공·선박 등 산업 분야에만 국한할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독일 정부는 이번 국가 수소 전략 최종본을 발표하면서 해당 쟁점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90억 유로(약 1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당분간 블루 수소 허용으로 논란 남아
독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 분해를 통해 생산되는 ‘그린 수소(CO₂ free hydrogen)’만이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이에 그린 수소의 빠른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가치 사슬 구축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기 부양책 중 하나인 ‘수소 전략을 포함한 기후 중립 및 에너지 전환’에 배정된 70억 유로(약 9조5000억원)를 수소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를 2030년까지 5GW 추가로 확충하기로 했다. 2035년까지 5GW 더 추가해 총 10GW 규모의 수소 생산 설비를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린 수소 생산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량을 자국에서만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일 연방경제협력개발부의 주관으로 아프리카 모로코에 수소 산업 단지 건설을 추진할 것을 동시에 발표했다. 이는 아프리카 내 첫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이다. 독일 정부는 이 시설에 20억 유로(약 2조70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매년 10만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화석 연료를 통해 추출하지만 배출되는 CO₂를 포집해 분리·저장하는 블루 수소의 생산도 당분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초안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지는 않았다. 특히 잉그리트 네슬레 녹색당 에너지경제위원회 원내대변인은 “재생에너지 설비의 대규모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고 이렇게 되면 2030년까지는 80%의 수소가 그린 수소가 아니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는 수소 에너지를 자동차 연료나 난방뿐만 아니라 철강·비료·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송 부문에서는 운송 수단의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거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수소를 사용하는 방안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예를 들어 화물 운송과 지역 철도 운송을 위한 수소탱크 인프라 개발 추진을 위해 에너지·기후 기금에서 2023년까지 34억 유로(약 4조7000억원)를 지원하고 자동차용 연료뿐만 아니라 항공기를 위한 연료 개발에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 수소 관련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으로 21억 유로(약 2조9000억원), 기후 친화적 상용차 구매 보조금으로 9억 유로(약 1조2000억원), 대체 연료로 운행하는 버스 구매 촉진 보조금으로 6억 유로(약 8200억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등 관련 시장을 함께 넓혀 가는 정책으로 판을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또 지역별 균등한 수소 경제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진행하고 있는 하이랜드(HYLAND)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각 주에서 수소 에너지의 저장·운송·분배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2023년까지 3억1만 유로(약 4106억원)를 추가로 편성해 그린 수소에 관한 연구·개발 자금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독일의 자체적인 연료 전지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공급을 위한 응용기술센터를 구축함으로써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전 제시와 일자리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이 모든 정책은 유럽연합(EU)의 신재생에너지 지침(RED II)에 기반을 두고 있고 2030년까지 전기·난방·운송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 소비 점유율을 최소 32%까지 높인다는 내용이다. 수소 전략에서는 이를 강제 이행할 것을 목표로 했고 이를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산업계·전문가로 구성된 수소위원회를 설립하고 3년마다 전략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독일이 유럽의 수소 경제를 흔드는 이유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의 수소 전략 발표가 EU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뤼셀에서 논의하고 베를린에서 결정한다’는 말처럼 독일은 EU 내 최대 경제국이자 최강 발언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EU는 이미 신임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주요 수단이 수소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독일 정부의 수소 전략이 발표되자마자 유럽 각국은 앞다퉈 이를 보도했고 주식 시장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EU 차원의 수소 정책도 독일과 동일 선상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수소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과 수소 생산 단지 건설, 이를 운송하기 위한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등을 위해서는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일의 수소 전략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한국·미국·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수소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미 2002년 클린 에너지 파트너십(CEP)을 설립해 연료로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적합성 검증을 시작했고 2004년에는 베를린에 첫 수소 충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7년부터 수소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의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 국가 혁신 프로그램(NIP)’을 시행,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 분야의 응용 기술 연구·개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08년에는 수소 경제(Wasserstoffswirtschaft)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 유럽 내 수소에너지 분야를 이끌고 있다. 2020년 3월 기준 83개의 수소 충전소를 보유하고 있고 2018년 8월에는 세계 최초의 수소 열차가 독일 니더작센 주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수소 열차는 이후 독일 내 다른 주들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에는 네덜란드에서도 시범 운행을 진행했다. 독일의 수소 전략은 에너지 전환 차원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안으로 산업 정책 차원에서 독일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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