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③모빌리티-자동차 온라인 유통
- 고객들 딜러십 방문 꺼리며 카바나·브룸 등 온라인 중고차 딜러사 호황
테슬라가 선보인 ‘온라인 자동차 판매’, 코로나19에 가속 붙었다
[최중혁 칼럼니스트] “지금 자동차 딜러십에 오기만 해도 50달러 기프트 카드를 드립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고였다. 미국은 딜러십이 대부분 외곽에 자리해 있고 손님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런 프로모션을 한다.

필자도 한 딜러십에서 이런 프로모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온라인으로 연락처를 기재하고 방문 약속을 잡았다. 새로 나온 차량을 시승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방문만으로 5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을 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방문하지 못했다. 딜러십이 집에서 왕복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어 휴일이라도 마음먹고 다녀와야 할 곳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걱정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던 시기였지만 미국은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고 이런 광고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딜러십을 방문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 클릭 몇 번만으로 차를 산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거대하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로 대변하는 전통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과 글로벌 전기차업계의 공룡이 된 테슬라까지 메이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버티고 있고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에 일본·독일·한국 업체들도 치열한 경쟁에 가세한 모습이다.

2019년 미국 자동차 판매는 1702만 대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중 18.9%를 차지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렇게 큰 시장이 변하고 있다.

자동차 유통 산업은 다른 유통 산업보다 변화에 다소 둔감하고 온라인 플랫폼보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편이었다.

마우스 버튼 클릭 몇 번만으로 너무나 쉽게 차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를 결정하기보다 판매자와 대면해 차량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제 온라인 차량 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딜러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 언택트(비대면)를 선호하는 흐름 때문이다.
테슬라가 선보인 ‘온라인 자동차 판매’, 코로나19에 가속 붙었다
미국 모든 주에서 이뤄진 자택 대기 명령(stay-at-home) 이후 미국 자동차 딜러 업체들은 웹사이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계약 시스템 등 그간 미뤄 뒀던 디지털 판매 인프라를 확충했다. 그 방법 말고는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1년 9·11 테러 때나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에는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던 것이지 이번처럼 매장도 폐쇄하고 소비자들이 집에 강제로 머물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미국 딜러협회를 포함한 미국 자동차업계는 로비를 통해 그간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던 미국 4개의 주(미시간·펜실베이니아·켄터키·하와이) 중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제재를 완화하도록 이끌었다.

이 같은 변화에 기존부터 온라인을 통해 직접 자동차를 판매해 온 테슬라는 큰 영향이 없다. 오히려 딜러를 통해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해 온 GM과 같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GM은 지난 3월 말부터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트레이드 인 견적을 받고 할부 금융을 신청할 수 있는 숍 클릭-드라이브(shop-click-drive) 프로그램 홍보를 강화했다.

이 서비스는 2013년부터 시작했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이용자 수가 그전보다 40%나 늘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온라인 자동차 판매 서비스 출시를 급히 6개월이나 앞당겼다.

2018년 미국에서 신차는 1721만 대가 팔렸지만 중고차는 4042만 대가 판매됐다. 미국 중고차 시장은 글로벌 신차 시장과 비교할 때 거의 절반(약 43%)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큰 시장이다.

미국 중고차 딜러십은 2019년 기준 약 13만 개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치열하다. 반면 미국에서 신차를 판매하는 딜러십은 2만 개를 밑돈다.

미국 중고차 시장은 업계 1위인 카맥스(CarMax)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2%밖에 안 될 정도로 분화돼 있다. 또한 완성차 업체가 마진을 관리하는 신차 시장보다 중고차 시장의 수익성이 훨씬 좋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JD파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자동차 딜러들은 신차를 판매해 평균 140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5년 이하의 중고차로는 평균 950달러를 벌었다.

◆ 미국 중고차 온라인 판매 급증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중고차 딜러들을 위협하는 회사들은 온라인 자동차 구매 정보 제공 회사인 카구루스(Cargurus)·카즈닷컴(Cars.com)·트루카(TrueCar)와 같은 회사들이었다.

트립어드바이저 공동 설립자였던 스타이너트가 설립한 업계 1위 카구루스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딜러가 4만 개 이상, 카즈닷컴은 1만8000여 개, 트루카는 1만5000여 개다. 이 회사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차를 보유한 딜러들의 정보를 제공한다.

검색된 차량이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인지 평가도 해준다. 딜러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플랫폼에 광고비를 내고 게시한다. 2015년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 체인인 오토네이션(Auto Nation)은 트루카와 갈등을 빚고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자사의 고객 데이터를 모두 트루카에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 사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토네이션의 265개의 미국 대리점 중 거의 대부분이 트루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더 큰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카바나(Carvana)와 브룸(Vroom)과 같이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은 비대면 트렌드와 맞물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에 따라 전통적인 자동차 딜러들은 위협을 느끼는 중이다.

미국에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차를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직접 딜러와 대면하며 흥정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미국 온라인 자동차 판매 1위 업체 카바나는 차량 픽업 장소를 자동차 자판기처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까지 제공한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1분 만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고 인도 후 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차량 구매 후 7일간 400마일까지 이유 불문하고 차 값을 환불해 준다.

웹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이나 차량 설명을 통해 알 수 없었던 하자에 대해서는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 미국의 많은 소비자들의 인정받은 카바나는 2019년 매출은 전 년(20억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에 17만7549대를 판매한 카바나는 판매량도 전 년(9만4108대)에 비해 두 배로 성장했고 미국 중고차 딜러 업체 중 전년 대비 네 계단이나 오른 판매 4위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카바나는 장기적으로 연간 200만 대를 판매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브룸 또한 최근 들어 긍정적인 업계 분위기를 힘입어 지난 6월 9일 성공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해 주식 시장에서 3억 달러 넘게 조달했다.

이 회사는 2020년 1분기(1~3월) 전자 상거래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뉴노멀’이 도래했다. 기존 업체들이 적극적인 온라인 판매 진출을 주저하는 동안 전문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발판 삼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누가 미국의 거대한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승리자가 될 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음 연재는 ④모빌리티-배달 서비스)
테슬라가 선보인 ‘온라인 자동차 판매’, 코로나19에 가속 붙었다
ericjunghyuk.choi@gmail.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