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대형 OLED TV 패널과 중소형 OLED 패널 모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이를 발판 삼아 실적 개선을 위한 추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시작되기 전 O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자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TV업계에서는 최근 OLED TV 제품의 출시가 활발하다. 7월에만 미국 비지오, 중국 샤오미가 OLED TV 출시를 예고했다. 미국 비지오는 북미를 시작으로 OLED TV 55인치와 65인치 온라인 모델 판매에 돌입했다. 이 업체는 삼성에 이어 북미 TV 시장점유율 15%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도 7월 초부터 OLED TV를 출시한다고 6월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OLED TV 제조사는 19개가 됐다. TV 패널의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TV 패널 출하량은 450만 대로 전년 대비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OLED 패널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8일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 전 기종에 OLED 패널을 전면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일부 기종에만 OLED 패널을 탑재했지만 경쟁사가 OLED 패널 탑재 기종을 늘리면서 방침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주요 공급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은 2017년부터 OLED 패널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는데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1 시리즈에는 최상위 모델에만 OLED 패널을 채택했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의 등장도 OLED 패널의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는 OLED가 5G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패널이기 때문이다. 4G보다 처리 속도가 20배 빠르고 처리 용량이 100배 높은 5G는 영화와 게임 등 콘텐츠 전송 속도를 개선하고 고화질로 즐길 수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OLED의 응답 속도는 LCD 대비 1000배 이상 빠르며 두께가 얇고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소비 전력도 적게 소요돼 5세대 네트워크에는 최적의 디스플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5G 스마트폰들은 100% OLED를 탑재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21년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수요가 7억 대로 36.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스마트폰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10억9000만 대로 2019년 13억7000만 대보다 19.3%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됐다. 하지만 5G 스마트폰의 수요는 1억9600만 대로 지난해 1820만 대 대비 10.8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 애널리스트는 “2025년 5G 스마트폰의 수요는 13억 대로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5G로 전환될 것”이라며 “5G 스마트폰은 절대적으로 OLED를 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로 변화하면서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탈LC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 8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탈LCD’를 선언해 왔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월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올 연말까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TV 패널 생산을 내년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이 연일 LCD TV 패널의 철수를 밝히면서 한국 기업의 LCD 패널 생산 능력은 지난해 전 세계 21%에서 올해 13%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탈LCD 선언’은 OLED 수요 증가와 함께 더 이상 LCD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업체는 중국 BOE다. BOE는 현재 LCD TV 패널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저가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공급을 지속해 왔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지속되자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점유율은 4위로 하락한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LCD에 이어 OLED에서도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근거없는 걱정은 아니다. 시장 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전 세계 모바일 OLED 패널 생산 능력에서 한국 업체가 4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추정치인 67%에서 2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수준으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을 합친 50%를 처음 밑도는 수치다.
반면 중국 업체의 생산 능력은 올해 전체의 30%를 처음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2024년 50%, 2025년 5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이 예측대로 중국이 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시장까지 잠식한다면 한국 업체들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16일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경영 목표를 수립하는 등 비전 체제를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형 OLED 대세화 △플라스틱 OLED 턴어라운드 △LCD 구조 혁신 가속화 등 3가지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대형 OLED는 생산 효율성과 시장의 대응력을 높여 ‘OLED 대세화’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플라스틱 OLED는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기반을 강화해 턴어라운드를 이끌 예정이다. LCD는 정보기술(IT)용 LCD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탈바꿈시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고 여겨지는 QD디스플레이와 QNED(퀀텀닷 나노 LED)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 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에 총 13조1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의 방향을 기존 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QD디스플레이는 블루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컬러 필터에 QD를 적용해 선명한 색상을 구현한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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