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87호 (2020년 07월 29일)

미국 대선 D-100일…‘트럼프 역전이냐, 바이든 굳히기냐’ [글로벌 현장]

기사입력 2020.07.27 오후 03:23

-민주당 바이든 후보 여론 조사에서 크게 앞서…위기감 커지는 트럼프 진영

미국 대선 D-100일…‘트럼프 역전이냐, 바이든 굳히기냐’ [글로벌 현장]


[워싱턴(미국)=주용석 한국경제 특파원] 미국 대선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이 각종 여론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 차별 시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렸다. 물론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대응’ 등에 업고 격차 벌리는 바이든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7월 12~15일(현지 시간)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54%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39%)을 15%포인트나 앞섰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서 누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선 바이든 54%, 트럼프 34%로 20%포인트 차이가 났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3월 25일 두 기관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선 ‘바이든을 신뢰한다’가 43%, ‘트럼프를 신뢰한다’가 45%였지만 그 사이 완전히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나마 경제 분야에서 바이든 후보를 앞섰지만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7월 9~12일 유권자 9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여론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는 51%로 트럼프 대통령(40%)을 두 자릿수 차이로 제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 핵심 경합 주에서도 바이든 후보에게 밀린다.


미 CNBC가 체인리서치와 함께 7월 10~12일 4332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평균 49%, 트럼프 대통령은 평균 43%의 지지율을 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애리조나·플로리다·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5개 주에서 6~8%포인트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만 바이든 47%, 트럼프 46%로 오차 범위(±1.5%포인트) 내 접전이 펼쳐졌다.

경합 주는 미 대선의 핵심 승부처다. 대부분의 주는 ‘민주당주’ 혹은 ‘공화당주’로 분명히 갈린다. 이 때문에 누가 경합 주를 잡느냐가 미 대선의 승패를 가른다. 이들 6개 주에 걸린 대통령 선거인단은 총 101명으로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19%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이들 6개 주를 독식한 덕분에 전체 선거인단 수에서 힐러리 후보를 74표 차로 체지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지금 여론 조사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 주 대부분을 잃을 수 있고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여론 조사에선 전통적 ‘공화당주’로 꼽히는 텍사스·조지아 주 등 남부 벨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게 밀린다는 여론 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월 16일 자체 모델을 통해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확률을 93%,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확률을 7%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 지지율이 재선에 실패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갤럽이 6월 8~30일 실시해 7월 초 공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8%에 그쳤다. 1980년 이후 취임한 미국 대통령의 임기 4년 차 6월 지지율을 보면 1992년 아버지 부시가 37%, 1980년 카터가 32%였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처럼 지지율이 40%에도 못 미쳤고 그해 11월 대선에서 패배했다.


반면 1980년 이후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모두 트럼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6%, 2004년 조지 W. 부시(‘아들 부시’)는 49%였고 1996년 빌 클린턴과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지지율이 각각 55%와 54%에 달했다.

불리한 여론 조사가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5일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을 전격 경질했다. 그 대신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새 본부장에 임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캠프’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의 고문을 지낸 브렌던 벅은 AP통신에 “이 캠페인의 문제는 대통령이 너무 많은 사람을 소외시켜 표를 줄 지지자 층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게 변하지 않으면 훌륭한 캠페인 운영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최대의 적은 트럼프’라는 지적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미 14만 명을 넘었고 누적 확진자도 400만 명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를 평범한 감기인양 취급하고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를 ‘게임 체인저’인양 떠벌리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한 채 성급하게 ‘경제 재개’를 서두르면서 화를 키웠다.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시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의 상처를 다독이기보다 시위대를 ‘폭도’와 ‘극좌파’로 몰며 편 가르기에 몰두했다. 코로나19와 인종 차별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모습에 지지층은 열광했을지 몰라도 상당수 중도층은 등을 돌렸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공화당 내에선 올해 대선은 물론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퍼지고 있다. 


미국 대선 D-100일…‘트럼프 역전이냐, 바이든 굳히기냐’ [글로벌 현장]


◆2016년 대선처럼…트럼프, 역전 가능할까

다만 대선까지 100일 정도 남아 있어 판세가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선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진정되느냐에 따라 경제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지명은 남아 있는 대형 정치 이벤트 중 하나다. 바이든 후보는 이미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인종 차별 시위 이후 유색 인종 여성을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바이든 후보는 8월 초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9월 29일, 10월 15일, 10월 22일 등 세 차례 잡혀 있는 TV 토론은 바이든 후보가 넘어야 할 고비다.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라이브’로 이뤄지는 대중 유세나 TV 토론에서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잦은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곤 했다. TV 토론에서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물고 늘어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흔들릴 수 있다. 

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샤이 트럼프’의 위력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여론 조사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데는 샤이 트럼프의 힘이 컸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른 점이 있다. AP는 “2016년 트럼프는 선거에 아웃사이더로 참여했지만 지금 그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워싱턴의 수장”이라고 지적했다. 4년 전엔 막말과 성추행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파괴자’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트럼프 자신이 미국 최고의 기득권이 됐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력도 변수다. 2016년 대선 때 민주당은 중도 성향의 힐러리 후보와 좌파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 분열됐다. 두 진영은 막판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합했고 경선이 끝난 뒤에도 제대로 힘을 합치지 못했다. 그 결과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 일부는 대선 때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가 경선에서 패한 진보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득표력이 달라질 수 있다. 2016년과 달리 민주당이 ‘반(反)트럼프’ 기치 아래 바이든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는 분위기는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 흐름도 판세를 가를 수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지만 2016년 대선에선 자국 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울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경합 주에서 승리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들의 지지를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와 유사한 ‘바이 아메리칸(미국산 제품 구매)’ 공약을 내걸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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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28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