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⑦유통·이커머스 리테일러]
- 손잡은 ‘두 거인’ 월마트·쇼피파이
-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기업도 참전
판 커진 미국 이커머스 시장…아마존의 독주 속 전방위 경쟁 돌입
[최중혁 칼럼니스트] “긴장하라, 아마존.”

지난 6월 미국 2위권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회사인 쇼피파이와 월마트가 1위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손잡았다. 월마트는 외부 판매 업체가 4만5000개에 불과하지만 아마존은 월마트의 4배에 가깝다.

하지만 쇼피파이는 무려 100만 개가 넘는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 업체 월마트는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얼마 전 이베이를 밀어내고 미국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5.8%로 2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시가총액 1위의 이커머스 강자인 쇼피파이는 작년 연간 실적 발표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점유율을 합치면 5.9%로 2019년 기준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2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쇼피파이는 판매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 회사로 자체 쇼핑몰은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계의 명실상부한 1위 업체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이커머스 시장인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급격히 성장한 이 시장을 차지하려고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이커머스 트렌드 4가지

디지털 시장 조사 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리테일 전체 매출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4조8940억 달러(전년 대비 마이너스 10.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미국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7097억8000만 달러로 미국 전체 소매 매출의 1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이커머스의 매출 비율은 11%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 오게 된 변화는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이커머스 시장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유입이 늘어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엔 주로 익숙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어쩔 수 없이 이커머스를 이용하게 됐다.

시장 조사 업체 퍼스트 인사이트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2월 28일)과 후(3월 17일)에 베이비붐 세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주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월 8%에서 3월 23%로 급격하게 늘었다.

이마케터도 올해 미국에서 45세 이상의 소비자 중 약 500만 명이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모바일로 쇼핑하는 유저가 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미국에서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가 1440만 건으로 1월보다 20% 증가했다.

이마케터는 2020년 5월 기준으로 적어도 한 번 이상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미국 소비자는 전체 인구의 약 61%인 1억6780만 명이고 2024년 미국 인구의 3분의 2인 1억875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 상위 10개 이커머스 업체들의 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소비자들은 이용이 좀 더 간편하고 배송이 수월하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형 이커머스로 점차 몰린다.

이마케터의 전망에 따르면 2017년 54.5%의 비율을 차지했던 미국 10대 이커머스 업체들의 점유율은 2020년 60.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 근처 소매점에 물건을 맡기는 ‘클릭 앤드 컬렉트’ 서비스의 성장이다. 이마케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2018년 234억 달러에 머물렀던 이 서비스의 매출은 2020년 전년 대비 60.4% 늘어나 58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마존이 보유한 유기농 마켓 홀푸즈나 월마트 등 대형 업체들은 보관함에 주문한 물건을 비치해 소비자들이 비대면으로 물건을 가져갈 수 도록 서비스를 한다.

반면 이런 설비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지정된 주차장에서 대기하며 직원이 물건을 전달해 주는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를 확대했다.

◆ 아마존의 독주, 앞으로도 지속될까
판 커진 미국 이커머스 시장…아마존의 독주 속 전방위 경쟁 돌입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미국 전역이 록다운(봉쇄)되자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부터 접속했다.

필자도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기 전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상황을 지켜보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주문해 몇 주를 기다리고서야 위생 용품들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번 사태로 미국 이커머스 업체 중 승자는 당연 아마존이다. 기존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온 서비스가 이번 록다운 상황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갈 수 없던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회원 전용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 집에서 물건을 더 자주 주문했고 주로 오프라인으로만 주문하는 상품인 식품과 약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이커머스로 식품과 약을 주문하는 비율은 각각 3.2%, 11%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존은 2019년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를 99달러에서 119달러로 올리고 8억 달러를 투자해 2일 배송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로 전환했다.

올 들어서는 5시간 배송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2019년 4분기부터 매월 14.99달러의 비용을 부과하던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를 프라임 멤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을 10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국 50개 주에서 약국 라이선스를 확보하기도 했다. 투자은행 RBC캐피털이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최소 월 2~3회 이상 구매하고 최근 3개월간 200달러 이상 소비했다고 주장한 고객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이커머스 2위로 급성장한 월마트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쇼피파이와의 협업을 결정했고 아마존 프라임보다 저렴한 금액인 연간 98달러에 당일 무제한 배송과 할인을 제공하는 월마트플러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오프라인 매장 수인 1만1501개(2020년 1월 말 기준)의 점포와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아마존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미국에서 폭증하는 이커머스 수요를 대형 유통사만 감당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팔고자 하는 전 세계의 소상공인들은 쇼피파이나 윅스와 같은 이커머스 솔루션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결제·배송·광고까지 손쉽게 플랫폼을 구축해 대형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쇼피의 박혜인 크로스보더팀 팀장은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자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며 “판매자 개인이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을 대응하기 쉽지 않고 웹사이트와 배송망 등 이커머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커머스 솔루션 업체에 대한 이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 있는 핸드메이드 전문 이커머스 업체 엣시(Etsy)도 2019년 기준 210만 명의 판매자들이 6000만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며 미국 이커머스의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압도적인 가입자를 보유한 소셜 미디어 업체들도 이커머스 시장에 ‘참전’했다.

가입자 7억 명을 보유한 인스타그램은 쇼핑 기능을 추가하고 페이스북은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 서비스인 ‘샵스’를 론칭했다. 구글도 구글쇼핑과 유튜브를 통해 이커머스 점유율을 한창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1위이며 여기에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아마존이 계속 압도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아니면 후발 주자들이 그 점유율을 빼앗아 갈까. 계속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ericjunghyuk.choi@gmail.com
판 커진 미국 이커머스 시장…아마존의 독주 속 전방위 경쟁 돌입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