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 롯데마트 중계점 르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경기 수원 영통구에 거주하는 박 모(45·여) 씨는 요즘 퇴근길이 한결 편해졌다. 중학교 2학년인 외동딸의 저녁만큼은 제대로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다 보면 정작 식사 시간이 늦어지기 일쑤였다. 차라리 도시락을 사 먹는 편이 낫겠다는 아이의 푸념을 들을 때면 일하는 엄마로서 괜히 미안하고 때론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식탁에 앉는 시간이 훨씬 빨라졌다.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상품을 골라 주문하면 당일 포장한 신선식품이 집 문 앞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장보는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퇴근 뒤 저녁 시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2시간 안에 보내주는 롯데마트의 ‘바로배송’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는 4월 28일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을 출시하며 서울 중계점과 수원 광교점을 ‘스마트 스토어’로 바꾸고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바로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2만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 배송해 준다.
중계점과 광교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건수는 서비스 도입 후 5월 20일까지 20여 일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8%, 175.6% 늘었다. 두 점포 모두 온라인 주문 상품 중 신선식품의 비율이 기존 35%에서 약 45%로 증가했다. 상품을 2시간 안에 전달하는 바로 배송의 장점이 전체 온라인 주문량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롯데마트의 설명이다.
◆천장 레일 통해 상품 집하 시간 줄여
7월 21일 롯데마트 중계점은 점심시간이 막 지난 평일 오후답게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신선식품·가공식품·일상용품을 판매하는 1층 매장은 언뜻 봐선 상품 진열대에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여느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입구를 들어서자 상품을 둘러보는 소비자들 너머로 생소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 달린 레일을 따라 장바구니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담은 장바구니로, 레일과 함께 바로 배송의 핵심이 되는 설비다. 전담 직원이 장바구니에 주문 상품을 담아 매장 내 4곳에 설치된 전용 리프트(피킹 스테이션)로 들어 올려주면 레일을 타고 장바구니가 알아서 집하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최진아 롯데마트 중계점 부점장은 “직원이 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PDA)로 실시간 주문 상품을 확인하고 바구니에 담은 뒤 배송 직전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주문을 취합해 하루 일곱 차례로 나눠 배달하는 기존 매장과 달리 5km 반경에 거주하는 소비자에게 2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할 수 있게 된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레일을 따라 지하 1층 상품 집하장으로 옮겨진 장바구니들은 포장 작업과 최종 검수 작업을 거쳐 각 가정에 전달된다. 15명의 직원이 포장과 검수를 맡는다. 21명의 배송 운전사 중 6명은 바로배송 서비스만 전담한다. 최 부점장은 “직원들이 매장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꼼꼼히 확인한 뒤 배송하고 있다”며 “바로배송 서비스 도입 이후 하루 평균 전체 온라인 주문 건수가 800건으로 증가했고 주말에는 1000건 이상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총 12개 스마트 스토어 오픈 예정
롯데마트 중계점은 디지털 기능을 접목한 미래형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한다. 롯데마트 M쿠폰 회원 전용 서비스 ‘스마트 카트’가 대표적이다. 계산대를 이용하지 않고도 카트에서 상품 스캔과 간편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중계점 매장 입구에 비치된 30대의 스마트 카트 손잡이에는 바코드 리더기가 달려 있다. 구입할 상품을 리더기에 갖다 대면 기기 상단 화면에 각 품목과 가격이 표시된다. 쇼핑을 마친 뒤 화면을 통해 카트에 담긴 상품 목록과 총액을 확인하고 ‘엘페이’ 등으로 미리 결제한 후 전용 출구를 통해 매장을 나서면 되는 식이다.
기존 종이 가격표를 대신하는 ‘전자가격표시기(ESL)’도 눈에 띈다. 수시로 변경되는 매대 상품의 가격과 정보를 사무실에서 클릭 한 번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상품 가격표를 일일이 바꿔 달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도 편리하다. 상품 진열대에 물건은 있는데 가격 표시가 누락돼 살지 말지 고민하는 일이 사라졌다.
중계점 1층 입구에는 온라인 주문 후 상품을 직접 찾아가길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 픽 무인 상품 보관함’도 있다. 스마트폰에 전송된 인증 번호 6자리를 보관함 화면에 입력하면 주문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선식품 등 냉장 상품 전용 보관함도 갖췄다. 대형 화면이 달린 ‘무인 계산대’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계산대 대신 무인 계산대의 바코드 리더기와 화면을 통해 스스로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 총 14대가 설치돼 있다. 화면 크기를 넓히고 기능을 개선해 일반 상품 10개를 계산하는 속도를 기존 무인 계산대 대비 20% 정도 개선했다는 게 롯데마트의 설명이다. 노원구 하계동에 거주하는 이선재(45·여) 씨는 “여름휴가 중인 아버지와 마트를 찾았다”며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아버지도 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동법이 쉬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중계점과 광교점의 바로배송 서비스를 확대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류 시설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점포들을 물류센터 겸 배송 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점포 운영 방식은 ‘스마트 스토어’와 ‘다크 스토어’ 형태로 이원화한다. 스마트 스토어는 중계점·광교점처럼 매장 안에 피킹 스테이션과 레일, 후방 포장 설비를 도입한 형태다. 올해 안에 2개 점포를 추가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총 12개 점포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다크 스토어는 매장 후방에 온라인 판매 빈도가 높은 상품을 따로 모아 놓고 포장하는 구조다. 스마트 스토어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레일 등 관련 설비 구축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올해 14개, 내년까지 총 29개 점포를 리뉴얼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를 활용해 ‘새벽 배송’ 시장에도 도전한다. 김종우 롯데마트 이커머스 홍보팀장은 “김포 온라인 전용 센터에서 배송이 가능한 서울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해 10월께 경기 남부와 부산에서도 새벽 배송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박세호 롯데마트 디지털전략부문장
“매장을 물류센터 겸 배송 기지로 활용…배송 상품 ‘신선도’ 더욱 업 시킬 것” ▶서울 중계점과 수원 광교점을 ‘스마트 스토어’로 리뉴얼했습니다.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스마트 스토어 오픈 이후 기존보다 전체 온라인 주문 건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7월 들어 20일까지 평균 주문 건수는 두 점포 모두 지난해 12월 대비 322.7% 증가했어요. 새로 시작한 ‘바로배송’ 서비스도 주문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특히 두 점포 모두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7월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요. 의무 휴업과 온라인 배송 업체의 활성화 등으로 오프라인 기반 점포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대형마트에도 온라인 주문이 늘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주문의 수행력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롯데마트의 장점인 거점 점포와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에 맞서 월마트가 ‘특급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뭔가요.
“월마트는 유료 멤버십 형태의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다 일반 회원에게는 별도의 배송비를 받는 구조로 운영합니다. 롯데마트 바로배송은 배송 가능 권역의 모든 고객에게 기존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의 문턱을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으로 낮춰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자동화 설비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은 없습니까.
“기존 점포에서는 직원들의 주요 업무가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반면 현재는 온라인 배송을 위한 업무들이 추가된 만큼 일자리 수요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설 구축비와 추가 인건비 지출 측면에서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초기 설비 투자비용과 기본 인원 준비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증가하는 온라인 주문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관점에서 볼 때는 기존 단순 인력 기반 운영 대비 비용적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경쟁사인 홈플러스도 인천 계산점 등을 비슷한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매장 상단에 설치한 레일과 후방 포장 설비를 활용해 기존 ‘예약 배송’뿐만 아니라 주문 후 2시간 안에 배송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배송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 셈이죠.
홈플러스는 매장의 오프라인 재고와 후방의 온라인 재고를 별도로 운영해야 합니다. 롯데마트의 스마트 스토어는 매장의 재고를 온·오프라인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고 금액과 상품 진열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업체 대비 경쟁력이 궁금합니다.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는 현재 수도권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롯데마트 스마트 스토어는 오프라인 점포가 기반이기 때문에 전국 롯데마트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국의 많은 고객에게 롯데마트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매일 입고돼 판매하는 상품을 직접 피킹하고 포장해 배송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선식품의 선도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고객이 기존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했던 신선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인 선도와 당도 등을 집 문 앞까지 잘 보존해 전달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존 롯데마트 점포를 중심으로 더 많은 고객이 바로배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범위를 늘려 나갈 예정이에요. 또한 콜드체인 강화를 통한 서비스 개선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choies@hankyung.com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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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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