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동치는 반도체 시장 판도·흔들린 세계 1위 스마트폰·檢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따라야
삼성전자를 둘러싼 세 가지 리스크는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에서 매도 공세를 이어 가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사들이며 다시 귀환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400원(0.68%) 오른 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6만원을 돌파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2894억8800만원어치 사들였다. 7월 28일에는 7년 만에 최대치인 92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하루 6% 정도의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 공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는데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22.8%가 증가한 8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영업이익 규모가 32조7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44조4072억원, 2022년에는 49조1053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 회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크게 세 가지다.

리스크①
치고 나가는 TSMC, 반도체 시장 지각변동



최근 반도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간 인텔과 삼성전자 등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TSMC를 중심으로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과 엔비디아·AMD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전문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경쟁사들에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올 상반기 매출액 207억 달러(25조원), 영업이익 8억6500만 달러(10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다. TSMC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조5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에 매출(30조6000억원)과 영업이익(7조5000억원)에서 크게 뒤졌다. 하지만 올해 TSMC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며 영업이익 2위로 올라섰다.

인텔도 삼성전자에 빼앗겼던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인텔은 7월 23일 실적 발표에서 올 2분기 매출 197억3000만 달러(23조6200억원), 영업이익 57억 달러(6조8200억원)를 달성했다고 공개했다. 상반기 실적 역시 매출 395억 달러(47조6000억원), 영업이익 127억 달러(15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미 TSMC는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SMC는 7월 28일 대만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2.47% 상승하며 시가총액 3807억 달러(455조65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가 기준 글로벌 2위(390조원) 반도체 기업이다. 하지만 1위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시총 3위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전문 기업 엔비디아(306조원)와는 차이를 좁히는 추세다. 엔비디아는 올해 주가만 70% 이상 올랐다.

TSMC의 약진은 삼성전자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가 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하지만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TSMC는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화웨이와 결별한 대신 AMD와 인텔을 한꺼번에 잡았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다. 인텔의 위탁 생산을 확보하면서 TSMC는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세 가지 리스크는
리스크②
화웨이에 밀린 세계 1위 스마트폰 점유율



삼성전자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중국 화웨이에 빼앗겼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가 1위로 올라선 것은 9년 만이다.

7월 30일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는 2분기 스마트폰 5580만 대를 출하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출하량 5370만 대를 넘어서면서 1위로 올라섰다고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화웨이의 출하량은 1년 전보다 5%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30% 급감한 데 따른 현상이다. 삼성전자는 브라질·미국·유럽에서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화웨이는 2분기 해외 출하량이 27% 급감했지만 중국 내 출하량이 8% 늘어난 덕을 봤다고 카날리스는 분석했다. 화웨이 대변인은 “힘든 시기에 사업이 예외적 회복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의 분기 출하량이 1위로 올라선 것은 9년 만이다. 벤 스탠튼 카날리스 선임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서 “1년 전만 해도 거의 예상했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주목할 만한 결과”라면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는 중국 경제의 회복을 스마트폰 사업을 재점화하는 데 철저히 활용했다”고 말했다.

리스크③
檢 수사심의위 ‘불기소·수사중단’ 권고 따라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지 7월 27일로 한 달이 지났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는 6월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작,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수사심의위는 10 대 3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분식회계에 대해 ‘국제 회계 기준 변경’이라는 요인이 있었고 주가 조작에 대해서도 ‘정상적 경영 활동’으로 조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생활 가전, 전장 등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을 점검했고 7월 21일에는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을 만나 전기차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은 초조하게 검찰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이 잰걸음을 걸어야 할 상황이지만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면 사법 리스크로 인해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질 수 있다.

이번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1년 8개월간 기간에 걸쳐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 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검의 기소 직후 열린 80차례 재판 중에서 직접 참석한 횟수가 1심 53차례를 포함해 70번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면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도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길어지는 사법 리스크는 삼성의 경영 리스크로 전이되고 있다. 삼성은 총수 부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두 가지 시나리오의 의사 결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계속 떠안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산적한 대외 악재에 대응하기만도 버거운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 시계는 검찰만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 확대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장기적 안목으로 결정해야 하는 대형 의사 결정 자체를 검찰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의 행보가 검찰의 기소로 또다시 멈춰 서면 국가 경제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부회장이 기소돼도 현재 예정된 투자 등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의 의사 결정은 한계가 뚜렷해 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형 M&A가 뚝 끊겼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