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집값 참사’는 행복 추구 본능 무시한 결과다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세금이란 이름으로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거냐.” 최근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폭정을 규탄하는 시위에서 주택을 임대하는 자영업자가 외친 절규다.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광범위해졌고 강도도 세졌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정부를 믿고 집을 팔아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 집값이 폭등한다고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집 살 기회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불로 소득이라고 정부가 세금을 올려 집을 팔기도, 보유하기도 어렵고 세금 낼 돈도 없어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즐비하다.

직장 생활을 갓 시작한 젊은 사람부터 은퇴한 사람까지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다만, “재산 몰수냐”고 외친 자영업자처럼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난 3년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집값 폭등으로 끝난 게 아니다. 악법이 또 다른 악법을 만든다고, 더 큰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여당은 전월세 5% 상한제 등 임대차 3법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대 6% 등 부동산 3법 등을 졸속 심의하고 강행 처리했다. 정부는 뒤늦게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기관이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서울시와 주택조합이 반대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그나마 안정적이던 서울의 전세는 63개월 만에 최고 가격으로 올랐고 전세 계약 건수는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전세 시장의 충격은 아파트에서 다세대 주택과 연립 주택으로 확산됐고 저소득층은 월세로 밀려나 등골이 더 휠 수밖에 없다. ‘2년+2년’으로 임대 기간이 늘어나 지금부터 4년 후에는 눌렸던 전셋값이 폭등해 혼란이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집값 폭등과 주택 임대 시장의 대혼란은 문 정권의 오판에서 비롯된다. 문 정권은 쾌적한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 전월세가 아니라 자기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무시했다.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부동산 투기가 집값을 올린다면서 대출 규제로 안정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서울시장은 재건축·재개발을 막아 집값 폭등의 씨앗을 심었고 문 정권은 한 수 더 떠 도시재생 사업에 5년간 50조원을 들인다고 했다.

2012~2016년 사이에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다가 취소된 곳은 393개인데 위례신도시의 5개에 해당하는 주택 공급 차질을 일으켰다.

재건축·재개발이 막힌 주민들은 재산권 피해만 보고 도시재생은 없었다고 분노했고 결국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추산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52%, 액수로는 3억1000만원 올랐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부동산 정책은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부동산에 대한 정권 실세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여당은 부동산 3법이 통과되자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난 날이라며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 삼아 온 대한민국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주택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고 주택 보유는 재산 형성과 노후 복지의 기초이고 주택에 대한 세금도 소득과 비례한다는 원리를 무시하는 한 부동산 정책은 계속 실패할 것이다.

부동산 폭정은 사람의 행복 추구 본능을 무시하고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되고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며 정권도 무너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문 정권의 각성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