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행정통합·통합신공항 추진 이철우 경북도지사

“인구 500만 명은 돼야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통합, 자치 분권 국가로 나아가는 추동력 될 것”


“두 지역, 투자 유치·신산업 육성 등 경쟁하면서 행정비용 낭비
통합으로 인한 직접 생산 효과 36조, 유발 효과 15조 추정
대구·경북 통합이 기폭제가 돼 광역지자체 간 통합 바람 불 것

대구시장·경북지사만 한 지휘자가 되고 기존 공무원 조직 유지
공공기관 이전, 지방 발전엔 바닷물에 오줌 누는 것 밖에 안돼
통합신공항, 교통 거점 넘어 지역의 새 성장 거점으로 육성”
이철우 “2022년 대구·경북 통합, 수도권에 대항하겠다”
[안동=홍영식 대기자·오경묵 기자] 국가 균형 발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논의돼 온 오래된 화두다. 박정희·노무현 정부 때는 행정수도 이전 사업이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에선 혁신 도시를 조성해 공공 기관을 이전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와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로 기초자치단체 47%가 소멸 위험에 처해 있는 게 지방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 행정 통합 작업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주목 받을 만한 새로운 시도다. 지역 통합 얘기는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광역 단위에서 구체적인 흐름을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지사는 안동 도청 신청사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을 통합해 지방 균형 발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지사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지역 간 갈등으로 표류하던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후보지로 경북 군위와 의성 공동 유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주목을 받았다. 통합 신공항은 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확장해 옮기는 사업이다.

대구와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구·경북은 1981년 분리된 이후 수도권 집중화로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인구가 지난 40년 동안 38.6% 늘어날 때 대구·경북은 3.1% 증가하는데 그쳤죠. 경제 상황을 보면 경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충남과 역전해 2018년 5위로 밀려났습니다. 대구의 1인당 GRDP는 27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경북은 6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대구와 경북이 따로 가서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먼저 제안해 추진하다가 내가 2018년 경북지사로 부임하면서 본궤도에 올랐어요.”

대구와 협업 등을 통해서도 행정 통합 효과를 낼 수 있을 텐데 굳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죠.

“그동안 대구·경북은 대구경북경제통합위원회와 한뿌리상생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상생 사업을 발굴하고 협력해 왔어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세계 물포럼과 같은 국책 사업 유치를 함께 하는 등 성과를 거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치와 신산업 육성 등 많은 현안에서 경쟁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낭비된 측면도 있죠. 그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연장과 취수원 이전, 그린벨트, 팔공산·낙동강 연접 지역 개발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 상충으로 갈등이 커져 사회적 손실이 증가된 것도 사실입니다. 협업과 경제 통합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통합하면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 체계는 어떻게 됩니까. 기존보다 승진 등 불이익이 예상되는 공무원들의 불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이 건드리면 통합하지 못합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만 한 사람 뽑고 나머지 조직은 유지됩니다. 지휘자만 한 사람이 되는 거죠.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식의 일방적이 아닌 일대일 대등한 방식으로 특별자치도를 만드는 겁니다. 대구는 특례시로 지정해 위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자치구와 군도 존치될 겁니다. 경북 지역도 시·군 체제를 유지합니다. 물론 1995년 전국적으로 40개 시·도 행정 통합을 경험한 공직 사회는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직 통합에 따른 인원 감축과 신분 불안정, 근무지 이동 등 걱정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우예요.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한쪽으로 통합되는 시·군 통합과는 성격이 다르죠. 통합되더라도 현재 근무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예정입니다. 공무원의 조직과 정원은 그대로 유지되죠. 일부 조직은 통합이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규 조직이 필요하고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등으로 인사이동과 승진 등에 불이익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일부 간부는 교류하는 수준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통합되면 대구시 고위 공직자들도 경북에 와서 부시장·부군수 등 맡을 자리가 많습니다.”

행정 통합 목표 시기는 언제로 잡고 있습니까.

“2022년 6월 지방 선거를 거쳐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행정 통합 기본 구상안이 마련되면서 통합의 물꼬는 텄죠. 하지만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행정 통합의 최종 결정은 시·도민이 할 예정입니다. 우선 공론화위원회와 포럼을 만들어 시·도민의 공감대 확산부터 단계별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철우 “2022년 대구·경북 통합, 수도권에 대항하겠다”
통합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권 시장과 이 지사 중 한 사람은 자리가 없어집니다. 누가 특별자치도지사가 됩니까.

“누가 될지는 모르죠. 선거 과정을 거쳐야 하니…. 틀을 만들어 놓고 인물은 그다음의 문제죠. 누가 해도 상관 없습니다.”

통합 전과 이후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합치면 인구 500만 명 도시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00만 명은 돼야 합니다. 특히 청년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청년들은 문화와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많이 원하는데 인구가 500만 명은 돼야 이런 분야에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또 중복 투자를 막아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로 주민 중심의 광역 행정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유발 효과는 얼마나 됩니까.

“직접적인 생산 효과는 36조원, 유발 효과는 15조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금은 지방이 수도권 인프라를 따라갈 수 없어 청년들이 다 빠져나갑니다. 대구·경북이 한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정도인데 청년은 7%밖에 안 됩니다. 대구와 경북이 합친 뒤 10%를 훨씬 넘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 성공 모델을 만들면 전국에 통합 바람이 불 겁니다. 대구·경북을 통합해 지방 균형 발전 모델을 반드시 제시하겠습니다.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이 너무 심각합니다. 서울 집값은 딴 나라 얘기로 들립니다. 이곳(안동)에 경북 신도청을 만들어 놓았는데 집값은 오히려 내렸어요. 세종은 세 배 올랐습니다. 통합을 통해 이런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합니다. 특히 (통합 신공항 건설에 따른) 공항과 항만을 갖춘 ‘2포트(port)’ 시대를 열어 안으로는 수도권에 대응하고 밖으로는 물류 중심의 국제도시로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 기관을 지방에 나눠 주는 방안이 추진됐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바닷물에 오줌 누는 것과 같습니다.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해서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혁신 도시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것 때문에 대구가, 김천이 확 달라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 정책을 가지고는 지방 균형 발전이 어렵습니다. 확 바꿔야 합니다. 대구·경북 통합도 그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행정 통합에 성공한다면 다른 지역으로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까.

“대구·경북 행정 통합으로 지방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면 그게 기폭제가 돼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 촉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부산·울산·경남 등 3개 광역자치단체는 인구 800만 명이 넘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27일 열린 2020 영남 미래 포럼에서 5개 시·도지사는 행정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지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전남·광주와 대전·세종·충남도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이들 지역 모두 개별 도시로는 비대화한 수도권에 대항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최소 500만 명 이상의 자족형 메가시티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죠. 사실상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성공 여부가 지방 분권형 국가로 갈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우 “2022년 대구·경북 통합, 수도권에 대항하겠다”
이철우 경북도시자 약력 : 1955년 경북 김천 출생. 경북 김천고·경북대 수학교육과·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이사관. 경북도 정무부지사. 제18~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경북도당 위원장.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최고위원.


특별법을 만들려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방침이 중요할 텐데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통합을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 통과에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중앙 정부에서도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특히 현 정부가 헌법 개정안 전문에 ‘지방 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명시했죠.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경북 행정 통합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과정으로서 자치 분권 국가로 나아가는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대구·경북 통합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강력한 분권형 자립 발전 모델로, 중앙 정부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는 TK(대구·경북) 광역경제권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행정 통합은 광역 경제권 실현의 시작으로 보면 됩니다. 김 전 의원은 ‘대구경북의 일대일 상생형 행정 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보였어요. 대구·경북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을 잘 살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상생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미 광역 연합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요.

“광역 연합제와 행정 통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광역 연합제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라는 행정 조직을 그대로 두고 교통·관광·기후·환경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해 지자체 부담금과 수수료 등 재정 업무를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법인입니다. 그 사례로는 한국에서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있고 해외에는 영국의 대도시 맨체스터통합기구(GMCA), 일본 간사이광역연합, 프랑스의 그랑파리 메트로폴 등을 들 수 있어요. 이와 달리 행정 통합은 대구와 경북의 행정 업무 전반을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통합하는 겁니다.”

통합 신공항 이전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 군위와 의성의 지역 이기주의로 상당 기간 표류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른 지역 군 공항 이전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한 발짝도 떼지 못한 것에 비하면 우리 모두의 간절한 염원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군위와 의성은 군 공항의 소음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민항 유치를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유치전을 펼쳤습니다. 더군다나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희생과 양보도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접근성에 문제는 없습니까.

“통합 신공항 활성화의 핵심은 접근성이죠. 이를 위해 전문 연구 기관의 용역을 통해 광역 교통망 사업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철도·도로망 구축은 공항 이전만큼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사업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통합 신공항 개항 시기(2028년 목표)에 맞춰 철도·도로 등 광역 교통망이 구축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공항만 덜렁 지어서는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통합 신공항을 단순한 교통 거점의 기능을 뛰어넘어 공항 비즈니스와 물류·관광·첨단 산업 등이 융합된 지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과 일본의 주부공항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어요. 스키폴공항은 세계 최초로 공항 도시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른바 ‘스키폴 업무도시’로 탈바꿈했죠. 일본 나고야 남쪽에 있는 주부공항도 인근에 도요타자동차·혼다기연공업·소니·샤프·산요전자·미쓰비시중공업 등과 연계해 공항 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사직을 수행해 보니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소득을 당장 급하게 도입해 근로 의욕을 꺾어선 안 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