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호 기자/김소민 대학생 기자]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침체된 상권 분위기 속 대학생 없는 이화여대 대학가는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이대를 떠난 가게들만 20개가 넘는다. 8개월 간 적자를 기록한 몇몇 가게들이 재계약하기보다는 떠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이대생들은 추억이 담긴 가게들이 하나둘씩 닫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보릿고개’ 겪는 이대 상권들···"이대로라면 차라리 장사 안하는 게 나을 듯"

△이대 앞 거리에 ‘점포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빈 가게. (사진=김소민 대학생 기사)



지출은 그대로, 매출은 1/3로

1997년부터 20년 넘게 이대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밥 집 ‘빵사이에낀과일’을 운영하는 박춘희(69, 여) 씨는 “차라리 열흘 간 셧다운 하는 게 자영업자를 돕는 일인 것 같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가게 유지비는 그대로 나가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1/3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3월이면 보통 월 매출이 1500만 원은 돼야 하는데, 이번 3월은 300만 원 대로 시작해 방학 동안의 ‘마이너스’를 채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8월까지 ‘마이너스’가 계속된다면 빚을 지겠다고 생각했고,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며 밤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으로 한 달 월세 낼 뿐”

박 씨는 지난 5월 정부에서 자영업자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140만 원을 두 달에 걸쳐 지원받았다.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은 돈을 더해 월세 한 달 치는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보릿고개’를 겪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박 씨는 “잠깐은 도움이 됐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박 씨는 “정부에서 임시방편으로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자 하는 게 고맙긴 하지만, 재정적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가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줄어든 관광객, 뷰티 상권도 ‘임대’ 쏟아져

이대 정문 앞 즐비해있는 코스메틱 브랜드들과 옷 가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심각해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화여대 정문 앞은 ‘대학생 반, 관광객 반’이었다. 중화권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대 정문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대는 인기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타깃으로 한 뷰티 상권은 두말할 것 없이 호황을 이뤘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은 이대 앞 상권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관광객들이 붐비던 ‘에뛰드 하우스’ ‘어퓨’ ‘AHC’ 등 코스메틱 매장엔 임대 안내문만이 붙어 있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던 이대 앞 옷 가게 골목도 휑하다.


‘코로나19 보릿고개’ 겪는 이대 상권들···"이대로라면 차라리 장사 안하는 게 나을 듯"

△이대 앞 휑한 거리와 불 꺼져 있는 ‘어퓨’와 ‘에뛰드 하우스’.



이대생들 ‘상권 살리기 운동’ 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이대 상권을 살리기 위해 이대생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학교 앞 상점들의 상황을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상권 살리기 운동’을 해왔기도 하다. 실제로 ‘빵사이에낀과일’은 그 혜택을 받아 4월 한 달간 ‘마이너스’를 ‘제로’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일정한 체계 없이 ‘가게 방문 빈도를 늘린 것’뿐이었기 때문에 금방 시들었다. 이에 숙명여대, 동국대 등 일부 대학가에서는 ‘상권 살리기 캠페인’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일례로 동국대는 학교 주변 가게에 원하는 액수만큼 선결제를 하고 2학기 개강 이후 사용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서로돕기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치명타를 입게 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가 경기보완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을 염두에 두어 4차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르면 9월 중순쯤에 발표될 예정이다.


jinho2323@hankyung.com

‘코로나19 보릿고개’ 겪는 이대 상권들···"이대로라면 차라리 장사 안하는 게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