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미래 금융 전쟁, 은행의 디지털 반격]
신한은행, 전 영역에 AI 적용...자금세탁 잡아내고 영업점 지원
신한은행은 올해 디지털 전환에 승부를 걸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9월 1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지 못한다면 신한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고 단언한 만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 금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11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모바일 뱅킹 플랫폼 ‘쏠(SOL)’을 통해 비대면 역량을 강화 중이다. 쏠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뱅킹 거래와 자산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 쏠 내에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통합하며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정부에서 발행하는 전자문서를 스마트폰 앱 내에 저장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핵심 기술 역량에도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학습 플랫폼인 SACP(Shinhan AI Core Platform)를 기반으로 은행 업무 전 영역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20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고객 상담을 챗봇 ‘오로라’가 진행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업무 지원도 AI의 몫이다. 신한은행은 AI ‘몰리’를 통해 직원들이 영업점에서 수행하는 28종의 업무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자금 세탁 의심 거래를 찾는 데에도 AI가 투입됐다. 신한은행은 AI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자금 세탁 방지(AML) 체계를 고도화했다. 기존에는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자금 세탁 위험 거래 보고 대상을 선정했지만 앞으로는 머신 러닝을 활용한 자금세탁 위험도 측정 모델을 통해 의심 거래를 찾게 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은행권 중 가장 큰 규모의 전문가 조직을 확보했다. 또한 한국 금융권 중 유일하게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ID 컨소시엄에 모두 참여하고 있고 여기에 전자 문서 지갑 서비스, 유언 상속, 각종 계약서, 증명서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위·변조 방지 서비스인 ‘신뢰 증명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래 금융 서비스를 선도하기 위해 타 업종과의 협업도 강화 중이다. 네이버와 제휴 통장, 네이버페이 환전 등 협업을 추진해 왔고 올해에는 AI 기술 협업, 부동산 카테고리 내에 ‘신한은행 전월세 자금 대출 비대면 프로세스 탑재’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5G MEC 기반의 미래 금융 서비스 공동 발굴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동안 수익 산출이 모호했던 금융업계 디지털 분야에서의 수익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각 계열사 앱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채널에서 나오는 펀드 판매, 비대면 금융 상품 등 모든 수익들을 합산한 결과물이다.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올린 영업수익(8306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26.6% 성장했다. 그중 신한은행이 거둔 디지털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20.4% 증가한 1590억원이다.


◆디지털 혁신, 디지털 조직에서 나온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신한’을 위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줄곧 강조해 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체질 개선을 위해 디지털 전담 조직의 역할과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초 은행 전체의 디지털 전략을 기획, 실행하는 총괄 조직인 ‘DT추진단’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나섰다. DT추진단은 영업 방식, 업무 프로세스, 기업 문화 등 은행 전반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특임 조직이다. DT추진단 출범 당시 추진 과제 255개를 세웠고 현재 과제 중 절반 이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의 변화를 이끌 또 다른 조직은 AI통합센터(AICC)다. AICC는 신한은행이 보유한 AI 관련 역량을 결집해 은행의 모든 업무를 AI 관점에서 재설계하기 위해 신설됐다. AICC는 연구·개발이 아닌 AI를 실제 현장 업무에 빠르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강한 실행 동력을 확보하기 기존 10명 수준의 AI 전담 조직을 5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AICC는 진옥동 행장이 직접 총괄한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후견인’ 제도를 통해 AI 후견인을 맡고 있는 만큼 은행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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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