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 아들의 부대 관계자들에게 전화했는지 여부다. 만약 전화를 했다면 청탁에 걸릴 소지가 있다. 14일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 녹취록을 보면 추 장관의 답변은 모순적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추 장관의 질의 답변 내용이다.
-윤재옥 의원=“아들 병가 처리와 관련해 보좌관이 전화했습니까.”
-추 장관=“보좌관이 실제 전화했는지 여부, 전화를 어떤 동기로 하게 됐는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혹 제기도 있고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형편이 못되고, 피고발인 입장이니까 그것은 검찰의 수사를 저도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거지요.”
-박형수 의원=“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한 사실이 있습니까”
-추 장관=“제가 알지 못합니다. 수사중인 것을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보고를 받지 않겠다, 않았다라고 누차 거듭 말씀드렸기 때문에 그렇게 물으셔도 제가 정확하게 답변드릴 수가 없습니다.”
-박 의원=“보좌관에게 확인해 본적 없습니까.”
-추 장관=“그것은 확인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박 의원=“거듭 확인해보고 싶지 않아서 안했네요”
-추 장관=“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박 의원=“수사 개입이 아니잖아요. 보좌관에게 전화한 적이 있는지 물어만 보면 되는데.”
-추 장관=“관련자들이 어떤 진술을 하는지를 제가 접촉을 하는 자체가 의심을 사지 않겠습니까.”
-박 의원=“병가 연장을 위해 국방부에 민원전화 했습니까.”
-추 장관=“저는 연락한 사실이 없고….”
-박 의원=“그럼 남편분이신가요.”
-추 장관=“남편에게 제가 물어볼 형편이 못되고요.”(추 장관은 17일 대정부 질문에선 남편도 전화하지 않았다고 부인)
-박 의원=“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되도록 가족이 전화하거나 보좌관이 연락한 적 있나요.”
-추 장관=“저나 가족들은 그런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박 의원=“보좌관이 연락했을 수 있습니까. 이것도 확인해봐야 됩니까.”
-추 장관=“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박 의원=“여기 나오셔서 대정부질무에 답변하시려면 보좌관한테 최소한 그정도는 확인하고 오셨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추 장관=“제가 피고발인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저런 것을 접촉해서 물어보는 자체가 사전에 짜지 않았느냐, 또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일체 안물어보는 것이 저로서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습니까.”
-박수영 의원=“보좌관하고 통화는 하셨습니까.”
-추 장관=“하지 않았습니다.”
-전주혜 의원=“보좌관이 전화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추 장관은 이에 엉뚱한 대답을 했다.
-추 장관 =“수술 받기 위해 법에 보장돼 있는 병가를 쓰면 안되는 겁니까.”
-전 의원=“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추 장관=“그것은 수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태규 의원(국민의당)=“자제분 문제와 관련해 가족 또는 보좌진이나 당직자 등이 국방부나 부대 관련자들에게 전화를 일체 한 사실이 없는 거지요.”
-추 장관=“제가 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 의원=“부대 지원반장과 아들이 대화한 기록에는 ‘앞으로 부모님을 시키지 말고 직접해라’이런 요지의 기록이 있지 않습니까.”
-추 장관=“저는 전화를 하지 않았고요.”
-이 의원=“가족이 수십명 계시는 것도 아니고….”
-추 장관=“(보좌관에게 전화)하면 제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추 장관 아들의 의혹이 핵심이 자신의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했는지 여부인데, 추 장관은 숱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같은 내용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더욱이 여당 의원들까지 보좌관이 전화한 것은 맞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상황임에도 추 장관은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보좌관한테 전화 한 번 하면 알 수 있는 일인데도 불리한 것은 피하고 보자는 식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여당 일각에서도 나온다. 추 장관은 그 이유로 시종일관 “보좌관에게 전화하는 것이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 13일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아들 병가 문제와 관련,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거짓과 왜곡은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고 했다. 아들 문제와 관련, 전혀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이 보다 더한 수사 가이드 라인을 주는 것이 어디있느냐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통역병으로 아들을 선발해달라는 청탁 의혹과 관련, 추 장관이 “(부대가)제비 뽑기로 (아들을)떨어뜨렸다”고 한 말도 어이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 장관이 주고 받은 질의와 답변은 마치 ‘짜고 치는’것 같다.
-정 의원=“아이 영어실력이 괜찮지요. 영국 유학했지요. 스포츠 마케팅 했지요. 만약에 면접 시험 봤으면 통역병으로 뽑혔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제비뽑기로 불이익 당한 것 아닙니까.”
-추 장관=“이 부분도 청탁을 했다고 하는데요. 자격이 안되는데 억지로 기회를 달라고 하면 청탁이겠지요. 그러나 스포츠 경영학을 공부한 아이고요. 또 제가 자식의 실력을 잘 안다고 하면 그렇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그런 아이입니다. 오히려 저는 역으로 제 아이인 줄 군내에서 먼저 알아보고 원래의 정상적인 방식을 바꿔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능력을 가진 아이를 제 아이인 줄 알아보고 내부에서 정상적인 방식을 바꾸어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 군대가 불공정하게 역차별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거예요. 취소할 의향이 없습니까.”
-추 장관=“부대의 어떤 어디에 파견한다고 그러면 인원 배치에 관한 문제인데 그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사전 공고가 있었을 것이고 어떤 기준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 기준을 다 무시하고 청탁이 들어오니까 제비뽑기로 돌렸다 하는 건 좀 납득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추 장관의 주장이 억지인 이유는 제비뽑기는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으로… 떨어뜨렸다’는 말은 ‘내 아이가 다른 병사들과 실력으로 겨뤄 통역병으로 뽑힐 충분한 실력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주장이 타당하려면 이를 뒷받침 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한다. 자신의 아들과 통역병 경쟁자인 다른 병사들의 영어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토익, 토플 시험 성적표라도 내놔야 하지만 추 장관은 그러지 않았다. 추 장관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합당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추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검은색은 검은색이고, 흰색은 흰색이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고 한 말은 허언(虛言)이 될 것이다.
홍영식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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